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희 전 식약처 임상심사위원
필자는 작년 7월부터 식약처의 부실한 의약품/의료기기 안전관리 부실에 항의하기 위해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이로 인해 3개월 정직과 해고 처분을 받았다. 이번 칼럼에서는 필자가 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는가를 얘기해 보고자 한다.
최근 뉴스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승인되는 임상시험이 점점 증가되고 있다. 임상시험이란 아직 안전성,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의약품에 대한 시험이기 때문에 승인 후 안전성 감시가 매우 중요하다. 미국의 FDA는 임상시험 승인 후 안전성 정보를 모니터링해 중대한 우려가 발생했을 때 수시로 임상시험 보류, 임상시험 취소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런 조치가 취해진 적이 거의 없다. 왜일까? 임상시험 승인 후 안전성 정보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기 때문이다.
의약품/의료기기 안전성 정보를 전문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이유는 부작용의 약 50%는 예방 또는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발생 자체를 막을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위해관리계획의 조기 수립으로 상당 부분 관리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미약품의 올리타정에서 문제가 됐던 중증피부반응(독성표피괴사용해, 스티븐스존슨증후군 등) 부작용의 경우 1건만 발생해도 즉각 연구자들에게 정보를 알려서 충분히 경고했다면 추후 발생한 사례에서는 좀 더 초기에 관리되고, 사망을 방지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안전성 관리가 적절하게 됐다면 약물 개발이 중지되는 최악의 결과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다. 즉, 안전성 관리는 신약개발 성공에도 매우 중요하며, 이를 잘 아는 다국적 제약회사는 안전성 관리에 막대한 투자를 한다.
임상시험 승인 후 안전성 정보는 두가지 형태로 식약처에 보고되는데, 한가지는 임상시험 중 발생한 이상반응을 전반적으로 정리한 개발 중 의약품의 정기안전성보고(Development Safety Update Report, DSUR)로서 가장 중요한 자료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식약처는 이를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었다. 2010년 식약처 연구용역보고서에서 정기적인 DSUR 보고의 필요성에 대한 결론이 도출됐고, 2012년, 2015년 식약처에서 발행한 '임상시험 관련 자주 묻는 질의응답집'에 임상시험을 시행하는 회사가 주기적으로 DSUR 을 제출하도록 명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식약처는 회사가 DSUR을 제출하는지조차 감시하지 않았다.
결국 식약처에서 임상시험 관련 안전성 정보로서 검토하는 유일한 정보는 예상하지 못한 중대한약물이상반응(Suspected Unexpected Serious Adverse Reaction, SUSAR) 한가지이다. 또한 다국가 임상의 경우 해외에서 발생하는 SUSAR가 훨씬 많지만, 식약처는 해외 발생사례는 보고만 받고 검토는 하지 않으며, 오직 국내 발생한 SUSAR만 검토하고 있다. 그런데 이 유일하게 검토하는 국내 SUSAR 조차 제대로 검토되지 않고 있었다. 필자가 식약처에 들어갔을 때 검토하지 않은 SUSAR 보고서가 수개월 ~ 1년치 이상 쌓여 있었다. 임상시험 중 안전성 정보는 즉각 검토돼 필요한 경우 즉각 조치가 취해져야 함에도 말이다. 식약처가 얼마나 임상시험 승인 후 안전성 모니터링을 부실하게 하고 있는가 확인하니 너무 절망이 됐다. 우리나라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환자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식약처 고위 공무원들에게 DSUR 검토를 하라고 여러 차례 메일과 구두로 요청했으나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식약처 고위 공무원들의 공통된 특징은 메일을 보내도 아무런 답변이 없다는 점이다. 세미나 등에서도 여러 차례 동일한 의견을 얘기했으나, 역시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심지어 어떤 의약품이 황당하게 허가가 된 것을 확인하고 허가취소하라는 메일을 보내도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소위 전문가 집단이라는 조직이 이 정도로 완고하다면 사실상 전문가 집단이라고 할 수 없다. 전문성은 반드시 유연성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식약처의 완고함에 깊이 절망했지만, 부실한 의약품/의료기기 안전성 관리는 대한민국 국민에게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작은 변화라도 만들기 위해서 식약처 고위공무원들에게 임상심사위원(의사) 중 2명이라도 안전성 검토를 전담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안전성 검토 부서조차 없는 식약처 평가원에 작은 시작이라도 만들 수 있게 해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필자는 성격상 간곡히 요청하는 사람이 아니지만, 고위 공무원들이 역시나 아무런 답변이 없을 때에도 다시 한 번 간곡히 메일로 요청했다. 직접 만나게 될 계기가 생겼을 때 다시 한번 간곡히 부탁했다. 그러나 역시 무반응이었다.
