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파업에 코로나까지…대학병원들 비상모드로 전환

발행날짜: 2020-08-20 05:45:58
  • 수도권 대형병원 중심 외래‧입원환자 줄이는 비상진료체계 검토
    전공의 공백에 코로나19로 주니어 교수들 업무부담 "엎친 데 덮친 격"

"의·정 대화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했는데 한숨만 나온다." "의료계 파업과 코로나19 상황이 겹치면서 중요한 수술은 이미 연기했다." "병동 환자 퇴원 조치와 더불어 (신규)환자 입원을 최소화로 줄이고 있다."

전공의 수련을 병행하고 있는 수도권 대학병원들이 전공의 무기한 파업 시점인 21일을 기점으로 비상체계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젊은의사를 중심으로 한 의료계 파업과 코로나19 재유행이 겹친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다.

특히 지난 19일 극적으로 성사된 의·정 대화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했던 의료현장의 의료진들은 "파국만 남았다"며 전공의 무기한 파업에 따른 의료공백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이 가운데 3주 연속으로 진행되는 젊은의사 중심의 파업으로 인해 수련병원 내에서는 이른바 '주니어 스탭'들의 업무과중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의 로비 모습이다. 수도권 대형병원들이 전공의 중심 집단파업과 코로나19 상황이 맞물리면서 비상진료체계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19일 메디칼타임즈가 수도권 대형병원들을 중심으로 확인한 결과, 다음 주 외래와 입원 진료 모두 비상진료체계로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3주 연속으로 금요일마다 전공의를 포함한 젊은의사 중심 집단파업이 예고한 데다 이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기 때문에 이를 사전에 대비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대한전공의협의회는 21일 인턴과 레지던트 4년차 업무중단을 시작으로 23일까지 레지던트 전 연차가 업무중단을 예고했다. 여기에 26일은 인턴과 레지던트가 시험 거부를 선언할 예정이며, 31일부터는 집단 사직서를 작성한다는 계획이다.

즉, 수도권 대형병원들은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 회동에서 진전이 없을 경우를 대비하는 것이다. 젊은의사 중심 파업이 장기화돼 수도권 대형병원 진료체계에 차질이 빚어지는 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상황으로 진료 축소가 불가피해지는 최악의 상황을 고려한 조치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수도권 대형병원들은 완화했던 입원진료체계를 강화해 코로나19 재유행에 대비하는 한편, 다음 주 수술일정을 연기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미 많은 병원들이 입원환자 코로나19 검사 의무화를 실시하는가 하면 외래와 입원진료 축소를 고민하는 동시에 관절수술 등 정형외과 수술은 상당수 연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A대학병원 내과 교수는 "전공의 파업에다 코로나19 재유행 시기가 겹치면서 진료체계를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며 "비상진료체계로 전환하고 환자를 줄여 진료를 볼 예정"이라고 전했다.

서울 내 또 다른 상급종합병원 외과 교수 역시 "이미 다음 주 혼자 할 수 있는 수술 빼고는 큰 수술은 모두 연기했다"며 "만약 전공의들의 파업이 계속된다면 주말동안 환자들이 방치되는 일이 없도록 퇴원과 입원 경과기록 작성을 마치도록 주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콜 대기‧당직에 선별진료소까지…주니어 스탭 업무부담

이 가운데 3주 연속으로 젊은의사 중심으로 파업이 진행되면서 덩달아 조교수와 부교수 중심의 '주니어 스탭'들의 업무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한 지방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의 모습이다. 전공의 파업과 코로나19 상황이 겹치면서 진료공백을 메꿔왔던 주니어 교수들의 업무부담이 더 커지는 모습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대형병원에선 30~40대 중심 주니어 스탭으로 분류되는 교수들은 외래진료와 수술을 정상적으로 소화하면서도 그동안 전공의 공백에 따른 당직과 병동 업무를 대신해왔다.

젊은 교수들이 전공의 공백을 대신하고 이를 고령의 시니어 교수들이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료체계를 유지해온 것.

서울의 S대학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휴가 중에도 재택근무를 하면서 당직 스케줄을 짜야 하는 상황"이라며 "펠로우와 함께 주니어 스탭들이 도맡아 하고 있다. 현재 병원 자체적으로 젊은 교수들은 휴가여도 서울 시내 밖으로 이동을 하지 않고 콜에 대기하도록 조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기에 주니어 스탭들이 나서 고생하자는 분위기였지만 전공의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사실 힘들다"며 "콜 대기로 휴가를 내도 쉴 수가 없다. 응급이나 병동에서의 콜의 경우 여차하면 바로 교수들이 받기로 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여기에 주니어 스탭으로 분류되는 교수들은 코로나19 재유행에 따른 선별진료소 지원까지 나가야 하는 형편이다.

또 다른 대학병원 외과 교수는 "만 55세 이하 교수들로 당직 스케줄을 채워 버텨왔는데 힘에 부친다"며 "코로나19 재확산의 여파로 선별진료소 지원까지 나가야 하는데 전공의 파업까지 겹치면 정말 체력적으로 쉽지 않다.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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