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응급 환자 속 말기환자 케어 현실적 한계에 고통
의료진도 환자도 만족할 수 없는 씁쓸한 의료현장
"상급종합병원은 임종하기에 좋은 환경은 아니다. 의료진이 너무 바쁘고 긴장돼 있으니까, 또 임종 환자를 위한 공간도 부족하고…"
이는 현직 상급종합병원의 교수의 말이다. 현재 완화의료 역할을 맡고 있는 의료들의 공통된 고민이다.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는 18일 오후 서울대병원 임상 제1강의실에서 '방치된 현실 그리고 변화의 목소리'라는 제목하에 제2회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개소 1주년을 맞아 그동안 말기환자를 케어하는 과정에서 어떤 고민이 있었고 앞으로 어떻게 개선해나갈 것인지를 논의했다.
화두는 상급종합병원은 말기환자가 완화의료를 받기에 적절한가. 그렇지 못하다면 이유는 무엇이고,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를 풀어냈다.
버지니아 주립대 인류학과 강지연 씨는 지난 2016년 9월부터 2018년 8월까지 약 2년간 국내 모 상급종합병원에서의 완화의료 관계자 및 환자·보호자들과 대면하며 연구를 통해 국내 의료현실을 짚었다.
그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완화의료를 실시하는 것 자체가 두가지 모순이 작용한다고 봤다.
그 첫번째가 구조적으로 '좋은 죽음'이 실현되기 어려운 곳에서 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력들은 말기돌봄에 헌신해야 한다는 점이다.
두번째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말기 돌봄을 수행해야 하지만 동시에 환자를 가급적 빨리 다른 곳으로 전원시켜야 하는 임무를 수행해야한다는 사실이다.
즉, 공간적으로 완화의료를 위한 병상 자체가 없으며 시간적으로도 치료계획에 완화의료는 포함돼 있지 않다는 얘기다.
강씨는 "상급종합병원에서는 퇴원하기 원치않는 환자와 병상이 부족한 병동사이에서 의사, 간호사들의 고민은 깊어진다"고 했다.
서울대병원 박혜윤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상급종합병원은 중증, 응급 환자를 적극적으로 치료해야하는 시스템 속에서 치료가 아닌 돌봄과 케어까지 요구하다보니 의사, 간호사들의 윤리적 고뇌가 깊다"며 "무력감과 죄책감, 방어적인 태도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제한된 병동으로 레지던트 1년차가 말기암 환자 2명 중 1명만 입원시키고 나머지 한명은 전원시켜야 하는 중책(?)을 맡아야하는 순간도 온다.
이때 해당 레지던트는 '죽어서 오늘 내가 한 행동 죄 받겠다. 지옥 가겠다'고 자책을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밖에 없는 게 상급종합병원의 현실이다.
박 교수는 "시간과 베드 등 의료자원을 아껴야 한다는 부담감과 밀려오는 중증 응급환자를 치료해야 상황에서 말기환자에 대한 지지나 완화의료는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유신혜 임상강사 또한 "3차병원에서 죽음은 곧 치료의 실패로 여겨진다. 즉, 적극적인 치료를 위해 돌아간다. 임종과정에서 돌봄을 실시할 시간도 병상 등 자원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3차병원에서 발생하는 과잉진료와 돌봄의 부재 사이에서 불균형이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는 적절한 돌봄을 제공할 수 없고 그 과정에서 의사와 간호사는 끊임없이 윤리적 괴로움을 겪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대안을 없을까.
노스웨스턴 메모리얼 병원의 임상윤리학자 진 윌사(Jeanne Wirpsa)교수는 윤리자문에서 그 답을 찾았다.
발표에 나선 진 윌사 교수 약 9개월간 에크모 시행 중인 환자를 돌보는 의사 등 의료인들 대상으로 환자에게 에크모를 삽입한지 72시간 이내에 윤리자문을 하도록 중환자실에 프로토콜을 마련했다.
그 결과 윤리적 괴로움의 온도가 '최악' '극심'에서 '불편' '경도'로 낮아지는 효과가 있었다.
