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존엄성 강조하는 창녕군노인전문요양원 인기
치매 중증도에 상관없이 약물투여, 신체 구속없어
[5]창녕군노인전문요양원, 인간 우선주의 이념·철학 실천
"신체를 구속하는 것은 환자의 삶을 구속하는 것입니다."
희연병원은 국내 최고의 노인 전문병원으로 꼽힌다. 2~6층까지 직원만 600명에 달하는 규모. 노인 케어 선진국 일본에서조차 벤치마킹을 하러 방문하는 곳. 지금의 희연병원을 만든 건 규모가 아닌 바로 '인간 존엄성'에 대한 철학이었다.
굳이 희연병원으로 시작한 건, 창녕군노인전문요양원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 최초로 신체구속 폐지 선언을 한 희연의 철학을 도입해 이곳도 '신체구속 제로'를 실천했다.
"우리들의 실행 목표는 인간 존엄성 확립입니다."
밀양역에서 내려 차로 30분을 더 달렸다. 건물들이 사라지고 한적해 지더니 산이 나오고 들이 나왔다. 한적한 시골 동네가 나오는 지점에 창녕군노인전문요양원이 자리잡고 있다.
요양원은 1~3층 신관, 구관을 합쳐 일대 부지 4196㎡ 규모. 건강증진 및 물리치료실, 목욕탕, 식당, 대강당을 갖추고 100명의 입소 정원, 60명의 직원으로 운영하고 있다.
요양원하면 줄곧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를 떠올렸다. 그런 편견은 오래가지 않았다. 요양원 정면에 배치된 산책로를 따라 현관으로 들어서자 밝은 채광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복도를 따라 선선한 공기도 불어왔다. 방마다 환기가 되고 있다는 게 눈으로 그려질 정도.
신관 중앙 복도에 위치한 접수실 위 플래카드가 눈을 잡아끌었다. 큼지막한 글씨로 '삶에 대한 존경'과 '인간 존엄성 확립'라는 문구가 자리잡고 있다.
이학현 원장은 "본 요양원의 특징을 하나로 설명하자면 인간 존엄성에 대한 이해"라며 "그 일환으로 치매 여부와 상관없이 신체 구속 제로를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4년 부임한 이후 여러 변화가 이어졌다"며 "처음 인수 받고 희연병원을 벤치마킹해 철학과 이념만큼은 똑같이 하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창녕군노인전문요양원은 사회복지법인 희연(이사장 박희숙)이 수탁, 운영 중인 곳으로 규모에 따른 하드웨어는 다를 지 몰라도 소프트웨어는 희연병원을 쏙 빼닮았다는 게 이학현 원장의 설명.
이 원장은 "치매에 걸리신 분들이 실내에서 배회하면 많은 요양원들이 신체를 묶는 방식으로 구속을 한다"며 "하지만 본원은 요양보호사가 따라다니면서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할 뿐 묶거나 강제력을 발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전 입소자는 정원 100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40여 명 수준. 변화의 기점은 2014년 희연이 수탁, 운영하면서 신체 구속 폐지와 대대적인 개보수 공사를 진행하면서부터다. 입소자는 2년 만에 정원을 꽉 채웠다. 입소문의 힘이었다.
"직원이 힘들어야 어르신이 편합니다."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직원들의 불만이 가장 먼저 터져나왔다. 수면제 등 약물 투입, 구속력없이 신체 구속 제로를 실천하기란 곧 인력의 무한 투입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정귀 사무국장은 "요양원은 의사가 상주하지 않아 약물을 쉽게 못쓴다"며 "신체 구속을 폐지한 초기에는 요양보호사들이 밤에 돌아다니는 입소자들을 감당하지 못해 불만이나 퇴직이 많았다"고 귀띔했다.
그는 "요양원 차원에서 직원들의 의식 구조 변화를 위해 매일 교육을 시켰다"며 "이제는 인간 존엄성 최우선주의에 동의하는 직원들만 남아있고, 시스템도 그 철학에 맞게 일할 수 있도록 정교화됐다"고 설명했다.
