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과시했던 젊은의사들…투쟁 후 구심점 잃고 표류

박양명
발행날짜: 2021-01-25 05:45:56
  • 집행부 구성 미뤄지고, 회장 후보자 지원자 없어 집행부 흔들
    일선 전공의 "분열 이유 되짚고 비전과 전략 제시해야" 당부

지난해 8월, 공공의대 설립 등 정부여당 정책에 반대하며 하나로 뭉쳤던 젊은의사. 그리고 예비의사.

이들의 중심에는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와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의회(이하 의대협)가 있었다. 대전협과 의대협은 당시 단체행동을 주도하며 의료계에 존재감을 제대로 각인시켰다.

전공의와 의대생은 지난해 8월 의료계 단체행동의 중심에 있었다.
투쟁 후 약 5개월이 지난 현재. 의대생과 전공의의 단합을 이끌었던 이들 조직은 투쟁 마지막 단계에서 흩어졌던 마음을 하나로 모으지 못하고, 제대로 된 기능조차 못하며 고전하는 모습이다.

당시 투쟁에 참여했던 젊은의사 조직 전현직 임원들은 투쟁 이후 조직 및 정책에 대한 관심 저하, 새로운 구심점 세력 약화 등에서 이유를 찾고 있었다.

대전협, 집행부 구성 지지부진...의대협, 후보자 없음

전공의들은 젊은의사 단체행동 이후 대한의사협회의 의정합의문 체결 논란, 구 비상대책위원회 집행부의 총사퇴, 신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등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분열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닥친 새로운 회장 선거전. 대전협은 평소보다 2개월 늦은 지난해 10월 새로운 회장을 뽑았다. 한재민 회장은 최근 10년 중 가장 높은 투표율(65.97%)을 기록한 선거에서 '인턴' 신분으로 당선돼 주목을 받았다.

분열된 여론을 하나로 모으고, 투쟁 이후 조직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힘을 쏟아 달라는 전공의의 열망은 '한재민' 회장에게 쏠렸다.

하지만 한재민 회장의 임기가 3분의1이 지났지만 집행부 구성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기대의원총회도 열지 못해 회장을 비롯해 임원진이 인준을 받지 못한 채 회무를 하고 있다. 임원진도 고정적이지 못하고 합류와 탈퇴를 반복하고 있다. 지난 16일 열렸던 온라인 임시대의원총회에서 공개된 회장단 및 이사회 조직도에서도 이탈이 발생했다.

대전협 한재민 회장은 지난해 10월 회장에 선출됐지만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집행부를 제대로 꾸리지 못한 상태다.
대전협 대의원이자 경기도 A대학병원 전공의는 "투쟁 마지막 과정에서 분열된 전공의들의 봉합은 제대로 되지 않고 지리멸렬한 상황이 계속되면서 단합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라며 "새로운 회장은 이전 집행부를 끌어안거나, 시간이 걸리더라도 중앙집권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현재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전협 전 임원은 "투쟁 과정에서 젊은의사들은 정부, 의협, 대전협에 다들 너무 많이 실망하고 상처를 받았다. 단체행동 블루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의정합의 이후에도 여당에서는 공공의대 설립 추진 등에 대한 발언들이 이어졌고 이는 정책에 대한 관심이 잃게 했다"고 진단했다.

의대생들을 대표하는 단체인 의대협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기존대로라면 지난달 선거를 거쳐 이달 초에는 새로운 회장이 당선과 함께 활동을 시작했어야 한다.

의대협에 확인한 결과 회장 선거는 이뤄지지 않았고, 회장을 하겠다고 나선 후보조차도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 보니 조승현 회장을 비롯한 현 집행부가 임기를 이어나가고 있다. 현 집행부는 다음 달 초 예정된 총회에서 비상대책위 운영 등 구체적인 방향에 대해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의대협 공식 SNS도 지난해 8월 게시된 "연대하자"는 메시지가 담긴 대회원 호소문이 마지막 공개 입장이다.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것.

경기도 B의대 학생은 "투쟁 종결 과정에서 의대생도 의견이 강성과 온건으로 나눠졌다. 부결됐지만 현 의대협 회장 탄핵 안건 까지 나올 정도였다"라며 "한차례 홍역 후 끓어올랐던 의대생들의 관심도 사그라 들었다"라고 말했다.

조직이 제 자리를 찾지 못하는 것은 코로나19도 한몫했다. 진작에 열렸어야 할 회의들이 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젊은의사 조직인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대공협)는 코로나19 타격을 제대로 입었다. 공보의들이 격무에 시달리다 보니 이들을 대표하는 조직에 대한 관심도 자체가 떨어진 것.

대전협 역시 정기대의원 총회 개최가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문제로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집행부 인준 자체를 못받고 있다.

A대학병원 전공의는 "코로나19 때문에 회의는 열리지 못하는데 시간을 흐르고 있으니 전공의들의 관심도 자연스럽게 떨어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단합하려면? "정보 공유 충분히 하고 회원 편에 서달라"

젊은의사 조직이 다시 한목소리를 내기 위해서 필요한 부분은 뭘까.

대전협 전 임원이자 서울 C대학병원 전공의는 "일선 전공의들의 뜻은 국회 과반수를 차지해 무소불위의 칼을 휘두르는 여당에 맞서 싸우며 제대로 된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이라며 "기존 업무를 정상화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거대 권력에 맞서는 모습도 필요하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공의들은 현안에 대한 정보, 이해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라며 "정보 공유를 충분히 하고 적극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회장 개인 의견과 다르다면 옳은 방향을 제시하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 D대학병원 전공의도 "투쟁 과정에서 신비대위가 들어서는 등 분열이 일어난 이유에 대해 생각하고, 어떻게 바로 세울지를 고민해야 한다"라며 "단체행동, 비상사태 유지 등 앞으로의 전략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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