"인슐린 저해 '지방비대증' 악순환, 의료진이 끊어야"

정희석
발행날짜: 2017-10-10 00:00:13
  • BD 로렌스 허쉬 박사 "당뇨환자 올바른 인슐린 주사법 설명·교육 시급"

BD 글로벌 당뇨사업부 Medical Affair 부사장 로렌스 허쉬(Laurence Hirsch) 박사
혈당 모니터링 테스트 4만2000건, 1형 당뇨 인슐린 주사 8만7000회.

BD(벡톤디킨슨) 글로벌 당뇨사업부 Medical Affair 부사장 로렌스 허쉬(Laurence Hirsch) 박사가 밝힌 자신의 60년간 당뇨관리 추산 수치다.

로렌스 허쉬 박사는 하버드 메디컬 스쿨 출신 의사이자 1957년 제1형 당뇨병을 진단받은 환자인 동시에 인슐린 주입 권고한 마련을 위한 전문가 워크숍 'FITTER'(Forum for Injection Technique and Therapy) 공동창립자.

그는 지난달 서울에서 개최된 '2017 국제당뇨병학회'(International Conference on Diabetes and Metabolism)에서 당뇨 자가 관리 중요성에 대해 강연했다.

지난달 29일 강연에 앞서 하루 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왜 주사요법이 중요한가?"(Why Injection Technique All Matters)를 주제로 올바른 인슐린 주사법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로렌스 허쉬 박사가 지난달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소개한 지방비대증 환자 사례 사진.
로렌스 허쉬 박사는 기자간담회 후 기자와의 단독인터뷰에서 "의사이자 1형 당뇨환자로서 환자들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특히 인슐린 치료 중 흔하게 나타나는 합병증인 '지방비대증'(Lipohypertrophy)은 인슐린 흡수량과 작용을 감소시켜 환자 치료를 방해한다"고 그 심각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사·간호사 등 의료진들이 지방비대증에 대한 인식제고와 함께 올바른 인슐린 주사방법을 환자들에게 설명하고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방비대증은 인슐린을 같은 부위에 반복적으로 주사할 때 지방 덩어리가 쌓여 형성되는 일종의 인슐린 주사 합병증으로 인슐린 투여 환자에게서 흔히 볼 수 있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7년까지 터키 스페인 이탈리아 중국 등 4개국 지방비대증 환자 비율은 50%에서 약 75%에 달한다.

또 Diabetes & Metabolism에 따르면, 인슐린 투여 환자 중 약 64.4%가 지방비대증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지방비대증이 인슐린 흡수를 저해하고 더 많은 인슐린 사용을 증가시키며 혈당가변성(Glycemic Variability)을 높이는 등 당뇨 환자들의 치료효과를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로렌스 허쉬 박사는 "지방비대증은 인슐린 흡수와 작용을 감소시킬 뿐 아니라 혈당가변성을 크게 증가시켜 하루하루의 혈당 조절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비대증을 가진 환자들은 지방비대증이 없는 환자와 비교해 하루 평균 인슐린 사용 단위가 더 많을 뿐 아니라 더 많은 인슐린을 사용하지만 당화혈색소(HbA1C) 또한 더 높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방비대증 부위에 주사 시 인슐린 흡수와 식후 혈당조절에 부정적인 결과를 보였다.

지방비대증이 있는 부위에 인슐린을 주사했을 때 지방비대증이 없는 부위에 주사했을 때보다 평균 식후 혈당이 2시간 후 17%, 2시간~5시간 사이 58%, 5시간 이후 39% 높게 나타난 것.

인슐린 주입 권고한 마련을 위한 전문가 워크숍 'FITTER'가 수행한 ITQ(Injection Technique Questionnaire) 조사 내용
이는 지방비대증 부위에 인슐린을 주사했을 경우 평균 식후 혈당이 유의하게 증가한 것을 보여준다.

또 다른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지방비대증은 해당 부위 주사 시 초기 4시간 후 약물동력학(Pharmacodynamics) 효과가 27% 감소하는 등 인슐린 흡수와 작용을 유의하게 둔화시키고 혈당가변성을 높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지방비대증은 오랜 기간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하는 당뇨 환자들의 치료효과를 저해한다는 점에서 치료와 예방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치료와 예방은 어디까지나 질병의 원인을 명확히 파악할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수립할 수 있는 법.

