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기준은 병원 줄세우기...암평가연구 늦었지만 환영"

발행날짜: 2020-04-20 05:45:55
  • 김성근 가톨릭의대 교수
    여의도성모병원 외과 김성근 교수, 암 통합평가체계 개발 시동
    5대 암 넘어 전립선암까지 확대 검토…수술 부작용 지표 포함 주목

병원별 줄 세우기 논란서부터 초대형병원 봐주기와 천장효과까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질환별 적정성평가를 시행하면서 현재까지도 의료계로부터 꼬리표처럼 듣고 있는 오명들이다. 이러한 적정성평가가 주요 5대 암 분야를 시작으로 대변혁을 시도하고 있다.

평가점수 95점을 넘나들면서 효용가치가 떨어진 기존 암 적정성평가 체계를 버리고 새로운 평가체계의 도입을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급성기 치료 중심의 기준에서 좀 더 포괄적인 암 진료를 평가할 수 있는 평가체계를 도입하겠다는 의도다.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김성근 교수는 지난 2010년대 초반 5대암 적정성평가 논의 초기부터 참여해 제도 설계에 큰 역할을 해왔다.
메디칼타임즈는 최근 심평원 암 적정성평가 개선방안 연구를 수행하기로 한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김성근 교수(위장관외과‧사진)를 만나 검토 중인 '암 진료 통합평가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만점에 가까운 평가점수, 제도 무의미"

앞서 심평원은 지난 2012년 대장암에 대한 첫 적정성평가(이하 평가) 이어 연차적으로 유방암, 폐암, 위암, 간암의 순서대로 확대해 지금의 5대 암 평가가 자리를 잡아 시행 중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5대 암 중 기관단위 평가결과를 산출하는 대장암, 유방암, 폐암, 위암은 종합점수 평균이 95점 이상까지 높아 실효성 논란이 일었던 것이 사실이다. 즉 병원들 입장에서는 전체적인 진료표준화를 통해 대부분 '1등급'을 받는 '천장효과'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적정성평가의 무용론을 제기하는 것이다.

특히 현행 5대 암 평가는 수술환자만을 대상으로 평가해 대표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김성근 교수는 올해 말까지인 연구기간 동안 급성기 수술 중심 암 평가를 '포괄적인 평가'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교수는 "현재 암 평가가 급성기 치료 중심에 치우쳐 있다 보니 5대 암 중 간암의 경우 제대로 된 평가를 시작하지도 못했다. 간암 같은 경우 수술 말고도 다양한 치료법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이 때문에 5대 암 평가라고 말하지만 사실 4대 암 평가다. 간암 평가는 기관 단위로 하지 못할뿐더러 사망률 지표를 보는 것이 전부인 수준"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따라서 수술환자만을 대상 사망률과 입원일수, 수술 관련 기록률 만을 살펴봤던 기존 평가체계에서 외래 추적관찰이나 수술환자 5년 이상 장기생존 여부 등을 평가하는 '포괄평가'로의 전환을 시도하겠다는 계획이다.

2018년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4차 위암 적정성평가 결과다. 대상 기관 중 95.5%가 1등급 의료기관으로 분류된 모습이다. 병원에서는 대부분 1등급으로 분류된 탓에 더 이상 변별력이 없어졌다고 지적한다.
동시에 최근 암 치료에 있어 '다학제 진료'가 핵심으로 여겨지는 만큼 협진 여부를 둘러싼 지표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바탕으로 김 교수는 장기적으로 현행 5대 암 뿐 아니라 추가적인 암종에도 평가를 도입할 수 있는 통합평가체계를 구상하고 있다. 가정 먼저 거론되는 것이 전립선암이다.

김 교수는 "5대 암에 더해 전립선암이나 부인암 등 다양한 암종을 대상으로 평가를 도입할 수 있도록 확장성 있는 평가체계를 개발할 것"이라며 "다학제 진료 같은 경우에도 수가는 만들어졌지만 인력투입 대비 보상이 적기 때문에 일선 병원에서는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인데 이를 들여다볼 수 있는 지표 개발도 필요하다"고 시사했다.

이어 김 교수는 "평가를 둘러싸고 병원들의 가장 큰 불만은 행정부담"이라며 "인증평가와의 중복되는 부분은 모두 제거해 행정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개선의지를 드러냈다.

"병원 줄 세우기 그만…환자 병원선택 제공하는 평가로"

그러면서 김 교수는 개선안에 그동안 병원들이 제도의 가장 문제로 꼽았던 '줄 세우기'를 없애겠다고 했다.

등급으로 나누는 현재 체계가 병원별 줄 세우기를 부르고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을 이어질 뿐만 아니라 종합점수 평균이 95점이나 될 정도로 병원의 진료 표준화가 된 이상 효용가치가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김성근 교수는 내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암 관련 정책에 외과의사들의 더 많은 참여가 필요하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기존 등급으로 나눴던 평가를 인증과 유예, 비인증 체계로의 전환을 시도, 이를 심평원에 제안할 생각이다. 물론 심평원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또한 김 교수는 기존 암 평가에서 뚜렷하지 않았던 적정인력 기준 관련 지표를 강화해 외과 의사들의 필요도를 높이는 방안도 포함하겠다고 강조했다. 중환자실 평가에서 중환자 전담 전문의 여부를 필수로 넣었던 것처럼 암 평가에도 적정인력의 수준을 정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 교수는 "암 수술을 정말 잘 할 수 있는 적정인력 구성은 어떤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 구조지표에 적정인력 기준을 포함하는 논의를 해야 한다"며 "현재 순위는 매기지 않고 있지만 등급으로 평가결과를 공개하는데 앞으로는 변해야 한다. 복지부와 심평원이 해당 의료기관을 인증했다는 의미로 평가가 작용할 수 있도록 개편안을 넣겠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암 평가가 환자의 병원 선택권에 영향을 끼칠 수 있도록 대개편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기존 평가에서는 수술 사망률과 평균 재원일수 정도만 환자들에게 제공되지만 앞으로는 부작용과 재입원 횟수까지도 공개해 환자의 병원 선택지의 폭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연구를 시작하자마자 여의도성모병원과 은평성모병원, 서울성모병원에 내원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김 교수는 "췌장암을 예로 든다면 치료 후 사망률이 높지만, 환자들은 이를 감수하고서라도 수술을 받는다. 이를 봤을 때 사망률 평가가 과연 병원 선택에 도움을 주는 지표인지 모르겠다"며 "공개가 쉽지 않겠지만 수술 관련 부작용과 재입원율 등을 중심으로 된 지표로 개선해 환자 선택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평가의 목적은 환자에게 정확한 정보 전달에 있다"며 "현재는 환자도 병원도 '이 평가를 왜 해야 하나'라는 의문이 있다. 환자 입장에서 저 병원에 생명을 맡겨도 되는지를 알 수 있는 평가로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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