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사, 불안의 주홍글씨 벗어날 수 있을까

발행날짜: 2019-04-10 06:00:56
바이오기업 N사는 2008년 '백수오 등 복합추출물'인 '에스트로지'를 개발하고 소위 대박이 났다.

백수오 등에서 추출한 에스트로지가 여성 갱년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소재로 알려지면서 대한민국 10대 신기술 선정, 동탑산업훈장, 미국 FDA 승인, 캐나다 보건부 허가까지 승승장구했다.

백수오 열풍은 딱 거기까지였다. 2015년 한국소비자원이 유통 중인 백수오 제품에 독성물질 이엽우피소가 섞여 있다고 발표하면서 9만원을 돌파했던 주가는 한달만에 열토막이 났다.

N사가 떠오른 건 최근 코오롱생명과학의 무릎 골관절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의 신장세포 혼입 사태를 보면서다.

핵심 쟁점은 인보사를 구성하는 형질전환세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연골유래세포가 아니라 293 유래세포(신장세포)라는 것.

이를 두고 코오롱생명과학은 둘의 명칭만 다를 뿐 임상을 진행한 초기부터 일관되게 같은 세포 구성을 사용한 만큼 유효성, 안전성은 차이가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고의성이 없고 당시 두 세포를 확실하게 구분할 과학적 기술이 미비해 발생한 일이므로 논란의 확대 재생산은 억울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과연 고의성이 없다는 점만 입증하면 사태는 마무리되는 걸까.

다시 N사 문제로 돌아가보자. 2015년 검찰은 조사를 통해 이엽우피소 사용이 원가절감에 영향이 미미하고,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이엽우피소 혼입률은 완제품 기준 0.0016%의 극미량으로 섭취시 위해 우려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년여에 걸친 식약처 조사도 마찬가지.

그런데 인보사를 둘러싸고 묘한 기운이 감지된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신장세포가 사용된 제품이라고 해도 안전성, 유효성이 확보됐다는 내용을 지속 강조하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임상부터 시판까지 세포 구성의 변화는 없다"며 "임상에서 사용된 세포가 동일하기 때문에 기존의 임상 데이터가 취소될 가능성도 적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쉽게 말해 인허가 과정의 착오이므로 새로운 임상없이 허가사항 변경 정도로 갈음할 수 있지 않겠냐는 뜻이다.

문제는 사람들의 불안 심리다. 백수오 파동 당시 해당 작물을 키우던 농가수가 90% 줄어들었다. 인보사가 바이오산업에 미칠 파급력도 그와 유사할 수 있다. 과연 "우리 제품은 안전합니다"라는 말로 세포 혼입의 책임뿐 아니라 바이오산업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N사 사태로 보는 교훈은 확실하다. 신뢰의 파괴는 고의성 여부와 상관없다는 것이다. 결백이 입증됐지만 주가는 4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7500원 대를 맴돌고 있다. 주홍글씨를 벗어나는 과정은 여전히 현재진행형.

한번 새겨진 '인식의 주홍글씨'를 벗어나기란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현 시점에선 "안전합니다"는 구호 대신 다른 무언가가 필요한 게 아닐까. 새로운 공정 도입이나 신장세포를 활용한 새 임상 계획, 환자 보호 대책 등 '실천 방안' 없이, 세계 시장 진출이라는 목표는 너무 먼 산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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