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취재④김숙희 후보 "무너진 의사의 자존감을 살리겠다"
자존감. 스스로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말한다.
대한의사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김숙희 후보(기호 5번·65세·고려의대)는 매일같이 수십명과 악수하면서 꼭 하는 말이 있다. "무너진 의사의 자존감을 살리겠다"는 각오다.
지난 2일, 다섯 손가락을 활짝 펼치며 '공약'을 꼭 읽어봐달라고 당부하던 김숙희 후보의 선거 유세 현장을 메디칼타임즈가 동행했다. 이 날 하루만도 김 후보가 만난 사람은 최소 50명이 넘었다.
김 후보 일정은 경기도 분당과 수원 일대의 대형병원. 서울시의사회 회장이기도 하기에 2월 한 달은 산하 구의사회 정기총회 등을 방문하며 개원의와의 만남에 집중해왔다.
이제 본격적으로 서울을 벗어나 지방 병의원을 순회하며 기호 5번 김숙희 후보에 한표를, 의협 회장 선거에 관심을 호소해야 할 차례다. 서울지역 대형병원은 서울시의사회장을 하면서 1년에 한 번씩 꼭 41개 병원을 방문했다.
[오전 9시 30분] 첫 번째 목적지는 분당제생병원. 병원에 들어서며 가장 먼저 만난 사람은 2명의 여성 전임의였다.
"너무나 당당하고 예쁜데, 10년이 지나면 왜 의사가 됐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될까 걱정된다. 열심히 해 의사 자존감을 살리겠다"고 각오를 말하며 김 후보는 오른손을 내밀었다.
그렇게 김 후보는 선거 유세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분당제생병원에는 김 후보의 든든한 지원군 채병국 원장이 있다. 의대 동기다. 김 후보가 약 2시간 동안 병원 구석구석에 있는 의료진에게 홍보 팸플릿과 명함을 전달하는 동안 채 원장도 그의 뒤를 지켰다.
"우리 나이는 이제 은퇴할 나인데, 이제 새로운 시작을 하려고 한다"고 이야기하자 채 원장은 "의협 역사상 여성으로서 회장 출마를 하는 것 자체가 처음이지 않나. 자랑스럽다"고 화답한다.
지하 1층부터 3층까지 포진해 있는 진료과 외래를 돌면서 김 후보는 "같은 여의사라고, 같은 대학이라고 뽑는 게 아니라 공약을 보고 자격이 있는지 보고 판단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오후 12시 40분] 의협 회장 선거 후보로서 활동할 때는 관용차 대신 개인차를 이용한다. 공사는 구분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하루 종일 한 표를 호소하며 말을 하기 때문에 차 안에 물과 목캔디는 항상 준비해놓는다.
차 안에서는 선거 유세 시간 동안 챙기지 못했던 전화와 문자메시지에 답을 하는 시간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다음 목적지에 도착해있다.
이번에는 보다 규모가 큰 대학병원이다. 교수실 한 곳 한 곳을 직접 찾았다. 기호 5번을 알리기보다 '투표'를 꼭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응은 무심하다. "레지던트도 투표할 수 있나? 그건 몰랐다", "선거일이 언제인가?", "기호 1번과 2번까지는 기억했는데…"
그럼 김 후보는 '소통과 화합'을 강조한다.
"현재 의사들이 직역별, 진료과별로 갈가리 찢어져 있다. 이들을 조율할 수 있는 위치에 의협이 있어야 한다. 제일 중요한 게 화합이다. 화합을 주도하겠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가장 주력하고 있는 공약이 뭐죠?", "문재인 케어는 어떻게 극복할 생각입니까?", "주요 이슈는 뭔가요?"하는 날카로운 질문도 이어졌다.
김 후보는 막힘없이 답변한다. 그리고 어김없이 "자존감을 찾을 수 있게 하겠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오후 3시 40분] 선거 유세 일정의 마지막 목적지는 성빈센트병원이다. 박상협 대변인과 서연주 정책부위원장(가톨릭의대)이 동행했다.
김 후보를 먼저 알아본 의료진이 "실물이 훨씬 멋지다", "새로운 변화를 일으켜 달라"는 응원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김 후보도 "표는 바닥에서부터 나온다. 아주 신선하게 바꿔 보겠다"며 웃으며 말했다.
김 후보의 오전 선거 유세 일정에 동행한 이무열 홍보부위원장(중앙의대)도 새로운 변화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김 후보 선거캠프에 합류를 결심했다고 한다.
