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출보고서 3월 마감 "의사 서명 부재 리베이트 의심"

이창진
발행날짜: 2019-02-25 05:30:59
  • 복지부, 불법행위 영업대행사 처벌 추진 "보고서 허위 작성 업체 수사 의뢰"

보건당국이 오는 3월 의약품 및 의료기기 업체의 지출보고서 작성 마감일을 앞두고 미제출 업체는 물론 서명 거부 의료인에 대한 전방위 모니터링에 착수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수사기관 조사에서 지출보고서에 누락된 의료인 서명이 불법 리베이트로 의심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2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제약업체와 의료기기업체의 지출보고서 모니터링 자문단 운영결과를 토대로 영업대행사 또는 총판(대리점) 책임 강화 방안과 더불어 의료단체에 협조 공문 발송과 제도설명회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앞서 복지부는 미국의 선샤인 제도와 유럽의 행동강령, 일본의 투명성 가이드라인 등을 근거로 의료공급자 등이 의료인에게 제공하는 경제적 이익에 관한 내용을 기록, 보관하는 지출보고서 작성을 법제화했다.

작성기는 2018년 1월 1일부터 제공한 경제적 이익에 관한 내용과 근거자료를 개별기업 회계연도 종료 후 3개월 이내 기록하고 5년간 보관해야 한다.

복지부는 지난해 9월부터 제약업체와 의료기기업체, 의료계, 전문 언론, 법조계 등으로 구성된 모니터링 자문단을 구성해 사전 모니터링 방법과 제도개선 사항, 영업대행사 의견수렴 및 설문조사 등 제도 안정화를 위한 현장 목소리를 5차례 경청했다.

전문기자협의회 취재결과, 제약업체와 의료기기업체 간 상이한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출보고서 작성, 제약계 중 제약바이오업체는 84.7%(196개 중 166개)가 응답한 반면 글로벌의약산업협회는 100%(43개) 답변했다.

의료기기업체의 경우, 의료기기산업협회는 55.2%(861개 중 475개), 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는 28.8%(733개 중 211개) 지출보고서 설문조사 응답에 그쳤다.

지출보고서 작성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제약업계는 1.5%(3개)와 10%(21개), 의료기기업계는 32.7%(222개), 19.4%(132개)가 '작성 예정'과 '미작성'으로 답했다.

예정 또는 미작성 이유와 관련, 제약업계는 87.5%(21개)가 '무응답'으로, 의료기기업계는 23.5%(81개)가 '경제적 이익 제공시 작성 예정, 31.6%(109개) '무응답'을 보여 지출보고서에 대한 불편한 현실을 반증했다.

우회적인 리베이트로 지목받고 있는 영업대행사 설문 결과도 흥미롭다.

제약업체의 40.2%, 의료기기업체의 50.4%가 영업대행사 또는 총판, 대리점에 영업을 위탁 운영했다.

영업 위탁 시 제약업체는 95.2%가 서명계약을 한 반면, 의료기기업체는 20.5%만 서면계약 했으며, 정보공유 의무 명시도 제약업체는 77.4%, 의료기기업체는 5%에 그쳤다.

리베이트 예방교육 역시 제약업체는 81%, 의료기기업체는 4.7%에 머물렀다.

불법 리베이트 발생 시 의료기기업체가 서면계약도 없는 영업대행사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전형적인 갑질 수법을 보여준 셈이다.

영업 및 마케팅 위탁 시기는 제약업체와 의료기기업체 모두 2016년부터 2019년 사이 가장 많은 47.9%와 69.1% 위탁됐다.

이 시기는 수사당국이 리베이트 전담반을 구성해 의료계와 업계를 집중 수사한 때로 다국적제약업체와 일부 전문 언론의 불합리한 공생관계가 적발되며 관련 업계를 긴장시켰다.

복지부는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지출보고서 작성 유도와 함께 비협조 업체에 대한 단호한 조치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미응답 업체에 복지부가 직접 업체에 공문을 발송해 추가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지출보고서 제출을 요구할 예정이다.

영업대행 관련, 영업대행 순기능은 인정하되 영업 위탁자의 관리 감독 노력을 통해 부작용을 줄여나간다는 데 초점을 맞춰 영업대행사 또는 총판 및 대리점 책임 강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더불어 지출보고서 작성 관련 의료계 협조 요청 공문 발송과 업계 제도 설명회 그리고 지출보고서 홍보 포스터 제작 배포 등 의약계 전반에 지출보고서 홍보를 강화하기로 했다.

약무정책과 신제인 사무관은 "지출보고서에 경제적 이익을 받은 의료인의 자필 서명이 필요하다. 서명 여부는 의무가 아니나 해당 의료인이 받은 경제적 이익이 합법적인 것이 아니라는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수 있으며, 수사 선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진선 연구위원은 "자문단 회의를 통해 의료인 자필 서명이 안전하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고, 의사협회도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했다. 본인이 받지도 않았는데 서명된 부분은 의료인들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의료인의 지출보고서 자필 서명을 주문했다. 서명하지 않은 경우 추후 불법 리베이트로 의심될 수 있다.
영업대행사(CSO) 관련, 신 사무관은 "불법 행위 적발 시 지금은 해당 업체만 책임을 묻지만, 추후 영업대행사도 처벌할 수 있는 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며 강력한 제재 방안을 시사했다.

복지부는 업체 회계연도 종료일 3개월 후인 오는 3월부터 첫 모니터링에 착수한다.

신제은 사무관은 "업계 전체 모니터링 계획은 없다. 설문에 응하지 않은 업체를 중심으로 모니터링을 진행할 것"이라고 전제하고 "잘 작성됐는지 확인하고, 작성하지 않았거나 허위로 작성한 경우 벌금 200만원 처분과 리베이트 의심 시 수사 의뢰도 요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제약업체와 의료기기업체의 지출보고서 관련, 수사기관이나 언론, 민원 등 발생 시 해당업체에 지출보고서 제출을 요구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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