이 때 필자는 깨달았다. 식약처는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하는 것이라는 것을! 더 이상 내부에서는 어떤 발전도 도모할 수 없겠다는 결정을 하게 됐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식약처의 부실한 의약품/의료기기 안전성 관리에 대해서 국민들이 적어도 알기는 해야 하므로 1인 시위를 하게 된 것이다.
BTS 프로듀서 방시혁 대표가 한 대학교 졸업식에서 이런 말을 했다. "세상에는 타협이 너무 많고, 많은 사람들이 일을 만드는게 껄끄럽다는 이유 등으로 현실에 안주하지만 나는 태생적으로 그것을 못한다" 필자 또한 그러하다. 식약처가 2020년부터는 DSUR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하고, 최근 식약처 평가원에 SUSAR 검토하는 전담 임상심사위원이 생긴다(생겼다)는 말을 들으니, 나의 분노가 헛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과연 식약처는 DSUR을 제대로 검토할 수 있을까? 현재의 의사 인원으로는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차라리 약물부작용감시의 경험이 있는 지역약물감시센터에 외주를 주기 바란다. 다음 칼럼에서는 허가 후 안전성 정보인 PSUR 검토의 실상에 대해서 알아보자.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최근 뉴스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승인되는 임상시험이 점점 증가되고 있다. 임상시험이란 아직 안전성,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의약품에 대한 시험이기 때문에 승인 후 안전성 감시가 매우 중요하다. 미국의 FDA는 임상시험 승인 후 안전성 정보를 모니터링해 중대한 우려가 발생했을 때 수시로 임상시험 보류, 임상시험 취소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런 조치가 취해진 적이 거의 없다. 왜일까? 임상시험 승인 후 안전성 정보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기 때문이다.
의약품/의료기기 안전성 정보를 전문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이유는 부작용의 약 50%는 예방 또는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발생 자체를 막을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위해관리계획의 조기 수립으로 상당 부분 관리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미약품의 올리타정에서 문제가 됐던 중증피부반응(독성표피괴사용해, 스티븐스존슨증후군 등) 부작용의 경우 1건만 발생해도 즉각 연구자들에게 정보를 알려서 충분히 경고했다면 추후 발생한 사례에서는 좀 더 초기에 관리되고, 사망을 방지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안전성 관리가 적절하게 됐다면 약물 개발이 중지되는 최악의 결과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다. 즉, 안전성 관리는 신약개발 성공에도 매우 중요하며, 이를 잘 아는 다국적 제약회사는 안전성 관리에 막대한 투자를 한다.
임상시험 승인 후 안전성 정보는 두가지 형태로 식약처에 보고되는데, 한가지는 임상시험 중 발생한 이상반응을 전반적으로 정리한 개발 중 의약품의 정기안전성보고(Development Safety Update Report, DSUR)로서 가장 중요한 자료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식약처는 이를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었다. 2010년 식약처 연구용역보고서에서 정기적인 DSUR 보고의 필요성에 대한 결론이 도출됐고, 2012년, 2015년 식약처에서 발행한 '임상시험 관련 자주 묻는 질의응답집'에 임상시험을 시행하는 회사가 주기적으로 DSUR 을 제출하도록 명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식약처는 회사가 DSUR을 제출하는지조차 감시하지 않았다.