이학현 원장은 "처음 부임 당시 직원들이 어르신들을 탈의한 상태로 목욕탕에 줄을 세워놓고 씻기는 장면을 봤다"며 "줄을 세워놓고 직원이 한눈을 팔면 바로 낙상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직원에게 어르신 한분 당 맨투맨으로 탈의와 목욕을 전담케 했더니 낙상사고가 없어졌다"며 "기존 관행을 어르신 위주로 바꾼 이유는 직원들이 힘들어야 입소자가 편하다는 단순한 철학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직원의 의식 교육 후에는 입소자 설득에도 열을 올렸다. 건강 회복을 위해선 신체 기능을 활용해야만 한다는 것. 각 방의 TV를 식당이나 강당으로 옮긴 것도 그 일환이다. TV를 보거나 식사를 위해 거동을 하는 과정 자체가 건강 회복의 지름길이라는 판단이 있었다.
이학현 원장은 "일본에서는 주로 어르신의 신체 활동을 유도하기 위해 방이 아닌 홀에서의 식사 방식을 활용한다"며 "본인 역시 당시 44명의 입소자를 대상으로 일대일로 설득해 홀에서 나와 드시게 했다"고 강조했다. 전 직원이 매일 모든 입소자와 산책길로 나서는 것도 이런 이유다.
이학현 원장은 "치매에 걸리신 분들도 비인격적인 태도, 말투를 감각적으로 느끼고 반응한다"며 "반대로 말하자면 인격적으로 대우하고 친절하게 다가가면 그에 따른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매주 화요일 민원 내용과 칭찬 사례 공유 등을 통한 인성 교육은 현재 진행형. 실제로 요양원을 둘러보는 내내 마주치는 직원들마다 기자에게 인사를 건넸다.
반복되는 교육, 직원들의 교체와 맞물려 창녕군노인전문요양원은 2016년부터 말 그대로 대기표가 없으면 입소가 어려운 곳으로 탈바꿈했다. 변화의 원인은 간단했다. 누구나 알지만 누구나 실천하지는 못하는 철학.
시설과 같은 하드웨어는 다들 비슷하게 흉내낼 수 있다. 하지만 "어르신을 대하는 태도만큼 좋은 돌봄은 없다"는 게 이학현 원장의 설명이다.
"신체를 구속하는 것은 환자의 삶을 구속하는 것입니다."
희연병원은 국내 최고의 노인 전문병원으로 꼽힌다. 2~6층까지 직원만 600명에 달하는 규모. 노인 케어 선진국 일본에서조차 벤치마킹을 하러 방문하는 곳. 지금의 희연병원을 만든 건 규모가 아닌 바로 '인간 존엄성'에 대한 철학이었다.
굳이 희연병원으로 시작한 건, 창녕군노인전문요양원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 최초로 신체구속 폐지 선언을 한 희연의 철학을 도입해 이곳도 '신체구속 제로'를 실천했다.
"우리들의 실행 목표는 인간 존엄성 확립입니다."
밀양역에서 내려 차로 30분을 더 달렸다. 건물들이 사라지고 한적해 지더니 산이 나오고 들이 나왔다. 한적한 시골 동네가 나오는 지점에 창녕군노인전문요양원이 자리잡고 있다.
요양원은 1~3층 신관, 구관을 합쳐 일대 부지 4196㎡ 규모. 건강증진 및 물리치료실, 목욕탕, 식당, 대강당을 갖추고 100명의 입소 정원, 60명의 직원으로 운영하고 있다.
요양원하면 줄곧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를 떠올렸다. 그런 편견은 오래가지 않았다. 요양원 정면에 배치된 산책로를 따라 현관으로 들어서자 밝은 채광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복도를 따라 선선한 공기도 불어왔다. 방마다 환기가 되고 있다는 게 눈으로 그려질 정도.
신관 중앙 복도에 위치한 접수실 위 플래카드가 눈을 잡아끌었다. 큼지막한 글씨로 '삶에 대한 존경'과 '인간 존엄성 확립'라는 문구가 자리잡고 있다.
