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 후폭풍? 여당 의료계 때리기 "보복성 법안 유감"

박양명
발행날짜: 2020-10-13 05:45:52
  • 파산 미복권 면허 취소 법안 등장에 특히 발끈 "위험한 입법"
    의협 "여당과 합의 후 보복성 발의 잇따라…신뢰 손상 유감"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 재등장에 이어 파산하면 의사면허를 취소토록 하는 법안, 여기에 의사 국가고시 문제점 지적까지.

국회에서 의료계를 옥죄는 법안과 발언들이 연일 나오고 있다. 이에 의료계도 총파업 후 여당을 중심으로 '보복성' 법안과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의료인 면허 관리 법안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의료계는 여당이 총파업에 대한 보복성 법안을 내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김대하 대변인은 12일 "여당과 9‧4 합의 이후 약 한 달 동안 의료계가 반대해온 취지의 법안들이 여당에서 계속 발의되고 있다"라며 "이는 다분히 보복성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합의의 기본적인 발판이라고 할 수 있는 신뢰를 손상할 수도 있는 행태라 유감스럽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 국회에서 발의됐다 폐기된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법은 최근 다시 등장했다.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은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를 골자로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의료계가 "민간보험사의 행정 업무를 의료기관에 전가하는 것으로 이들의 이익만을 위한 악법"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사안.

같은 당 전재수 의원이 지난 회기에 폐기됐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을 지난 7월 일찌감치 다시 발의해 계류 중인 상황이다. 그럼에도 의료계 총파업 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또다시 등장한 것.

의료계는 의사면허 취소 관련 법안이 등장하면서 특히 발끈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등장하면서다. 의사면허 취소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인데 파산 선고를 받고 복권되지 않으면 의료인이 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토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같은 당 권칠승 의원은 바로 다음날 면허취소 후 재교부 받은 의료인이 다시 면허취소 행위를 하면 면허를 영구 취소하도록 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에 한 진료과의사회 임원은 "법안에 따르면 지방에서 개원했다 빚더미에 앉아도 파산신청을 할 수 없고 억울한 누명이나 불가피한 사고로 부당한 형을 받더라도 면허가 취소되며 형의 끝나고도 5년간 의사로서 일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역 의사 수가 부족해 의대정원을 늘린다던 정부와 여당의 방향과 배치되는 것"이라며 "공공의대 신설, 의대정원 확대 반대를 외치며 투쟁했던 의사에 대한 과도한 규제이자 보복성 개정"이라고 비판했다.

한 광역시의사회 임원 역시 파산선고를 받고 복원되지 않은 의사까지 면허를 취소해야 한다는 법안은 "위험하다"며 "짜깁기 입법은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경제적 문제로 의사의 고유한 권리인 의료행위에 대해 속박해 의료봉사와 무료진료까지도 불법으로 규정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위험한 입법"이라고 꼬집었다.

의료계에 따르면 2007년 전까지만 해도 의사는 파산 신청을 하면 면허가 취소돼 복권에 이르는 수개월 동안 봉직의로도 진료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의사들은 경영난에 시달려도 면허 취소 부담 때문에 파산 신청을 하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잦았다.

그러자 2007년 3월, 국회는 의사가 파산 선고를 받더라도 면허를 유지하면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의료법을 개정했다. 강병원 의원 법안은 13여년 전으로 회귀하는 법안인 셈이다.

전라남도의사회 이필수 회장은 개인 SNS를 통해 강병원 의원 발의 법안에 대해 "말문이 막힌다"라고 평가하며 경영이 힘들어 폐업하고 모든 재산을 날린 게 면허 취소를 당할 정도의 큰 죄인지 되물었다.

그는 "최근 의료인에게 지나치게 심한 압박을 가하는 법안이 속속 나오고 있다"라며 "파산을 하더라도 생계를 유지하려면 의사 면허는 있어야 한다. 의사 본인과 가족이 길거리에 나앉게 됨은 물론이고 귀중한 의료인력도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의료와 관련해 무슨 잘못을 저질렀길에 면허 취소까지 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시의사회 임원은 "의료기관을 개설할 때 필요한 건강보험법 개정을 통해 의료기관 개설 불가를 규정하는 게 선의의 피해자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의대생 때리기 발언도 연일 이어져 심기 불편

의사국시 실기시험 미응시 문제에 대해서도 여당 의원들은 잇따라 쓴소리를 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의사 국시 대리취소 접수에도 응시 수수료 환불이 있었다고 지적하는가 하면 강병원 의원은 의사국시 실기시험에서 원칙 없는 추가시험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고영인 의원은 의사 국시 합격률이 너무 높다고 비판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며 꼬집었다.

그는 "의대는 1년 동안 단 한 과목만 과락해도 일 년 커리큘럼 자체를 다시 들어야 한다. 다른 대학과 유급 제도부터 다르다"라며 "학제는 6년제지만 6년 만에 졸업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의협은 대외협력 라인을 집중 가동해 의료계 옥죄기 법안 저지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김대하 대변인은 "발의되고 있는 보복성 법안의 공통적 문제점은 국가나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의사의 기본권, 권한을 제한해도 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라며 "우려스러운 방식"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들 법안은 이전 국회에서도 계속 나왔던 것으로 사실 새로운 게 아니다"라며 "이전에 통과되지 못했던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법안에 반대했던 논리들을 정리해 대외협력 라인을 통해 전달하고 법안의 문제점에 대해 대국민 홍보도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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