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병원, 간호사 못 구해 응급구조사 고용하는 현실"

박양명
발행날짜: 2019-02-15 05:30:53
  • "간호등급제, 고질적 문제… 정부, 폐지하든지 재평가하든지"

#. 전라남도 고흥 윤호21병원에 간호사는 15명이다. 14년 전인 2005년에는 43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절반에도 훨씬 못미치는 숫자다. 그 자리는 응급구조사가 채우고 있다. 응급구조사는 23명이 근무하고 있다. 윤호21명원은 최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외과, 신경과 문을 닫았고 응급실도 폐쇄했다.

중소병원의 오랜 화두인 간호사 수급 활성화를 위한 대안은 무엇이 있을까.

고흥 윤호21병원 이윤호 원장은 간호등급가산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지방과 중소도시는 한시적으로라도 응급구조사를 간호사 대체인력으로 고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윤호 원장
14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우리나라 의료환경에서 중소병원의 역할과 중요성(주최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 주관 대한의사협회 중소병원살리기TFT, 대한지역병원협의회)
'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말이다.

이 원장은 간호등급가산제 자체의 재평가를 요구했다.

그는 "간호사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월급도 전남에서 가장 많이 주고 수당도 올렸다. 기숙사 전기료도 병원에서 내고 있다"며 "병원에서 할 수 있는 환경을 최대한 만들었지만 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어 "전남 순천지역에 간호학과가 하나 있는데 10월이면 인천, 경기도, 서울에서 간호사 담당 직원이 와서 95%를 면접을 보라면서 끌고 가버린다"며 "면접에서 불합격하면 대기 시켜놓고 내년에 합격하면 오라고 한다. 순천을 비롯한 인근 지역은 남은 5~10%에서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정부의 안일한 대응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이 원장은 "간호등급제의 극단적인 폐단을 알고도 정부는 제도 폐지, 간격 조절에 대한 얘기는 한 번도 안 하고 간호사 숫자 늘리는 등에만 돈을 쓰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방 중소병원의 간호사 부족 문제는 간호등급제 때문이라는 것이 뻔히 보임에도 병원들에게 자체적으로 해결하라고 한다"며 "제도 폐지 의욕이 있는지 재평가 계획이 있는지 의욕을 보여야 할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원장은 간호등급제 개선을 위해 응급구조사 대체인력 활용을 포함해 구체적인 방안으로 총 5가지를 내놨다.

▲병상 수를 지방 중소병원에 한해 환자 수로 개선하고 간호등급가산제의 가산금 축소 ▲가산금 사용이 간호사 충원 비용으로만 사용하기보다는 실질적 업무에 필요한 보조인력을 보강토록 하기 ▲불필요하게 세분된 등급 간편화 ▲수도권에 대형병원 설립 제한 ▲대도시 대형병원의 간호사 대기 제도 즉각 폐기 등이다.

오창현 과장
"상반기 중 전달체계 개편 포함 발전계획 발표 예정"

하지만 토론회에 참석한 보건복지부 오창현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원론적인 이야기만 되풀이할 수밖에 없었다. 관할 업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 과장은 "간호등급제는 지방종합병원과 병원급에 한해 병상수에서 환자 수 기준으로 변경해서 적용하고 있다"며 "서울과 경기도, 광역시는 제외했다. 기준을 바꾼 것은 병원협회에서도 찬성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강보험에서는 의료취약지 간호사에 대한 인건비 지원을 하고 있고, 종합병원에 대한 인건비 지원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상반기 중 보건의료발전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오 과장은 "의원은 경증 외래 중심으로, 병원은 양질의 입원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병원 간 과잉경쟁을 줄이기 위한 병상총량제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운을 똈다.

이어 "상반기 중 발표할 보건의료발전계획에 의료전달체계 개편 방향과 보건 의료 인력 관리를 위한 중장기 수급대책도 들어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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