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로슈, 5월 품목 자진 취하…처방 패턴 변화 가능성↑
위해성 관리계획·동의서 작성 등 사후 관리 규제 직격탄
한 때 80여 품목에 달했던 이소트레티노인 성분 여드름 치료제 품목이 직격탄을 맞았다. 현재 시중 유통되는 품목 수는 21개로 줄었다. 유사한 비타민A 유도체(레티노이드계) 품목의 매출이 줄어들면서 자진 품목 취하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해묵은 부작용 이슈…시장 철수 원인은 규제책
여드름 치료제의 대명사 로슈사의 로아큐탄이 이달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다. 1993년 품목 허가를 받은 로아큐탄은 치료 효과를 바탕으로 여드름 치료제의 대명사로 인식됐다. 그만큼 강력한 효과를 자랑했다는 것.
로아큐탄은 2018년 기준 2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03년부터 이어진 후발주자들의 제네릭 출시에도 불구하고 레티노이드계에서 절반 이상 시장 점유율을 유지해왔다. 시장성 저하로 철수를 결정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소트레티노인을 주성분으로 하는 비타민 A 유도체는 기형아 유발성(최기형성)이 매우 높으므로, 임부 또는 임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여성에게 금기다.
치료도중 임신할 경우에도 투여용량이나 투여기간에 상관없이 기형아 유발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약물에 노출된 모든 태아는 잠재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심각한 부작용이지만 로아큐탄이 1990년대 출시된 만큼 해당 이슈는 의료진 사이에서 흔히 알려진 내용이었다.
피부과학회 관계자는 "비타민 A 유도체는 오랜동안 안전하게 사용돼 온 약물이고 부작용 이슈도 과거부터 존재했던 것이다"며 "일선 현장에서는 전문의들이 경각심을 가지고 기형아 출산 부작용을 잘 설명한다"고 밝혔다.
비타민 A 유도체 계열의 침체는 2017년 국회에서 부작용 관리 프로그램 도입 간담회를 개최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국회의 관리 프로그램 도입 촉구에 따라 식약처는 작년 말 이소트레티노인, 알리트레티노인, 아시트레틴 3개 품목을 시판 후 의약품의 위해성 관리계획(RMP) 제출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어 올해 6월부터는 가임기 여성이 비타민 A 유도체 계열 의약품을 사용할 때, 반드시 동의서 등을 통해 임신을 확인하도록 하는 '임신예방 프로그램'을 의무화했다.
사실상 로아큐탄의 국내 철수 및 유사 계열의 침체는 부작용이 직접적으로 작용했다기보다는 품목별 위해성 관리계획과 처방시 동의서 작성 등의 사후 관리 규제가 작동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자진 취하 러시·매출 직격탄…처방 패턴 바뀔까
비타민 A 유도체 품목의 침체는 예고된 바다.
2009년 로슈는 부작용 소송과 배상금액에 부담을 느껴 미국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앞서 미국 FDA는 임신 가능성이 있는 여성이 이소트레티노인을 처방받을 때 사전 등록절차를 밟도록 했다. 미국과 비슷한 행정 규제들이 국내에 도입되면서 로아큐탄의 철수 내지 유사 계열의 시장 침체는 예고됐다는 뜻이다.
작년 말 식약처의 의약품의 위해성 관리계획(RMP) 제출 의무화 이후 동광제약 뉴티논연질캡슐, 대한뉴팜 아크논연질캡슐 등 자진 품목 취하가 줄이은 것도 그 연장선상.
부작용 논란이 재점화되면서 매출 저하도 표면화됐다. 의약품 시장조사 기관 유비스트 기준 대웅제약 알리톡은 2017년 64억원 매출에서 2018년 55억원으로 13.4% 하락했고, 같은 기간 한미약품 이소티논은 13억 6500만원에서 12억 3460만원으로 9.6% 하락했다.
이외 대웅제약 아큐네탄(-8.1%), 태극제약 이소티나(-16.8%), JW신약 제로큐탄(-5.5%), 고려제약 이소트렌(-34.4%), 코오롱 트레틴(-19.2%), 동아에스티 아크날(-46.1%) 등 주요 품목도 매출 저하를 피하지 못했다.