그는 "서울시의사회장을 해보니 한계가 있어서 의협 회장에 나서게 됐다는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며 김 후보를 지지 이유를 밝혔다.
[오후 5시, 그 이후] 7시간 30분에 걸친 김 후보의 선거 유세가 끝났다. 김 후보가 자리에 앉을 수 있었던 시간은 이동시간까지 다 합쳐 2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 점심 식사도 병원 구내식당에서 15분 만에 만두로 간단히 때웠다.
그렇다 보니 새삼 건강의 중요성을 깨닫는 요즘이다. 평소 챙기지 않던 건강기능식품도 챙겨 먹기 시작했다. 그동안 실내자전거, 등산 등으로 기초체력을 다져왔기에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김숙희 후보의 공식적인 선거 운동은 끝났지만, 아직 끝난 게 끝난 게 아니다. 서울시의사회 회장으로서 해야 할 업무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각 단체에서 보내는 후보자 질의서에 답하고, 서울시의사회 감사 준비를 하다 보면 매일 새벽 1시가 훌쩍 넘는다. 매일 5~6시간을 꼭 자려고 한다."
건강관리를 따로 할 시간도, 잠을 충분히 잘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의사회 일이 너무 좋다는 김숙희 후보. 그는 1990년 개원 후 의약분업을 겪으며 의사들이 처한 현실이 억울하고, 권익 침해를 받는 것 같아 의사회 일에 몸을 담기 시작했다. 그렇게 30년이 지났다.
"봉사, 희생한다는 말들을 많이 하지만 이는 하고 싶어야지 할 수 있는 일이다. 누가 하라고 해서 하는 게 아니다. 스스로 도우면서 동시에 남까지 도울 수 있으면 가장 좋은 일 아니겠는가."
김 후보는 겉과 속이 같은 한결같이 흔들리지 않는 리더십을 보이겠다고 자신했다.
"자기 자신이 자기가 아닌 척하는 것은 리더십의 실패다. 시대나 시류에 따라 변하면 안 된다.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지난 3년 동안 직접 소통하면서 친화력이 있다고 자신한다. 강하고, 부드러움을 갖고 회원이 하나로 뭉칠 수 있게 하겠다."
대한의사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김숙희 후보(기호 5번·65세·고려의대)는 매일같이 수십명과 악수하면서 꼭 하는 말이 있다. "무너진 의사의 자존감을 살리겠다"는 각오다.
지난 2일, 다섯 손가락을 활짝 펼치며 '공약'을 꼭 읽어봐달라고 당부하던 김숙희 후보의 선거 유세 현장을 메디칼타임즈가 동행했다. 이 날 하루만도 김 후보가 만난 사람은 최소 50명이 넘었다.
김 후보 일정은 경기도 분당과 수원 일대의 대형병원. 서울시의사회 회장이기도 하기에 2월 한 달은 산하 구의사회 정기총회 등을 방문하며 개원의와의 만남에 집중해왔다.
이제 본격적으로 서울을 벗어나 지방 병의원을 순회하며 기호 5번 김숙희 후보에 한표를, 의협 회장 선거에 관심을 호소해야 할 차례다. 서울지역 대형병원은 서울시의사회장을 하면서 1년에 한 번씩 꼭 41개 병원을 방문했다.
[오전 9시 30분] 첫 번째 목적지는 분당제생병원. 병원에 들어서며 가장 먼저 만난 사람은 2명의 여성 전임의였다.
"너무나 당당하고 예쁜데, 10년이 지나면 왜 의사가 됐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될까 걱정된다. 열심히 해 의사 자존감을 살리겠다"고 각오를 말하며 김 후보는 오른손을 내밀었다.
그렇게 김 후보는 선거 유세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분당제생병원에는 김 후보의 든든한 지원군 채병국 원장이 있다. 의대 동기다. 김 후보가 약 2시간 동안 병원 구석구석에 있는 의료진에게 홍보 팸플릿과 명함을 전달하는 동안 채 원장도 그의 뒤를 지켰다.
"우리 나이는 이제 은퇴할 나인데, 이제 새로운 시작을 하려고 한다"고 이야기하자 채 원장은 "의협 역사상 여성으로서 회장 출마를 하는 것 자체가 처음이지 않나. 자랑스럽다"고 화답한다.
