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성산부인과 박혜성 원장의 '따뜻한 의사로 살아남는 법'(32)
해성산부인과 박혜성 원장의 '따뜻한 의사로 살아남는 법'(32)
개원을 하면서 내내 궁금했던 것은 '내가 열심히 환자를 보는데, 정말로 다른 의사보다 더 열심히 하는데, 마음으로 따뜻하게 하는데 왜 환자가 진료의뢰서를 써서 큰 병원으로 가거나, 말도 없이 다른 병원으로 가 버릴까? 그 이유가 뭘까? 내가 무엇을 잘못한 걸까? 내가 어떻게 해야 환자가 나를 믿고 나에게 진료를 계속 받을 수 있을까? 다른 병원이나 의사에게는 무슨 특별한 것이 있을까?'이다.
이런 질문을 21년째하고 있다. 그 때마다 다른 결론을 내리기도 하고, 갑자기 서운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기가 죽기도한다.
몇 일전 시어머니, 그 친구분들과 점심을 같이 먹게 됐다. 모두 80세가 가까운 분들이다. 아픈 얘기가 주제로 나왔다.
한 달이면 몇 번씩 병원을 다니고, 어느 병원이 좋더라, 어디는 잘 보더라, 어디는 잘 못 보더라, 어디는 비싸더라, 어떤 의사는 환자와 눈도 안 마주치더라, 어떤 의사는 거의 반말이더라, 어디는 어쩌더라는 등 구체적인 이야기들이 오갔다.
수많은 이야기 중 하나를 옮겨보자면, 척추협착증으로 100미터 거리를 택시 타고 다니시는 분이 있었다. 그 분은 말 그대로 병원 쇼핑을 다녔다. 집 근처에 용하다는 의사, 그리고 조금 더 나아가서 근처 지역, 강남, 전국적으로 유명한 의사를 찾아다니면서 온갖 검사를 하고, 의사가 하라는 대로 모두 했다. 그런데도 아직도 허리가 아프다고 하소연을 했다.
나는 '왜 경제적으로 아주 넉넉해 보이지도 않은데, 여러 병원을 다니면서 MRI나 비싼 검사, 치료를 받고 그리고도 또 불평을 할까?'라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시어머니도 척추협착증 때문에 몇 년을 고생했다. 조금이라도 용하다는 소문을 들으면 반드시 그 병원, 그 의사를 찾아갔고, 좋다고 하면 수백만원의 침대도 샀다. 물리치료 기계도 사고, 고주파나 초음파 기계도 사고 허리에 좋다는 건강보조식품도 샀다.
마지막에는 수술을 하라는 얘기를 다섯 명의 의사에게서 들었고, 시어머니는 결국 수술을 하기로 결정을 했다. 그리고 수술할 의사에게 "수술하면 100% 좋아집니까?"라고 물었다.
"아닙니다. 재발할 수도 있고, 50%만 좋아질 수도 있고, 하나도 좋아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시어머니는 그런 설명을 듣고 수술하는 것을 포기하셨다. 그리고 좋다고 하는 모든 것을 여전히 하고 계신다.
원래 척추협착증은 매우 어려운 질환이고, 수술해도 100% 낫는 병도 아니며, 통증 때문에 허리가 너무 아파서 심하면 다리를 끌고 다녀야 할 정도인 경우를 많이 봤다.
하지만 과거 아파본 경험이 있기에 이런 환자들의 심정을 이해 한다. 빨리 치료하고 싶고, 나를 잘 치료해 준다고 하는 데가 있으면 어디라도 가고 싶은 심정이다. 마음이 불안한 것이다.
예전에는 의리가 없는 환자를 매우 싫어했다. 하지만 환자의 마음이 되어 보니 의리보다도 '건강'이 먼저였다. 의사로서 환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방법과 거기에 대처하는 행동을 알게 되었다.
즉 환자의 불안한 마음을 이해하고, 환자의 불안을 먼저 치료해야 한다. 환자에게 정확한 진단을 해주고 그 진단에 따른 치료 계획을 세워줘야 한다.
예후를 알려 주고, 치료가 안 될 경우 그 다음 치료는 어떤 것이 있는지, 치료하는데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어떨 때는 종합병원이나 전문병원으로 전원을 할 것인지를 자세히 알려줘야 한다.
환자가 질병 치료방법을 예견가능하고, 그 의사의 치료를 어느 정도까지 쫓아갈 것인지, 언제쯤 다른 병원으로 가야 하는 건지를 알 수 있게 된다.
즉 환자의 불안한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것을 설명해 주면서 불안을 잠재우고 그 병에 대한 플랜을 짜주는 것이다.
이런 방법은 환자에게만 이롭지 않고, 개인 의원에서 진료하는 의사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충분히 설명 해 주지 않으면 불안이 심한 환자나, 1-2번 치료했는데 효과가 없는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는 떠나게 된다. 특히 어떤 병은 치료가 되지 않고 좋아졌다, 나빠졌다 반복 하면서 평생 병과 함께 살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환자는 병원 쇼핑을 다니면서, 쓸데없는 검사에 돈을 쓰게 된다.
그럴 때 환자에게 그 병에 대한 예후와 치료방법에 대해 설명을 잘 해 주면 결국 주치의의 말이 맞다는 것을 검증받은 후에야 비로소 단골 고객이 될 것이다.
