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윤 인제의대 학생(2학년)
의대협 사업 1국 국장
|인제의대 의하과 2학년강혜윤 |평소 관심 있었던 분야에 종사하고 계시는 교수님을 운 좋게 찾아 뵌 적이 있었다. 교수님께서는 "왜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됐니?"라고 물으셨다. 해당 분야에서 저명하신 교수님 앞이라 교수님의 질문에 더 잘 답해드리고 싶었다. 그동안 읽었던 책과 여러 경험을 인용하며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를 자세히 말씀드렸다. 이에 교수님께서 생각에 잠기신 표정으로 계시다가 한 마디를 건네셨다. "지금 그 첫 마음 잊지 말아라".
중요하지만, 너무나도 지키기 어려운 한 마디였다. 무거운 마음을 이끌고 기숙사에 내려가는 중에, 교수님께서 왜 첫 마음을 잊지 말라고 당부하셨는지 이유를 떠올려 보았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나를 이끌어오기까지 가졌던 첫 마음을 떠올려보았다.
고등학교 1학년 진로 수업에 '나의 꿈 발표하기'라는 활동 시간이 있었다. 그 꿈을 왜 가지게 됐는지, 그리고 앞으로 꿈을 향해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 발표하는 시간이었다. '비록 학업의 양이 많아 힘든 길이겠지만 그 길속에서 사람의 마음을 진심으로 어루만져 줄 수 있는 '마음 따뜻한 의사'가 되고 싶다고 발표를 했다.
발표가 끝나고 선생님과 친구들은 꿈을 이룰 수 있을 거라며 진심으로 격려해주었다. 격려를 받은 나는 꿈을 향해 나아가는 데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용기를 가지게 됐다. 처음으로 나의 꿈을 다른 사람에게 알린 이 순간, 지금 이 마음을 잊지 말자고 다짐했다.
이후 '마음이 따뜻한 의사'는 어떤 일을 지원할 때 빠지지 않는 지향점 같은 단어가 됐다. 그 8글자를 적을 때면 당시 고등학교 때 처음으로 나의 꿈을 발표했던 기억이 떠올라 저절로 힘이 났다.
하지만 의과대학에 들어와 학업과 동아리, 여러 활동들을 바삐 할 때면 당장 앞만 보게 됐다. 그렇게 하루하루 현재 삶에 익숙해지고, 당장의 것들만 보고 살아가게 됐다. 며칠 후에 있을 시험을 향해, 눈앞에 있는 동아리 공연을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살다가 나도 모르게 지쳐 갔다. 마음도 몸도 점점 지쳐 가 시험이 며칠 남지 않았는데도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았다.
누구나 의과대학에 다니다가 이렇게 지친 경험이 한 번 쯤은 있을 것이다. 의과대학에 입학해 고등학교 때와는 다른 양상의 학업량과 시험들을 맞이하게 되면 시험에 맞춰 d-day를 세며 살게 된다. 주마다 한 번씩 시험이 있는 경우가 빈번하고,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무시무시한 재시험과 유급이 기다리고 있어 시험은 더욱 커다란 존재로 다가온다. 이에 다른 것들은 뒷전이 된다.
'당장 시험에 통과하는 게 중요하니까.', '적어도 무사히 학교는 다닐 수 있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마음을 졸이며 살아간다. 그러다보니 사람이 예민해지고, 지치기 시작한다. 이렇듯 당장의 발걸음을 떼는 데 집중하다보면 왜 처음에 이 길로 나아왔는지, 왜 내가 이 길 위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지를 잊을 때가 많다. 더욱이 힘들면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잠시 쉬어갈까. 왜 내가 이 길을 선택했지.' 하며 이 길을 선택한 과거의 나를 후회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의과대학 생활 중 왜 이렇게 지치는 것일까. 당장의 시험, 성적, 성과물과 같은 단기적인 목표에 맞춰 달리다 보니 정작 내가 바라는 꿈을 위해 이 모든 여정을 시작했다는 가장 큰 그림을 잊은 것은 아닐까. 처음에 꿈을 향한 이 여정을 왜 시작하게 됐는지, 꿈을 향해 노력할 때 나의 첫 다짐과 포부는 어떠했는지, 꿈을 이룬다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말이다. 나의 꿈을 처음으로 다른 사람에게 말했을 때의 순간을 떠올려보자. 물론 이러한 회상이 지치고 피곤한 의과대학 생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돼줄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어두컴컴한 밤에 길잡이 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