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위원회 “해외사례 조사해 대안 마련”…업계 자정노력 선행돼야
정형외과 등 일부 의원·전문병원은 물론 국립병원·군(軍)병원까지 무면허 대리수술이 만연하고 이로 인한 환자 사망사고까지 불거지면서 의료계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커지고 있다.
의료계를 향한 곱지 않은 시선은 환자단체나 일부 지자체의 수술실 CCTV 설치를 요구하는 목소리로 이어졌다.
실제로 경기도안성병원이 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91%가 수술실 CCTV 운영을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의사협회는 의료인의 직업수행 자유를 침해해 진료가 위축되고 의료진과 환자 신뢰가 무너지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CCTV 설치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수술실 CCTV 설치 여부는 당분간 그 해법을 찾기 힘들어 보인다.
정부가 대리수술을 지시한 의사를 의료법에 따라 강도 높게 처벌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일 뿐 CCTV 설치 추진에 대한 별다른 계획을 내놓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면허 대리수술과 CCTV 설치 논란을 보면서 의아한 점이 있었다.
무자격자에게 대리수술을 시킨 의사들에 대한 비난이 집중된 것과 달리 의료기기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비판의 중심에서 조금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주범이 있으면 공범도 있기 마련.
물론 일부에 국한되지만 의료기기업체 역시 환자 생명을 담보로 불법 대리수술을 한 점은 명백한 법 위반으로 형사적 처벌이 당연하거니와 윤리적으로도 결코 용납될 수 없다.
더욱이 의료기기업계는 영업사원들의 대리수술로 환자가 사망하고 국민적 분노가 극에 달했을 때 자정노력은커녕 마치 오랜 관행을 따랐을 뿐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침묵’으로 일관했다.
갑의 위치에 있는 의사가 시켜서, 또는 제품을 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대리수술을 할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 코스프레’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특히 다국적기업·수입사·제조사를 아우르며 의료기기 대표단체를 표방한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회장 이경국) 역시 침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협회가 그토록 부르짖었던 국민건강 향상과 공정거래규약 자율준수 및 업계 윤리의식 확립은 온데간데없이 의료기기업체를 회원사로 둔 이익단체 역할만을 조용히 수행했을 뿐이다.
환자 안전에는 안중에도 없는 듯 침묵했던 협회가 의료기기업체 직원의 수술실 불법 의료행위에 대해 처음 입을 뗐다.
지난 9일 서울 반얀트리 호텔에서 열린 협회 윤리위원회(위원장 김영민·지인씨앤티 대표) 정기워크숍 논의 내용을 담은 20일 보도자료를 통해서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윤리위원회는 의료기기 공급자의 수술실 불법 의료행위로 인한 국민적 불안감을 불식시키고, 의료기기산업에 대한 국민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의료기기업체 직원의 수술실 입회와 관련한 국내 법령과 해외사례 및 가이드라인을 살펴보고 대안을 논의했다.
주요 발표내용은 이렇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경우 의료기기업체 직원의 수술실 출입이 일반적이며 직접적인 환자접촉과 의료행위는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선진국과 같이 비의료인의 수술실 입실 자체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지 않다.
다만 미국 유럽은 의료기기업체 직원이 수술실 출입 시 준수해야 할 사항을 자율규약·가이드라인을 통해 명시해 요구하고 있다.
협회 윤리위는 구체적으로 유럽과 미국 사례를 소개했다.
유럽의료기기연합회는 ‘Position Paper-Recommendations’에서 의료법 등 법령 준수, 의료기관 승인, 환자 고지, 수술실에서의 행동지침, 제한적 역할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또 미국의사협회는 업체 직원의 수술실 참관을 허용하되 환자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미국외과의사협회 역시 ‘의료기사·직원 준수사항’ 규정에 따라 멸균현장에 진입하거나 환자를 접촉하는 행위 금지, 수술 또는 의사 결정에 관여할 수 없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이밖에 미국수술간호사협회는 수술팀이 의료기기와 관련된 필수 교육, 기술 훈련 및 지원을 제공할 수 있도록 공식적인 상담 프로그램 또는 1:1 교육을 제공하고, 의사 감독 하에 (업체 직원이) 의료기기를 다룰 경우 전문교육 이수와 의료기관 승인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토록 규정하고 있다.
