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경제팀 박양명 기자
불협화음. 사전적으로는 서로 뜻이 맞지 않아 일어나는 충돌을 의미한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한 대한의사협회와 정부의 관계가 딱 그렇다.
의협은 감염병 사태를 맞아 '전문가' 단체임을 자처하며 대국민담화, 성명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정부에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의협의 목소리는 허공의 메아리일 뿐, 정부는 의협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의협 방상혁 상근부회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의협은 질병관리본부와 제대로 소통하는 채널조차 없다. 질본과의 소통은 보건복지부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정부도 의협을 비롯해 대한병원협회 등 의료단체장과의 만남을 갖고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하고는 있지만 '전문가'에게 얻어야 할 의견은 관련 의학회 관계자들로 꾸려진 '범학계 코로나19 대책위원회'를 통해 얻고 있다.
정부가 의견을 듣고 있는 '전문가'는 자칭 전문가 단체라고 하는 의협과는 어떤 접점도 없다. 의협이 추천한 인사도 아니고, 의협 내부적으로 만든 코로나19 관련 조직에 참여하지도 않는다.
그렇다 보니 의협은 기자회견까지 열고 정부에 자문하고 있는 전문가를 '비선'이라고 폄하하며 정치적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이 대통령과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오판하게 자문하고 있다며 정부 방역 실패의 단초를 제공했다고 날을 세웠다.
우선 '비선'이라는 단어를 선택한 것 자체가 정치적 해석이 들어갔다. 더군다나 의협이 '비선'이라고 지적하고 있는 전문가들 역시 의사 동료다. 실제로 자문 역할을 하고 있는 전문가 중 일부는 의협이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꾸린 신종코로나대응TF에 참여하기도 했다.
비선자문단 교체를 요청하는 기자회견를 한 후 의협은 자체적으로 기존 코로나19 감염증 대책TF를 대책본부로 확대, 개편했다. 지난달 26일 상임이사회 이후 공개된 대책본부 명단에는 의협 산하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인물이 합류했지만 감염학, 예방의학 관련 인사는 전혀 없었다. 더불어 관련 의학회에도 위원 추청을 요청한 상황으로 답변이 오는데로 대책본부에 합류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감염학, 예방의학 전문가들은 자문단으로 합류해 대책본부에 자문할 예정이다.
여지껏 의협과 정부가 제대로 화합의 목소리를 낸 사례를 찾기는 힘들다. 하지만 성향이 달라도 분명 통하는 부분이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3-1-1 캠페인), 의료인 자원봉사 모집 등에 대한 생각은 같다. 오히려 함께 같은 목소리를 냈을 때 효과는 배가 될 수 있는 내용들이다.
코로나19 사태는 특수한 상황이다. 전 국민이 합심해서 이겨나가야 한다. '정치'는 한발 물러나 있어야 하는 주제다. 공과는 뒤로 미뤄둬도 된다. 지금부터라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정책을 찾기 위해 정부는 의협과 소통해야 한다.
의협도 의료계를 대표하는 단체라면, 또 전문가 단체라면 동료 의사를 비난하기보다는 그들을 끌어안고 내부 조직에서 목소리를 내 의료계가 한목소리를 낼 수 있는 뱡항을 찾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