안타깝게도 지방비대증의 명확한 발생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로렌스 허쉬 박사는 "현재까지 지방비대증이 왜 생기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비대증 부위 인슐린 흡수가 떨어지는 이유가 해당 부위에 효소 분해가 부족해서인지 아니면 모세혈관이 적게 지나가기 때문인지 여러 경우의 수가 있을 수 있겠지만 현재로선 (지방비대증에 대한)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다"고 재차 언급했다.

다만 지방비대증과 연관된 여러 위험요소들은 다양한 임상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그는 "주사부위를 순환하지 않고 같은 부위에 주사했을 때 피하지방층에 반복적인 트라우마가 생기고, 여기에 인슐린 약제 자체가 갖고 있는 성장촉진 요소들이 더해져 마치 상처가 아물 때 새살이 돋아나듯 지방조직이 비정상적으로 증식되는 것을 지방비대증과 연관된 요소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일부위 반복주사 외에도 주사바늘을 재사용할 경우 지방비대증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는 설명도 더해졌다.

순환하지 않은 채 같은 부위에 반복적으로 주사하거나 주사침을 재사용할 경우 지방비대증 발생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당뇨환자들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특히 의사·간호사 등 의료진으로부터 지방비대증 예방을 위한 올바른 인슐린 주사방법에 대한 설명과 교육을 받은 환자 또는 보호자는 얼마나 될까?

인슐린 주입 권고한 마련을 위한 전문가 워크숍 'FITTER'가 수행한 ITQ(Injection Technique Questionnaire) 조사결과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진행된 ITQ는 한국인 180명을 포함해 42개국 1만3289명을 대상으로 올바른 인슐린 주사법 등 다양한 항목에 걸쳐 조사를 진행했다.

이 결과에서 주목할 점은 "의사 또는 간호사가 주사부위를 얼마나 자주 검사(체크)해줬냐"는 질문.

해당 질문에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고 답변한 비율이 한국은 무려 77%에 달했다.

로렌스 허쉬 박사는 이에 대해 "의사 또는 간호사가 한 번도 주사부위를 살펴봐 준적이 없다고 답한 응답이 한국은 77%로 월드와이드 38.9%와 비교해 2배 가까이 높다"며 "의사·간호사 등 의료진들의 지방비대증에 대한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인슐린 흡수·작용을 높이고 지방비대증 예방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의료진들이 올바른 인슐린 주사방법에 대한 인식이 낮은 이유는 왜 일까?

그는 "당뇨환자가 대략 3개월에 한 번씩 의사를 만난다. 이때 의사들은 보통 15분 내 당뇨환자의 그간 혈당 변화 추이를 살펴보고 만약 혈당 조절이 안 됐다면 무엇을 먹었는지, 운동은 했는지, 인슐린 용량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에만 포커스를 맞춘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들은 지방비대증 환자가 굉장히 많음에도 불구하고 혈당 변화 패턴에만 집중할 뿐 환자 주사부위를 살펴보거나 주사방법에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임상의들이 인슐린 제제의 약물동력학 및 약물학적 특성에만 중점을 둔 채 올바른 주사위치와 주사방법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는 말과 같은 맥락.

로렌스 허쉬 박사는 "의사들은 인슐린이 약물동력학에 의해 환자 몸에서 어떻게, 얼마나 작용하는지에만 관심이 있을 뿐 적정 투여·시간과 올바른 주사부위 등 인슐린 효과를 높이면서 근육주사나 지방비대증을 피할 수 있는 주사방법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는 잘 만들어진 인슐린 제제를 어떻게 주사하는지 또한 매우 중요해졌다"고 덧붙였다.

그는 "의사·간호사 등 의료진들이 인슐린 흡수와 작용을 저해하는 등 당뇨환자 혈당조절에 악영향을 미치는 지방비대증에 대한 인식제고가 선행돼야한다"며 "이를 통해 환자들에게 올바른 주사부위와 방법을 설명하고 교육할 때 지방비대증 악순환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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