협회 윤리위원회는 “앞으로 해외 규정과 사례를 폭넓게 조사해 의료기기산업 종사자의 윤리의식 확립과 의료기기 사용에 따른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대안을 마련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의료기기업계 일각에서는 협회가 업체 직원의 대리수술에 대한 문제의식 없이 오히려 수술실 입회를 일반화하고 확대해 대리수술을 부추기는 건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의료기기업체 한 관계자는 “의사들이 새로운 치료재료(의료기기)의 경우 수술 및 사용법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일부분 업체 직원의 도움이 필요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수술실 입회에 대해 사전에 환자 동의를 얻지 않았고, 심지어 무자격 영업사원이 의사 대신 환자와 접촉하고 직접 대리수술까지 했다는 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협회가 대리수술 논란이 커졌을 때 업계의 자정노력 의지를 밝히고 업체 직원들의 수술실 어시스트나 케이스 서포트를 강력히 제한하겠다는 의견을 내는 등 적극 대응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노력 없이 이제와 다른 나라 사례를 조사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는 것은 업체 직원들의 수술실 출입을 더 자유롭게 하겠다는 말로 오해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협회 윤리위원회 한 위원 역시 업체 직원의 수술실 불법행위 근절을 위한 가이드라인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이 위원은 “다른 나라 사례를 봐도 핵심은 두 가지다. 업체 직원의 수술실 입회는 환자 동의를 받아야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비의료인이 환자와 직접 접촉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의료기기 영업사원의 대리수술은 환자 생명을 볼모로 노동력을 제공하는 대신 제품을 판매하는 명백한 리베이트”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협회가 수술실 출입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영업사원이 수술실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업계 자정노력을 펼치고 강력한 규약을 만들어 무자격 대리수술을 하는 회원사들을 퇴출시켜야한다”고 주문했다.
늦은 감은 있지만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가 업체 직원들의 수술실 출입에 대한 자율규약과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선 점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다만 유럽 미국 규정과 사례를 참고하는 만큼 그 내용의 차별성을 기대하기란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회는 국민들로부터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업체의 수술실 불법 의료행위에 대한 자정노력을 펼쳐야 한다.
나아가 업체 직원의 대리수술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규정과 가이드라인 마련을 고심해야 한다.
어쩌면 환자와 국민들은 역지사지로 의료기기업계에 이런 질문을 하고 있지 않을까.
“당신의 가족을 의사가 아닌 의료기기 영업사원이 수술해도 괜찮나요?
의료계를 향한 곱지 않은 시선은 환자단체나 일부 지자체의 수술실 CCTV 설치를 요구하는 목소리로 이어졌다.
실제로 경기도안성병원이 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91%가 수술실 CCTV 운영을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의사협회는 의료인의 직업수행 자유를 침해해 진료가 위축되고 의료진과 환자 신뢰가 무너지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CCTV 설치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수술실 CCTV 설치 여부는 당분간 그 해법을 찾기 힘들어 보인다.
정부가 대리수술을 지시한 의사를 의료법에 따라 강도 높게 처벌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일 뿐 CCTV 설치 추진에 대한 별다른 계획을 내놓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면허 대리수술과 CCTV 설치 논란을 보면서 의아한 점이 있었다.
무자격자에게 대리수술을 시킨 의사들에 대한 비난이 집중된 것과 달리 의료기기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비판의 중심에서 조금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주범이 있으면 공범도 있기 마련.
물론 일부에 국한되지만 의료기기업체 역시 환자 생명을 담보로 불법 대리수술을 한 점은 명백한 법 위반으로 형사적 처벌이 당연하거니와 윤리적으로도 결코 용납될 수 없다.
더욱이 의료기기업계는 영업사원들의 대리수술로 환자가 사망하고 국민적 분노가 극에 달했을 때 자정노력은커녕 마치 오랜 관행을 따랐을 뿐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침묵’으로 일관했다.
갑의 위치에 있는 의사가 시켜서, 또는 제품을 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대리수술을 할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 코스프레’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특히 다국적기업·수입사·제조사를 아우르며 의료기기 대표단체를 표방한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회장 이경국) 역시 침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협회가 그토록 부르짖었던 국민건강 향상과 공정거래규약 자율준수 및 업계 윤리의식 확립은 온데간데없이 의료기기업체를 회원사로 둔 이익단체 역할만을 조용히 수행했을 뿐이다.
환자 안전에는 안중에도 없는 듯 침묵했던 협회가 의료기기업체 직원의 수술실 불법 의료행위에 대해 처음 입을 뗐다.
