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도 시행을 목표로 추진중인 통합 만성질환관리제도가 단계마다 고비를 겪으며 난항으로 빠져들고 있다.

의료계 내부적인 의견 조율 문제도 지속되고 있는데다 이제는 직역간 갈등까지 번지면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 수가 문제에 대해서도 이견이 많다.

대한의사협회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사업 TF팀 관계자는 26일 "의협과 내과계를 중심으로 복지부와 지속적인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어느 정도 정리는 되어 가고 있지만 모두 순조롭게 풀리는 것은 지나친 기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통합 만관제를 둘러싼 잡음들은 의료계 내외부에서 지속적으로 감지되고 있다. 우선 가장 표면으로 드러난 문제는 직역간의 갈등이다.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는 주체가 의사인 만큼 의료계 중심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대전제를 강조하고 있지만 다른 직역들은 모두가 이를 직역 이기주의로 비판하며 공세를 퍼붇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가 통합 만관제 시범사업 추진위원회장에 50명이 집결해 항의 시위를 연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한의협은 만성질환 관리에 한의학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사업에 참여시켜 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하지만 번번히 문턱을 넘지 못했던 것이 사실.

그러던 상황에 추진위에 참관해 사업 설명을 듣겠다는 요구마저 거부당하면서 한의계는 격분하며 총력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사업의 또 다른 중심축인 코디네이터를 두고도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간에 갈등도 여전하다.

간호조무사협회 등이 간호조무사가 배제된 상황을 지적하며 이에 대한 참여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진위원회나 간호협회 등은 이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태다.

의사와 한의사, 나아가 간호조무사 등까지 이해관계가 얽히며 직역간 갈등이 점점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셈이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갈등은 여전하다. 사업 시작부터 제기됐던 외과계에 대한 소외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의협 TF를 비롯해 추진위에서 논의중인 사안들이 내과 중심적으로 설계되면서 외과계는 지속적으로 이에 대해 눈총을 보내고 있는 상태다.

수가 문제를 두고서도 갈등이 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복지부와 이를 받아내야 하는 의료계 사이에 줄다리기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당초 복지부는 월 300만원의 규모로 1000개소의 일차 의료기관이 참여하는 것을 골자로 약 800억원에 달하는 수가를 신설할 계획에 있었다.

하지만 시범사업을 앞두고 구체적인 수가 체계와 환자 본인부담금 문제 등을 놓고 의정간에 일정 부분 의견차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개원내과의사회 관계자는 "만성질환 자체가 내과적 질환이 많다보니 결국 '의사'와 '내과'를 중심으로 설계될 수 밖에 없는 태생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이 구조를 문제삼아 버리면 사업 자체를 무위로 돌리자는 얘기 외에는 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수가 부분에 대해서도 의협과 내과 등의 의견이 일부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복지부와 잘 풀어가고 있는 중"이라며 "수가가 신설돼 일차 의료기관에 도움이 되는 사업인데 어떻게든 되는 방향으로 풀어가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