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은메디칼은 왜 의료기기 할랄 인증을 받았나

정희석
발행날짜: 2020-01-07 05:45:53
  • 무슬림 인구 증가·소비 수준 향상…빠른 시장 성장세 주목
    이상철 대표 "동남아·중동시장 선점…국내사에 기회 될 것"

다은메디칼은 할랄협회(Korea Halal Association·KOHAS)로부터 천연물 상처치료제 총 9개 제품에 대한 의료기기 할랄 인증을 획득했다.
아랍어로 이슬람 교도를 의미하는 무슬림(Muslim).

전 세계 약 140개국 20억명으로 세계 인구의 28.3%를 차지하고 있는 무슬림은 아시아에 가장 많은 약 13억9000명이 거주하며, 그 중에서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지역에 집중적으로 분포돼있다.

또 아랍연맹 22개국을 포함해 이슬람 협력기구(Organization of the Islamic Conference·OIC) 가입 회원 국가만하더라도 57개국 약 8억명 이상에 달한다.

무슬림 인구는 특히 높은 출산율 등으로 오는 2030년 22억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주목할 점은 이슬람 국가들의 높은 경제성장률과 그로 인한 소비 수준 향상이 음식·관광 등 무슬림시장의 빠른 성장세를 견인하고 있는 것.

세계 각국이 무슬림시장 공략을 위해 ‘할랄’(Halal) 인증에 적극 나서고 있는 이유다.

‘허락된 것’을 뜻하는 아랍어로 무슬림이 먹거나 사용할 수 있도록 이슬람 율법에 따라 도살·처리·가공된 식품을 의미하는 할랄은 의약품·화장품·의류·관광 등 인증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의료기기 역시 예외가 아니다.

국내 의료기기제조사 다은메디칼(대표이사 이상철)은 최근 국내 최초로 의료기기 할랄 인증을 획득해 무슬림시장 공략의 유리한 입지를 선점했다.

다은메디칼이 받은 의료기기 할랄 인증서
사단법인 할랄협회(Korea Halal Association·KOHAS)로부터 의료기기 할랄 인증을 받은 제품은 식물유래 성분을 혼합해 제조한 천연물 상처치료제 총 9개에 달한다.

이상철 대표이사는 “지금까지 글로벌 의료기기시장을 지역별로 나눴다면 앞으로는 인종·종교와 같은 세부요인으로 구분해 공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특히 무슬림 인구가 증가하고 시장 또한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의료기기 할랄 인증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료기기 할랄 인증으로 무슬림들이 믿고 사용할 수 있는 천연물 소재 상처치료제라는 점을 입증해 이슬람시장에서의 유리한 영업마케팅 전략 수립과 제품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앞서 다은메디칼은 최신 규정을 적용한 의료기기 GMP(품질경영시스템)를 구축하고 CE 인증 과정과 맞물려 할랄 인증 획득을 준비한 만큼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원재료부터 제조·유통 전 과정에 걸쳐 준수사항·금기사항 모두를 꼼꼼하게 평가·관리하는 할랄 인증 절차는 결코 만만치 않았다.

전체 공정에서 ‘꼭 해야 하는 것’ 할랄을 지키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반드시 하지 말아야하는 것’을 의미하는 ‘하람’(Haram)이 단 하나라도 포함되면 안 됐기 때문.

그는 “KOHAS에서 파견한 말레이시아 심사원 2명이 진행한 할랄 인증과정은 원재료부터 제조·멸균·유통 전 과정에 걸쳐 까다로운 조건에서 이뤄졌다”고 환기했다.

이어 “상처치료제에 필요한 원재료는 추출 지역 내 일정 거리에 축산 농가가 있으면 안 되고 원재료 자체에 동물성 성분, 특히 돼지 부산물이 있는지 철저하게 확인하며, 제품 제조과정에서 사용하는 장비 윤활제 역시 동물성 윤활유를 쓰는지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제품 제조 후 외부 감마선 멸균업체에서 이뤄지는 멸균 시 우리 제품과 타사 동물성 제품을 분리해 진행하는지 철저하게 심사할 뿐만 아니라 회사 전 직원들이 할랄 교육을 받은 후 교육보고서 또한 제출해야했다”고 덧붙였다.

이상철 다은메디칼 대표는 동남아·중동 무슬림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KOHAS로부터 의료기기 할랄 인증을 획득한 다은메디칼은 동남아시아·중동 무슬림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물론 KOHAS 인증과 동남아·중동국가 할랄 인증원 간 교차인증은 아직 안 되지만 현지 진출 시 제품 신뢰도를 높이는 마케팅 수단으로 충분한 활용 가치가 있다는 판단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한·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산업협력 확대 기조에 발맞춰 향후 무슬림 인구가 많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와의 할랄 교차인증이 이뤄지면 시장 선점에도 유리하다는 계산이다.

이상철 대표는 “말레이시아만 보더라도 음식은 할랄 인증 제품을 선호하고, 또 상점 진열대에도 전용 제품을 따로 취급할 정도로 이슬람 율법을 따르는 경향이 강하다”며 “그만큼 할랄 인증을 받은 제품은 안전하다는 믿음과 신뢰도가 높아 이슬람 국가 수출 시 큰 강점이 있다”고 자신했다.

이어 “인도네시아 바이어들과는 제품 수출계약 단계에 있고, 말레이시아로부터도 샘플 요청을 받은 상태”라며 “중동국가 역시 아랍에미리트와 카타르를 중심으로 시장 개척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무슬림시장은 그 성장 속도를 감안할 때 잠재력이 매우 크기 때문에 국내 의료기기제조사들에게 분명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할랄은 엄격한 프로세스가 적용되는 만큼 국내 후발주자들이 다은메디칼의 선례를 참고해 의료기기 할랄 인증 획득으로 무슬림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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