국내 여드름 치료제 시장은 연 15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이중 이소트레티노인은 50억원 규모로 로아큐탄의 철수에 따른 이소트레티노인 전체 시장의 축소나 타 성분으로의 스위칭 등 처방 패턴 변화도 주요 관심사다.
6월부터 영향을 미치는 처방 저해 요소는 '동의서 작성'이다. 식약처는 6월부터 레티노이드계 약을 복용할 때 환자는 책임에 대해서 알아야 하며 임신예방프로그램에서 정하고 있는 사항에 동의해야만 처방 받을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소트레티노인을 처방하는 경우 의사 및 약사는 제조사로부터 임신예방 프로그램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받아야 한다. 또 환자에게 임신예방프로그램에서 요구하는 사항들을 이해하고 따르도록 안내하며, 환자들은 이를 준수해야 한다.
즉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이에 동의해야 처방을 받을 수 있다는 '절차'가 처방 패턴 변화의 핵심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해웅 루이피부과의원 원장은 "처방시 복용 동의서를 받는게 쉽지만은 않다"며 "안전을 위한 것이지만 동의서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환자들의 불안감을 키울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의료진도 복용 동의서를 받는 게 불편하고 환자들은 부작용을 우려한다면 다른 약물로의 처방 패턴 변화 가능성이 있다"며 "항생제만으로는 여드름 치료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안전성과 효과의 타협점을 찾는 게 과제가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경구제로는 상대적으로 부작용 면에서 안전하다는 강점이 있어 항생제 계열이 많이 처방된다. 테트라사이클린, 미노사이클린, 독시사이클린이 이에 해당하는데 여드름 P.Acne균의 내성이 한계로 지적된다.
이해웅 원장은 "2004년에서 2013년까지 여드름 치료제 처방 경향을 다룬 연구를 보면 테트라사이클린만 처방이 늘어났고 나머지는 대동소이하거나 줄어든다"며 "이는 스피로노락톤이나 경구 피임약, 이소트레티노인의 대체 약제에 대한 욕구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처방 변동 가능성을 노린 새로운 약제도 출시 대기중이다. 갈더마코리아는 무항생제 여드름 치료제 '에피듀오 포르테'(성분명 아다팔렌+과산화벤조일)를 7월 출시할 계획이다.
에피듀오 포르테는 이소트레티노인과 같은 비타민A 유도체 계열 성분을 사용했지만 국소 도포하는 형태라 경구용보다는 안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항생제 내성균도 2~4주 도포후 80~90%에 달하는 제균 효과를 나타냈다.
해묵은 부작용 이슈…시장 철수 원인은 규제책
여드름 치료제의 대명사 로슈사의 로아큐탄이 이달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다. 1993년 품목 허가를 받은 로아큐탄은 치료 효과를 바탕으로 여드름 치료제의 대명사로 인식됐다. 그만큼 강력한 효과를 자랑했다는 것.
로아큐탄은 2018년 기준 2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03년부터 이어진 후발주자들의 제네릭 출시에도 불구하고 레티노이드계에서 절반 이상 시장 점유율을 유지해왔다. 시장성 저하로 철수를 결정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소트레티노인을 주성분으로 하는 비타민 A 유도체는 기형아 유발성(최기형성)이 매우 높으므로, 임부 또는 임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여성에게 금기다.
치료도중 임신할 경우에도 투여용량이나 투여기간에 상관없이 기형아 유발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약물에 노출된 모든 태아는 잠재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심각한 부작용이지만 로아큐탄이 1990년대 출시된 만큼 해당 이슈는 의료진 사이에서 흔히 알려진 내용이었다.
피부과학회 관계자는 "비타민 A 유도체는 오랜동안 안전하게 사용돼 온 약물이고 부작용 이슈도 과거부터 존재했던 것이다"며 "일선 현장에서는 전문의들이 경각심을 가지고 기형아 출산 부작용을 잘 설명한다"고 밝혔다.
비타민 A 유도체 계열의 침체는 2017년 국회에서 부작용 관리 프로그램 도입 간담회를 개최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국회의 관리 프로그램 도입 촉구에 따라 식약처는 작년 말 이소트레티노인, 알리트레티노인, 아시트레틴 3개 품목을 시판 후 의약품의 위해성 관리계획(RMP) 제출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어 올해 6월부터는 가임기 여성이 비타민 A 유도체 계열 의약품을 사용할 때, 반드시 동의서 등을 통해 임신을 확인하도록 하는 '임신예방 프로그램'을 의무화했다.
