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준 엘케이파트너스 변호사
2002년 의료법이 개정되며 원격의료 허용에 관한 제34조가 도입될 때만 해도 세상이 크게 바뀔 줄만 알았다. 원격의료를 시작으로 비대면 진료가 허용되기 시작하면 수도권 대형종합병원에 모든 처방권이 집중될 것이라는 전망 등 많은 우려와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이후 2010년 18대 국회에 원격 진료와 원격 처방 허용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제출되었지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고, 박근혜 정부에서 시도되었던 개정안도 자동 폐기되었다.
원격의료의 개념과 필요성에 대해 진지한 국민적 논의가 이루어진 사실이 없고, 사실 대부분의 의사와 국민들은 막연히 “영리병원은 나쁘다”, “뭔가 꼼수가 있는 것 같다”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코로나가 가져온 비대면진료 필요성
그런데 2020년에 이르러 사회적 거리두기가 하나의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으면서 비대면진료 제도화가 다시금 급물살을 타고 있는 분위기다.
코로나19로 인해 바뀌게 될 새로운 세상에 대해 많은 예측이 있지만, 가장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점은 사람들끼리의 대면접촉이 없이 경제활동이 가능한 ‘언택트(Untact · 비대면) 산업’의 발전일 것이다.
그러다보니 기존에 비대면진료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 심지어 일부 개원의들도 비대면진료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시대적 흐름을 인정하려 하고 있다.
그렇다면 비대면진료와 관련하여 법률적으로는 어떤 것들이 쟁점이 될 수 있을까?
먼저 우리 의료법 제17조의 2는 “의료업에 종사하고 직접 진찰한 의사가 아니면 처방전을 작성하여 환자에게 교부하거나 발송하지 못한다”고 규정하여 대면진료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그리고 이 직접 진찰의 의미에 대하여 대법원은 “위 조항은 스스로 진찰을 하지 않고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일 뿐 대면진찰을 하지 않았거나 충분한 진찰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 일반을 금지하는 조항은 아니다(대법원 2020. 1. 9. 선고 2019두50014 판결)” 라거나, “죄형법정주의 원칙, 특히 유추해석금지의 원칙상 전화 진찰을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자신이 진찰’하거나 ‘직접 진찰’을 한 것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13. 4. 11. 선고 판결)”고 하여 그 기준을 제시해 왔다.
원격의료 본격화 시 언택트 관련된 이웃법도 정비해야
하지만 원격의료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의료인이 먼 곳에 있는 환자에 대하여 직접 진료할 수 있는 비대면진료가 혀용되고, 응급환자나 도서ㆍ벽지에 있는 환자에 대하여 의사가 영상통신 등을 활용하여 직접 진찰ㆍ처방 등의 의료행위가 허용될 것으로 예상된다(18대 국회에서 폐기된 의료법 개정안, 의안번호 1808132호 참고).
즉, 직접 진찰의 의미가 컴퓨터ㆍ영상통신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영상진단, 즉 사실상 비대면진료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하지만 진료는 원격으로 받더라도, 환자는 약을 받기 위해 약국에 가서 약사를 만나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약사법상 외래진료의 의약품의 조제는 약사가 해야 하기 때문이다. 언택트(Untact · 비대면) 산업 발전을 1차적인 목적으로 둔다면, 원격진료를 전면 도입하면서 약사법 규정도 함께 정비되어야 할 것인데, 이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풀어갈 수 있을지 아직은 논의가 부족하다.
다음으로 의료사고 등 문제가 발생했을 때 누가 어느 정도의 책임을 져야 할지 문제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원격지 의사가 실수를 했고, 통신 장비에도 문제가 있었으며, 현지 의사는 이를 시정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적극적으로 조치하지 않았고, 환자는 원격지 의사의 지시사항을 위반하여 증상이 악화된 경우를 가정해 본다면, 누가 어느 정도의 책임을 부담해야 할지 정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현행법에서는 원격의료를 하는 자가 환자를 직접 대면하여 진료하는 경우와 같은 책임을 지되, 현지의 의사가 우선적인 책임을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의료법 제34조 제3항, 제4항), 비대면 진료가 본격화된다면 이는 뒤바뀔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원격지 의사의 책임범위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법적 안전장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대면진료가 꼭 필요치 않는 진료선에서 원격의료 추진
Teladoc이 태동한 미국과 우리나라의 의료 환경이 다르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1차 의료서비스 공급량을 감안한다면, 우리나라에서 미국처럼 급격한 비대면 의료 산업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리고 적절히 분업되어 있는 1, 2, 3차 의료기관의 각 기능이 뒤바뀌거나 산업에 혼란을 주지 않도록 수가 산정 등에 있어서도 적정을 기해야 할 것이다. 이 부분은 법률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정책적인 결정과 협상의 분야일 것이지만, 원격의료의 본격 도입을 위해 넘어야 할 가능 큰 산이기도 하다.
다만, 당장 나에게 큰 병이 생긴다면 의사를 직접 만나지 않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거나 원격지에서 관리하는 수술도구로 수술을 받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환자들의 생각일 것이다. 일단 첫 번째는 의사를 만나서 내 증상을 보여주고 직접 치료를 받은 후, 그 이후로 대면진료가 꼭 필요치 않은 의약품 처방 등에서 원격진료를 고려해볼 수 있을 뿐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아주 급격하고 갑작스러운 제도 변경 보다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한다는 정도의 의미에서 법안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 본다. 어떤 방향이 되었건, 제도의 변경에는 법해석상의 혼란이 뒤따르기 마련이므로 위 몇 가지 쟁점 정도는 염두에 두고 미래에 대비하길 바란다.