그는 "이같은 노력이 윤리적 괴로움을 뿌리 뽑을 수는 없지만 줄일 수는 있다"며 "무엇보다 사기저하와 번아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현직 상급종합병원의 교수의 말이다. 현재 완화의료 역할을 맡고 있는 의료들의 공통된 고민이다.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는 18일 오후 서울대병원 임상 제1강의실에서 '방치된 현실 그리고 변화의 목소리'라는 제목하에 제2회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개소 1주년을 맞아 그동안 말기환자를 케어하는 과정에서 어떤 고민이 있었고 앞으로 어떻게 개선해나갈 것인지를 논의했다.
화두는 상급종합병원은 말기환자가 완화의료를 받기에 적절한가. 그렇지 못하다면 이유는 무엇이고,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를 풀어냈다.
버지니아 주립대 인류학과 강지연 씨는 지난 2016년 9월부터 2018년 8월까지 약 2년간 국내 모 상급종합병원에서의 완화의료 관계자 및 환자·보호자들과 대면하며 연구를 통해 국내 의료현실을 짚었다.
그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완화의료를 실시하는 것 자체가 두가지 모순이 작용한다고 봤다.
그 첫번째가 구조적으로 '좋은 죽음'이 실현되기 어려운 곳에서 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력들은 말기돌봄에 헌신해야 한다는 점이다.
두번째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말기 돌봄을 수행해야 하지만 동시에 환자를 가급적 빨리 다른 곳으로 전원시켜야 하는 임무를 수행해야한다는 사실이다.
즉, 공간적으로 완화의료를 위한 병상 자체가 없으며 시간적으로도 치료계획에 완화의료는 포함돼 있지 않다는 얘기다.
강씨는 "상급종합병원에서는 퇴원하기 원치않는 환자와 병상이 부족한 병동사이에서 의사, 간호사들의 고민은 깊어진다"고 했다.
서울대병원 박혜윤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상급종합병원은 중증, 응급 환자를 적극적으로 치료해야하는 시스템 속에서 치료가 아닌 돌봄과 케어까지 요구하다보니 의사, 간호사들의 윤리적 고뇌가 깊다"며 "무력감과 죄책감, 방어적인 태도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제한된 병동으로 레지던트 1년차가 말기암 환자 2명 중 1명만 입원시키고 나머지 한명은 전원시켜야 하는 중책(?)을 맡아야하는 순간도 온다.
이때 해당 레지던트는 '죽어서 오늘 내가 한 행동 죄 받겠다. 지옥 가겠다'고 자책을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밖에 없는 게 상급종합병원의 현실이다.
박 교수는 "시간과 베드 등 의료자원을 아껴야 한다는 부담감과 밀려오는 중증 응급환자를 치료해야 상황에서 말기환자에 대한 지지나 완화의료는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유신혜 임상강사 또한 "3차병원에서 죽음은 곧 치료의 실패로 여겨진다. 즉, 적극적인 치료를 위해 돌아간다. 임종과정에서 돌봄을 실시할 시간도 병상 등 자원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3차병원에서 발생하는 과잉진료와 돌봄의 부재 사이에서 불균형이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는 적절한 돌봄을 제공할 수 없고 그 과정에서 의사와 간호사는 끊임없이 윤리적 괴로움을 겪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대안을 없을까.
노스웨스턴 메모리얼 병원의 임상윤리학자 진 윌사(Jeanne Wirpsa)교수는 윤리자문에서 그 답을 찾았다.
발표에 나선 진 윌사 교수 약 9개월간 에크모 시행 중인 환자를 돌보는 의사 등 의료인들 대상으로 환자에게 에크모를 삽입한지 72시간 이내에 윤리자문을 하도록 중환자실에 프로토콜을 마련했다.
그 결과 윤리적 괴로움의 온도가 '최악' '극심'에서 '불편' '경도'로 낮아지는 효과가 있었다.
그는 "이같은 노력이 윤리적 괴로움을 뿌리 뽑을 수는 없지만 줄일 수는 있다"며 "무엇보다 사기저하와 번아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