개원을 하면서 내내 궁금했던 것은 '내가 열심히 환자를 보는데, 정말로 다른 의사보다 더 열심히 하는데, 마음으로 따뜻하게 하는데 왜 환자가 진료의뢰서를 써서 큰 병원으로 가거나, 말도 없이 다른 병원으로 가 버릴까? 그 이유가 뭘까? 내가 무엇을 잘못한 걸까? 내가 어떻게 해야 환자가 나를 믿고 나에게 진료를 계속 받을 수 있을까? 다른 병원이나 의사에게는 무슨 특별한 것이 있을까?'이다.
이런 질문을 21년째하고 있다. 그 때마다 다른 결론을 내리기도 하고, 갑자기 서운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기가 죽기도한다.
몇 일전 시어머니, 그 친구분들과 점심을 같이 먹게 됐다. 모두 80세가 가까운 분들이다. 아픈 얘기가 주제로 나왔다.
한 달이면 몇 번씩 병원을 다니고, 어느 병원이 좋더라, 어디는 잘 보더라, 어디는 잘 못 보더라, 어디는 비싸더라, 어떤 의사는 환자와 눈도 안 마주치더라, 어떤 의사는 거의 반말이더라, 어디는 어쩌더라는 등 구체적인 이야기들이 오갔다.
수많은 이야기 중 하나를 옮겨보자면, 척추협착증으로 100미터 거리를 택시 타고 다니시는 분이 있었다. 그 분은 말 그대로 병원 쇼핑을 다녔다. 집 근처에 용하다는 의사, 그리고 조금 더 나아가서 근처 지역, 강남, 전국적으로 유명한 의사를 찾아다니면서 온갖 검사를 하고, 의사가 하라는 대로 모두 했다. 그런데도 아직도 허리가 아프다고 하소연을 했다.
나는 '왜 경제적으로 아주 넉넉해 보이지도 않은데, 여러 병원을 다니면서 MRI나 비싼 검사, 치료를 받고 그리고도 또 불평을 할까?'라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시어머니도 척추협착증 때문에 몇 년을 고생했다. 조금이라도 용하다는 소문을 들으면 반드시 그 병원, 그 의사를 찾아갔고, 좋다고 하면 수백만원의 침대도 샀다. 물리치료 기계도 사고, 고주파나 초음파 기계도 사고 허리에 좋다는 건강보조식품도 샀다.
마지막에는 수술을 하라는 얘기를 다섯 명의 의사에게서 들었고, 시어머니는 결국 수술을 하기로 결정을 했다. 그리고 수술할 의사에게 "수술하면 100% 좋아집니까?"라고 물었다.
"아닙니다. 재발할 수도 있고, 50%만 좋아질 수도 있고, 하나도 좋아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시어머니는 그런 설명을 듣고 수술하는 것을 포기하셨다. 그리고 좋다고 하는 모든 것을 여전히 하고 계신다.
원래 척추협착증은 매우 어려운 질환이고, 수술해도 100% 낫는 병도 아니며, 통증 때문에 허리가 너무 아파서 심하면 다리를 끌고 다녀야 할 정도인 경우를 많이 봤다.
하지만 과거 아파본 경험이 있기에 이런 환자들의 심정을 이해 한다. 빨리 치료하고 싶고, 나를 잘 치료해 준다고 하는 데가 있으면 어디라도 가고 싶은 심정이다. 마음이 불안한 것이다.
예전에는 의리가 없는 환자를 매우 싫어했다. 하지만 환자의 마음이 되어 보니 의리보다도 '건강'이 먼저였다. 의사로서 환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방법과 거기에 대처하는 행동을 알게 되었다.
즉 환자의 불안한 마음을 이해하고, 환자의 불안을 먼저 치료해야 한다. 환자에게 정확한 진단을 해주고 그 진단에 따른 치료 계획을 세워줘야 한다.
예후를 알려 주고, 치료가 안 될 경우 그 다음 치료는 어떤 것이 있는지, 치료하는데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어떨 때는 종합병원이나 전문병원으로 전원을 할 것인지를 자세히 알려줘야 한다.
환자가 질병 치료방법을 예견가능하고, 그 의사의 치료를 어느 정도까지 쫓아갈 것인지, 언제쯤 다른 병원으로 가야 하는 건지를 알 수 있게 된다.
즉 환자의 불안한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것을 설명해 주면서 불안을 잠재우고 그 병에 대한 플랜을 짜주는 것이다.
이런 방법은 환자에게만 이롭지 않고, 개인 의원에서 진료하는 의사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충분히 설명 해 주지 않으면 불안이 심한 환자나, 1-2번 치료했는데 효과가 없는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는 떠나게 된다. 특히 어떤 병은 치료가 되지 않고 좋아졌다, 나빠졌다 반복 하면서 평생 병과 함께 살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환자는 병원 쇼핑을 다니면서, 쓸데없는 검사에 돈을 쓰게 된다.
그럴 때 환자에게 그 병에 대한 예후와 치료방법에 대해 설명을 잘 해 주면 결국 주치의의 말이 맞다는 것을 검증받은 후에야 비로소 단골 고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