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복 대신 가운 입고 검체 채취 주문에 의료계 '공분'

박양명
발행날짜: 2020-02-26 15:03:02
  • 전라남도 배포 공문 발단…개인보호구 기준 완화
    의협 "현장 투입 의료진 감염위험 증가…안심 지원책 시급"

보호복 대신 가운만 입고 검체 채취에 나서라는 정부 지침에 의료계가 공분하고 있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라남도가 '감염병 대비 개인보호구 배포 알림'이라는 제목으로 배포한 공문 중 개인보호구 사용기준 변경 내용이 담긴 '감염병 대비 개인보호구 배포 알림' 공문이 공개되면서 "너무 황당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6일 배포된 해당 공문은 중앙방역대책본부의 지침에 따라 작성됐다.

공문에 따르면 개인보호구 사용기준이 검체채취 시 전신보호복 착용에서 가운을 입는 것으로 바뀌었다. 보호구가 부족한데다 의료기관들이 건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레벨D 보호구 대신 가운, N95 마스크, 고글, 장갑 등 4종 세트를 의료기관에 배포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이를 접한 의료계는 "의료진을 소모품으로 보는 것"이라며 분노하고 있다. 지침이 하루아침에 바뀐데다 가운만 입고 검체채취를 한다면 감염 위험도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한 개원의는 "가운만 입고 검사한다면 감염 위험이 높아질텐데 그 의사는 격리되고 다음 의사 투입하면 된다는 황당한 생각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얼토당토 않은 조치"라고 비판했다.

검체채취 업무를 하고 있는 한 공보의도 "레벨D 보호구를 갈아입는 순간에 감염위험이 가장 높아서 두려움이 커지는데 가운을 입으라고 하면 당연히 두려움이 배가되지 않겠나"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한의사협회는 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하는 의료진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의협 김대하 홍보이사는 "당장 하루전까지만 해도 레벨D 보호구를 입어야 한다고 하다가 하루아침에 기준이 바뀌었다"라며 "검사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을 감안한 조치라고 하더라도 현장 의료진을 비롯해 앞으로 자원해서 현장에 투입될 의료진 입장에서는 보호조치가 미흡하다고 느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감염위험도 더 높이질 것"이라며 "환자와 계속 접촉해야 하는 의료인 보호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의료진이 안심하고 전심전력으로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할 수 있는 지원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라남도의사회(회장 이필수)도 즉각 성명서를 내고 "무책임하게 공보의와 군의관 등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며 맹비난했다.

전남의사회는 "감염병 환자 진단을 위해 최일선에서 활동하는 의료인에게 최소한의 보호장비 조차 지급하지 못한다는 발상이 가능한 일인가"라고 반문하며 "정부가 감염원 확산을 조금이라도 염두에 뒀다면 다량의 방호복과 마스크 등 필수 의료 물자를 비축, 통제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료인의 감염은 의료시스템 붕괴를 초래하고 더 큰 국가적 재앙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라며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고 조기에 퇴치할 의지가 있다면 모든 것에 우선해 의료인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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