하지만 이후 2010년 18대 국회에 원격 진료와 원격 처방 허용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제출되었지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고, 박근혜 정부에서 시도되었던 개정안도 자동 폐기되었다.
원격의료의 개념과 필요성에 대해 진지한 국민적 논의가 이루어진 사실이 없고, 사실 대부분의 의사와 국민들은 막연히 “영리병원은 나쁘다”, “뭔가 꼼수가 있는 것 같다”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코로나가 가져온 비대면진료 필요성
그런데 2020년에 이르러 사회적 거리두기가 하나의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으면서 비대면진료 제도화가 다시금 급물살을 타고 있는 분위기다.
코로나19로 인해 바뀌게 될 새로운 세상에 대해 많은 예측이 있지만, 가장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점은 사람들끼리의 대면접촉이 없이 경제활동이 가능한 ‘언택트(Untact · 비대면) 산업’의 발전일 것이다.
그러다보니 기존에 비대면진료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 심지어 일부 개원의들도 비대면진료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시대적 흐름을 인정하려 하고 있다.
그렇다면 비대면진료와 관련하여 법률적으로는 어떤 것들이 쟁점이 될 수 있을까?
먼저 우리 의료법 제17조의 2는 “의료업에 종사하고 직접 진찰한 의사가 아니면 처방전을 작성하여 환자에게 교부하거나 발송하지 못한다”고 규정하여 대면진료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그리고 이 직접 진찰의 의미에 대하여 대법원은 “위 조항은 스스로 진찰을 하지 않고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일 뿐 대면진찰을 하지 않았거나 충분한 진찰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 일반을 금지하는 조항은 아니다(대법원 2020. 1. 9. 선고 2019두50014 판결)” 라거나, “죄형법정주의 원칙, 특히 유추해석금지의 원칙상 전화 진찰을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자신이 진찰’하거나 ‘직접 진찰’을 한 것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13. 4. 11. 선고 판결)”고 하여 그 기준을 제시해 왔다.
원격의료 본격화 시 언택트 관련된 이웃법도 정비해야
하지만 원격의료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의료인이 먼 곳에 있는 환자에 대하여 직접 진료할 수 있는 비대면진료가 혀용되고, 응급환자나 도서ㆍ벽지에 있는 환자에 대하여 의사가 영상통신 등을 활용하여 직접 진찰ㆍ처방 등의 의료행위가 허용될 것으로 예상된다(18대 국회에서 폐기된 의료법 개정안, 의안번호 1808132호 참고).
즉, 직접 진찰의 의미가 컴퓨터ㆍ영상통신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영상진단, 즉 사실상 비대면진료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하지만 진료는 원격으로 받더라도, 환자는 약을 받기 위해 약국에 가서 약사를 만나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약사법상 외래진료의 의약품의 조제는 약사가 해야 하기 때문이다. 언택트(Untact · 비대면) 산업 발전을 1차적인 목적으로 둔다면, 원격진료를 전면 도입하면서 약사법 규정도 함께 정비되어야 할 것인데, 이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풀어갈 수 있을지 아직은 논의가 부족하다.
다음으로 의료사고 등 문제가 발생했을 때 누가 어느 정도의 책임을 져야 할지 문제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원격지 의사가 실수를 했고, 통신 장비에도 문제가 있었으며, 현지 의사는 이를 시정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적극적으로 조치하지 않았고, 환자는 원격지 의사의 지시사항을 위반하여 증상이 악화된 경우를 가정해 본다면, 누가 어느 정도의 책임을 부담해야 할지 정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현행법에서는 원격의료를 하는 자가 환자를 직접 대면하여 진료하는 경우와 같은 책임을 지되, 현지의 의사가 우선적인 책임을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의료법 제34조 제3항, 제4항), 비대면 진료가 본격화된다면 이는 뒤바뀔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원격지 의사의 책임범위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법적 안전장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대면진료가 꼭 필요치 않는 진료선에서 원격의료 추진
Teladoc이 태동한 미국과 우리나라의 의료 환경이 다르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1차 의료서비스 공급량을 감안한다면, 우리나라에서 미국처럼 급격한 비대면 의료 산업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리고 적절히 분업되어 있는 1, 2, 3차 의료기관의 각 기능이 뒤바뀌거나 산업에 혼란을 주지 않도록 수가 산정 등에 있어서도 적정을 기해야 할 것이다. 이 부분은 법률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정책적인 결정과 협상의 분야일 것이지만, 원격의료의 본격 도입을 위해 넘어야 할 가능 큰 산이기도 하다.
다만, 당장 나에게 큰 병이 생긴다면 의사를 직접 만나지 않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거나 원격지에서 관리하는 수술도구로 수술을 받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환자들의 생각일 것이다. 일단 첫 번째는 의사를 만나서 내 증상을 보여주고 직접 치료를 받은 후, 그 이후로 대면진료가 꼭 필요치 않은 의약품 처방 등에서 원격진료를 고려해볼 수 있을 뿐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아주 급격하고 갑작스러운 제도 변경 보다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한다는 정도의 의미에서 법안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 본다. 어떤 방향이 되었건, 제도의 변경에는 법해석상의 혼란이 뒤따르기 마련이므로 위 몇 가지 쟁점 정도는 염두에 두고 미래에 대비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