지하 1층부터 3층까지 포진해 있는 진료과 외래를 돌면서 김 후보는 "같은 여의사라고, 같은 대학이라고 뽑는 게 아니라 공약을 보고 자격이 있는지 보고 판단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오후 12시 40분] 의협 회장 선거 후보로서 활동할 때는 관용차 대신 개인차를 이용한다. 공사는 구분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하루 종일 한 표를 호소하며 말을 하기 때문에 차 안에 물과 목캔디는 항상 준비해놓는다.
차 안에서는 선거 유세 시간 동안 챙기지 못했던 전화와 문자메시지에 답을 하는 시간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다음 목적지에 도착해있다.
이번에는 보다 규모가 큰 대학병원이다. 교수실 한 곳 한 곳을 직접 찾았다. 기호 5번을 알리기보다 '투표'를 꼭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응은 무심하다. "레지던트도 투표할 수 있나? 그건 몰랐다", "선거일이 언제인가?", "기호 1번과 2번까지는 기억했는데…"
그럼 김 후보는 '소통과 화합'을 강조한다.
"현재 의사들이 직역별, 진료과별로 갈가리 찢어져 있다. 이들을 조율할 수 있는 위치에 의협이 있어야 한다. 제일 중요한 게 화합이다. 화합을 주도하겠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가장 주력하고 있는 공약이 뭐죠?", "문재인 케어는 어떻게 극복할 생각입니까?", "주요 이슈는 뭔가요?"하는 날카로운 질문도 이어졌다.
김 후보는 막힘없이 답변한다. 그리고 어김없이 "자존감을 찾을 수 있게 하겠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오후 3시 40분] 선거 유세 일정의 마지막 목적지는 성빈센트병원이다. 박상협 대변인과 서연주 정책부위원장(가톨릭의대)이 동행했다.
김 후보를 먼저 알아본 의료진이 "실물이 훨씬 멋지다", "새로운 변화를 일으켜 달라"는 응원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김 후보도 "표는 바닥에서부터 나온다. 아주 신선하게 바꿔 보겠다"며 웃으며 말했다.
김 후보의 오전 선거 유세 일정에 동행한 이무열 홍보부위원장(중앙의대)도 새로운 변화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김 후보 선거캠프에 합류를 결심했다고 한다.
그는 "서울시의사회장을 해보니 한계가 있어서 의협 회장에 나서게 됐다는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며 김 후보를 지지 이유를 밝혔다.
[오후 5시, 그 이후] 7시간 30분에 걸친 김 후보의 선거 유세가 끝났다. 김 후보가 자리에 앉을 수 있었던 시간은 이동시간까지 다 합쳐 2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 점심 식사도 병원 구내식당에서 15분 만에 만두로 간단히 때웠다.
그렇다 보니 새삼 건강의 중요성을 깨닫는 요즘이다. 평소 챙기지 않던 건강기능식품도 챙겨 먹기 시작했다. 그동안 실내자전거, 등산 등으로 기초체력을 다져왔기에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김숙희 후보의 공식적인 선거 운동은 끝났지만, 아직 끝난 게 끝난 게 아니다. 서울시의사회 회장으로서 해야 할 업무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각 단체에서 보내는 후보자 질의서에 답하고, 서울시의사회 감사 준비를 하다 보면 매일 새벽 1시가 훌쩍 넘는다. 매일 5~6시간을 꼭 자려고 한다."
건강관리를 따로 할 시간도, 잠을 충분히 잘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의사회 일이 너무 좋다는 김숙희 후보. 그는 1990년 개원 후 의약분업을 겪으며 의사들이 처한 현실이 억울하고, 권익 침해를 받는 것 같아 의사회 일에 몸을 담기 시작했다. 그렇게 30년이 지났다.
"봉사, 희생한다는 말들을 많이 하지만 이는 하고 싶어야지 할 수 있는 일이다. 누가 하라고 해서 하는 게 아니다. 스스로 도우면서 동시에 남까지 도울 수 있으면 가장 좋은 일 아니겠는가."
김 후보는 겉과 속이 같은 한결같이 흔들리지 않는 리더십을 보이겠다고 자신했다.
"자기 자신이 자기가 아닌 척하는 것은 리더십의 실패다. 시대나 시류에 따라 변하면 안 된다.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지난 3년 동안 직접 소통하면서 친화력이 있다고 자신한다. 강하고, 부드러움을 갖고 회원이 하나로 뭉칠 수 있게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