사실상 로아큐탄의 국내 철수 및 유사 계열의 침체는 부작용이 직접적으로 작용했다기보다는 품목별 위해성 관리계획과 처방시 동의서 작성 등의 사후 관리 규제가 작동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자진 취하 러시·매출 직격탄…처방 패턴 바뀔까
비타민 A 유도체 품목의 침체는 예고된 바다.
2009년 로슈는 부작용 소송과 배상금액에 부담을 느껴 미국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앞서 미국 FDA는 임신 가능성이 있는 여성이 이소트레티노인을 처방받을 때 사전 등록절차를 밟도록 했다. 미국과 비슷한 행정 규제들이 국내에 도입되면서 로아큐탄의 철수 내지 유사 계열의 시장 침체는 예고됐다는 뜻이다.
작년 말 식약처의 의약품의 위해성 관리계획(RMP) 제출 의무화 이후 동광제약 뉴티논연질캡슐, 대한뉴팜 아크논연질캡슐 등 자진 품목 취하가 줄이은 것도 그 연장선상.
부작용 논란이 재점화되면서 매출 저하도 표면화됐다. 의약품 시장조사 기관 유비스트 기준 대웅제약 알리톡은 2017년 64억원 매출에서 2018년 55억원으로 13.4% 하락했고, 같은 기간 한미약품 이소티논은 13억 6500만원에서 12억 3460만원으로 9.6% 하락했다.
이외 대웅제약 아큐네탄(-8.1%), 태극제약 이소티나(-16.8%), JW신약 제로큐탄(-5.5%), 고려제약 이소트렌(-34.4%), 코오롱 트레틴(-19.2%), 동아에스티 아크날(-46.1%) 등 주요 품목도 매출 저하를 피하지 못했다.
국내 여드름 치료제 시장은 연 15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이중 이소트레티노인은 50억원 규모로 로아큐탄의 철수에 따른 이소트레티노인 전체 시장의 축소나 타 성분으로의 스위칭 등 처방 패턴 변화도 주요 관심사다.
6월부터 영향을 미치는 처방 저해 요소는 '동의서 작성'이다. 식약처는 6월부터 레티노이드계 약을 복용할 때 환자는 책임에 대해서 알아야 하며 임신예방프로그램에서 정하고 있는 사항에 동의해야만 처방 받을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소트레티노인을 처방하는 경우 의사 및 약사는 제조사로부터 임신예방 프로그램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받아야 한다. 또 환자에게 임신예방프로그램에서 요구하는 사항들을 이해하고 따르도록 안내하며, 환자들은 이를 준수해야 한다.
즉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이에 동의해야 처방을 받을 수 있다는 '절차'가 처방 패턴 변화의 핵심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해웅 루이피부과의원 원장은 "처방시 복용 동의서를 받는게 쉽지만은 않다"며 "안전을 위한 것이지만 동의서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환자들의 불안감을 키울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의료진도 복용 동의서를 받는 게 불편하고 환자들은 부작용을 우려한다면 다른 약물로의 처방 패턴 변화 가능성이 있다"며 "항생제만으로는 여드름 치료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안전성과 효과의 타협점을 찾는 게 과제가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경구제로는 상대적으로 부작용 면에서 안전하다는 강점이 있어 항생제 계열이 많이 처방된다. 테트라사이클린, 미노사이클린, 독시사이클린이 이에 해당하는데 여드름 P.Acne균의 내성이 한계로 지적된다.
이해웅 원장은 "2004년에서 2013년까지 여드름 치료제 처방 경향을 다룬 연구를 보면 테트라사이클린만 처방이 늘어났고 나머지는 대동소이하거나 줄어든다"며 "이는 스피로노락톤이나 경구 피임약, 이소트레티노인의 대체 약제에 대한 욕구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처방 변동 가능성을 노린 새로운 약제도 출시 대기중이다. 갈더마코리아는 무항생제 여드름 치료제 '에피듀오 포르테'(성분명 아다팔렌+과산화벤조일)를 7월 출시할 계획이다.
에피듀오 포르테는 이소트레티노인과 같은 비타민A 유도체 계열 성분을 사용했지만 국소 도포하는 형태라 경구용보다는 안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항생제 내성균도 2~4주 도포후 80~90%에 달하는 제균 효과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