이학현 원장은 "본 요양원의 특징을 하나로 설명하자면 인간 존엄성에 대한 이해"라며 "그 일환으로 치매 여부와 상관없이 신체 구속 제로를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4년 부임한 이후 여러 변화가 이어졌다"며 "처음 인수 받고 희연병원을 벤치마킹해 철학과 이념만큼은 똑같이 하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창녕군노인전문요양원은 사회복지법인 희연(이사장 박희숙)이 수탁, 운영 중인 곳으로 규모에 따른 하드웨어는 다를 지 몰라도 소프트웨어는 희연병원을 쏙 빼닮았다는 게 이학현 원장의 설명.
이 원장은 "치매에 걸리신 분들이 실내에서 배회하면 많은 요양원들이 신체를 묶는 방식으로 구속을 한다"며 "하지만 본원은 요양보호사가 따라다니면서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할 뿐 묶거나 강제력을 발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전 입소자는 정원 100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40여 명 수준. 변화의 기점은 2014년 희연이 수탁, 운영하면서 신체 구속 폐지와 대대적인 개보수 공사를 진행하면서부터다. 입소자는 2년 만에 정원을 꽉 채웠다. 입소문의 힘이었다.
"직원이 힘들어야 어르신이 편합니다."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직원들의 불만이 가장 먼저 터져나왔다. 수면제 등 약물 투입, 구속력없이 신체 구속 제로를 실천하기란 곧 인력의 무한 투입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정귀 사무국장은 "요양원은 의사가 상주하지 않아 약물을 쉽게 못쓴다"며 "신체 구속을 폐지한 초기에는 요양보호사들이 밤에 돌아다니는 입소자들을 감당하지 못해 불만이나 퇴직이 많았다"고 귀띔했다.
그는 "요양원 차원에서 직원들의 의식 구조 변화를 위해 매일 교육을 시켰다"며 "이제는 인간 존엄성 최우선주의에 동의하는 직원들만 남아있고, 시스템도 그 철학에 맞게 일할 수 있도록 정교화됐다"고 설명했다.
이학현 원장은 "처음 부임 당시 직원들이 어르신들을 탈의한 상태로 목욕탕에 줄을 세워놓고 씻기는 장면을 봤다"며 "줄을 세워놓고 직원이 한눈을 팔면 바로 낙상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직원에게 어르신 한분 당 맨투맨으로 탈의와 목욕을 전담케 했더니 낙상사고가 없어졌다"며 "기존 관행을 어르신 위주로 바꾼 이유는 직원들이 힘들어야 입소자가 편하다는 단순한 철학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직원의 의식 교육 후에는 입소자 설득에도 열을 올렸다. 건강 회복을 위해선 신체 기능을 활용해야만 한다는 것. 각 방의 TV를 식당이나 강당으로 옮긴 것도 그 일환이다. TV를 보거나 식사를 위해 거동을 하는 과정 자체가 건강 회복의 지름길이라는 판단이 있었다.
이학현 원장은 "일본에서는 주로 어르신의 신체 활동을 유도하기 위해 방이 아닌 홀에서의 식사 방식을 활용한다"며 "본인 역시 당시 44명의 입소자를 대상으로 일대일로 설득해 홀에서 나와 드시게 했다"고 강조했다. 전 직원이 매일 모든 입소자와 산책길로 나서는 것도 이런 이유다.
이학현 원장은 "치매에 걸리신 분들도 비인격적인 태도, 말투를 감각적으로 느끼고 반응한다"며 "반대로 말하자면 인격적으로 대우하고 친절하게 다가가면 그에 따른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매주 화요일 민원 내용과 칭찬 사례 공유 등을 통한 인성 교육은 현재 진행형. 실제로 요양원을 둘러보는 내내 마주치는 직원들마다 기자에게 인사를 건넸다.
반복되는 교육, 직원들의 교체와 맞물려 창녕군노인전문요양원은 2016년부터 말 그대로 대기표가 없으면 입소가 어려운 곳으로 탈바꿈했다. 변화의 원인은 간단했다. 누구나 알지만 누구나 실천하지는 못하는 철학.
시설과 같은 하드웨어는 다들 비슷하게 흉내낼 수 있다. 하지만 "어르신을 대하는 태도만큼 좋은 돌봄은 없다"는 게 이학현 원장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