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 되버린 병원 고객센터…되려 불만창구 전락

발행날짜: 2018-06-05 06:01:59
  • 일선 병의원 유지 여부 골머리…일부선 서면·메일로 전환 기조

대학병원들을 비롯해 병의원들이 고객 서비스 제고를 위해 앞다퉈 도입했던 고객센터가 계륵으로 전락하고 있다.

고객들의 불만을 듣고 개선하면서 만족도를 높이고자 하는 목적으로 설립했지만 오히려 불만이 쌓이는 창구가 되면서 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

A대학병원 병원장은 4일 "최근 보직자 회의에서 고객센터 문제가 핵심 화두로 올라왔다"며 "과연 고객센터를 유지해야 하는가에 대한 부분에 대한 근본적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고객센터를 통해 불만을 듣고 개선하며 고객만족도를 높이는 긍정적 선순환을 기대했지만 지금의 상황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대로라면 폐지론이 힘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이들이 굳이 애써 설립한 고객센터에 회의감을 느끼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고객 불만이 모이는 이 곳에서 더 큰 불만들이 생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많게는 하루에 수만명에 달하는 내원객들이 오가는 병원에서 쏟아지는 민원과 불만들을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는 이유다.

결국 고객센터로 쏟아지는 민원을 처리하는데 시일이 걸리면서 또 다른 불만과 항의를 만드는 악순환이 이뤄지고 있는 것.

A대병원 보직자는 "하루에 많게는 70~80건의 민원이 들어오는데 이를 단시간 내에 해결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특히나 진료에 대한 불만 등은 관련 부서에 질의하고 응답이 오는데만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고객센터에 불만을 제기한 환자나 보호자들은 당장의 답변을 원하다 보니 그들도 속이 터지고 고객센터 상담원도 답답한 상황이 되기 일쑤"라며 "결국 고객들의 불만을 해결하고자 만든 창구가 오히려 또 다른 불만을 양산하고 있는 셈"이라고 하소연했다.

이로 인해 일부 대학병원에서는 아예 고객만족센터를 없애고 홈페이지나 안내데스크의 불만 접수 코너로 전환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병원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고객만족센터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적다보니 오히려 이를 유지하는 것이 무리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B대학병원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의욕적으로 고객만족센터를 운영했지만 올해부터 이를 폐쇄하고 홈페이지 '고객의 목소리'와 안내데크스의 '고객의 말씀'으로 대체하고 있다"며 "솔직히 제기되는 민원에 절반도 해소하지 못하면서 과부하가 걸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심지어 의료 정보에 대응하기 위해 간호사까지 배치했지만 병원의 특성상 전문적인 영역이 너무나 많아 감당하는데 한계가 있었다"며 "굳이 인원을 배치해가며 또 다른 문제를 만드느니 차라리 폐쇄하고 전담 인력을 통해 유선 혹은 온라인으로 대응하자는 의견이 힘을 얻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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