결국 식약처에서 임상시험 관련 안전성 정보로서 검토하는 유일한 정보는 예상하지 못한 중대한약물이상반응(Suspected Unexpected Serious Adverse Reaction, SUSAR) 한가지이다. 또한 다국가 임상의 경우 해외에서 발생하는 SUSAR가 훨씬 많지만, 식약처는 해외 발생사례는 보고만 받고 검토는 하지 않으며, 오직 국내 발생한 SUSAR만 검토하고 있다. 그런데 이 유일하게 검토하는 국내 SUSAR 조차 제대로 검토되지 않고 있었다. 필자가 식약처에 들어갔을 때 검토하지 않은 SUSAR 보고서가 수개월 ~ 1년치 이상 쌓여 있었다. 임상시험 중 안전성 정보는 즉각 검토돼 필요한 경우 즉각 조치가 취해져야 함에도 말이다. 식약처가 얼마나 임상시험 승인 후 안전성 모니터링을 부실하게 하고 있는가 확인하니 너무 절망이 됐다. 우리나라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환자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식약처 고위 공무원들에게 DSUR 검토를 하라고 여러 차례 메일과 구두로 요청했으나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식약처 고위 공무원들의 공통된 특징은 메일을 보내도 아무런 답변이 없다는 점이다. 세미나 등에서도 여러 차례 동일한 의견을 얘기했으나, 역시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심지어 어떤 의약품이 황당하게 허가가 된 것을 확인하고 허가취소하라는 메일을 보내도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소위 전문가 집단이라는 조직이 이 정도로 완고하다면 사실상 전문가 집단이라고 할 수 없다. 전문성은 반드시 유연성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식약처의 완고함에 깊이 절망했지만, 부실한 의약품/의료기기 안전성 관리는 대한민국 국민에게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작은 변화라도 만들기 위해서 식약처 고위공무원들에게 임상심사위원(의사) 중 2명이라도 안전성 검토를 전담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안전성 검토 부서조차 없는 식약처 평가원에 작은 시작이라도 만들 수 있게 해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필자는 성격상 간곡히 요청하는 사람이 아니지만, 고위 공무원들이 역시나 아무런 답변이 없을 때에도 다시 한 번 간곡히 메일로 요청했다. 직접 만나게 될 계기가 생겼을 때 다시 한번 간곡히 부탁했다. 그러나 역시 무반응이었다.
이 때 필자는 깨달았다. 식약처는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하는 것이라는 것을! 더 이상 내부에서는 어떤 발전도 도모할 수 없겠다는 결정을 하게 됐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식약처의 부실한 의약품/의료기기 안전성 관리에 대해서 국민들이 적어도 알기는 해야 하므로 1인 시위를 하게 된 것이다.
BTS 프로듀서 방시혁 대표가 한 대학교 졸업식에서 이런 말을 했다. "세상에는 타협이 너무 많고, 많은 사람들이 일을 만드는게 껄끄럽다는 이유 등으로 현실에 안주하지만 나는 태생적으로 그것을 못한다" 필자 또한 그러하다. 식약처가 2020년부터는 DSUR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하고, 최근 식약처 평가원에 SUSAR 검토하는 전담 임상심사위원이 생긴다(생겼다)는 말을 들으니, 나의 분노가 헛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과연 식약처는 DSUR을 제대로 검토할 수 있을까? 현재의 의사 인원으로는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차라리 약물부작용감시의 경험이 있는 지역약물감시센터에 외주를 주기 바란다. 다음 칼럼에서는 허가 후 안전성 정보인 PSUR 검토의 실상에 대해서 알아보자.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