지난 9일 서울 반얀트리 호텔에서 열린 협회 윤리위원회(위원장 김영민·지인씨앤티 대표) 정기워크숍 논의 내용을 담은 20일 보도자료를 통해서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윤리위원회는 의료기기 공급자의 수술실 불법 의료행위로 인한 국민적 불안감을 불식시키고, 의료기기산업에 대한 국민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의료기기업체 직원의 수술실 입회와 관련한 국내 법령과 해외사례 및 가이드라인을 살펴보고 대안을 논의했다.
주요 발표내용은 이렇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경우 의료기기업체 직원의 수술실 출입이 일반적이며 직접적인 환자접촉과 의료행위는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선진국과 같이 비의료인의 수술실 입실 자체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지 않다.
다만 미국 유럽은 의료기기업체 직원이 수술실 출입 시 준수해야 할 사항을 자율규약·가이드라인을 통해 명시해 요구하고 있다.
협회 윤리위는 구체적으로 유럽과 미국 사례를 소개했다.
유럽의료기기연합회는 ‘Position Paper-Recommendations’에서 의료법 등 법령 준수, 의료기관 승인, 환자 고지, 수술실에서의 행동지침, 제한적 역할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또 미국의사협회는 업체 직원의 수술실 참관을 허용하되 환자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미국외과의사협회 역시 ‘의료기사·직원 준수사항’ 규정에 따라 멸균현장에 진입하거나 환자를 접촉하는 행위 금지, 수술 또는 의사 결정에 관여할 수 없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이밖에 미국수술간호사협회는 수술팀이 의료기기와 관련된 필수 교육, 기술 훈련 및 지원을 제공할 수 있도록 공식적인 상담 프로그램 또는 1:1 교육을 제공하고, 의사 감독 하에 (업체 직원이) 의료기기를 다룰 경우 전문교육 이수와 의료기관 승인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토록 규정하고 있다.
협회 윤리위원회는 “앞으로 해외 규정과 사례를 폭넓게 조사해 의료기기산업 종사자의 윤리의식 확립과 의료기기 사용에 따른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대안을 마련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의료기기업계 일각에서는 협회가 업체 직원의 대리수술에 대한 문제의식 없이 오히려 수술실 입회를 일반화하고 확대해 대리수술을 부추기는 건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의료기기업체 한 관계자는 “의사들이 새로운 치료재료(의료기기)의 경우 수술 및 사용법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일부분 업체 직원의 도움이 필요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수술실 입회에 대해 사전에 환자 동의를 얻지 않았고, 심지어 무자격 영업사원이 의사 대신 환자와 접촉하고 직접 대리수술까지 했다는 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협회가 대리수술 논란이 커졌을 때 업계의 자정노력 의지를 밝히고 업체 직원들의 수술실 어시스트나 케이스 서포트를 강력히 제한하겠다는 의견을 내는 등 적극 대응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노력 없이 이제와 다른 나라 사례를 조사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는 것은 업체 직원들의 수술실 출입을 더 자유롭게 하겠다는 말로 오해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협회 윤리위원회 한 위원 역시 업체 직원의 수술실 불법행위 근절을 위한 가이드라인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이 위원은 “다른 나라 사례를 봐도 핵심은 두 가지다. 업체 직원의 수술실 입회는 환자 동의를 받아야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비의료인이 환자와 직접 접촉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의료기기 영업사원의 대리수술은 환자 생명을 볼모로 노동력을 제공하는 대신 제품을 판매하는 명백한 리베이트”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협회가 수술실 출입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영업사원이 수술실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업계 자정노력을 펼치고 강력한 규약을 만들어 무자격 대리수술을 하는 회원사들을 퇴출시켜야한다”고 주문했다.
늦은 감은 있지만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가 업체 직원들의 수술실 출입에 대한 자율규약과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선 점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다만 유럽 미국 규정과 사례를 참고하는 만큼 그 내용의 차별성을 기대하기란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회는 국민들로부터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업체의 수술실 불법 의료행위에 대한 자정노력을 펼쳐야 한다.
나아가 업체 직원의 대리수술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규정과 가이드라인 마련을 고심해야 한다.
어쩌면 환자와 국민들은 역지사지로 의료기기업계에 이런 질문을 하고 있지 않을까.
“당신의 가족을 의사가 아닌 의료기기 영업사원이 수술해도 괜찮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