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별 원광의대 학생(본과 1학년)
Medical Mavericks 네트워킹팀장
|원광의대 본과1학년 정은별|지난 해 여름, 공공의대 설립, 의대 정원 확대,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비대면 진료 추진 등의 법안에 대해 의대생들은 동맹휴학과 수업 및 국시거부, 전공의들 중심의 의사들은 파업이라는 단체행동을 하며 투쟁했다.
의정 합의가 이루어지고 단체행동이 종료되었지만, 동맹휴학에 참여한 의대생으로서 단체행동의 경과에 대한 아쉬움과 걱정이 많이 남는다.
수업거부 및 동맹휴학에 참여한 학생들은 단체행동 중단이 결정되기 전까지 학업에 공백이 생기면 무엇을 해야 할지 혼란스러워했다. 국시거부에 참여한 본과 4학년 학생들의 경우, 기존에 준비하고 있던 실기 일정이 완전히 뒤틀리고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시험을 준비해야 했기에 심리적 부담감이 타 학년 학생들에 비해 상당했을 것이다. 전공의들 역시 병원에 따라 징계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도 했으며, 대학병원 진료에 있어 시간 지연이 발생하는 등의 불편을 환자들은 겪었다.
단체행동의 end-point 도달을 완전히 하지는 못했기에, 앞서 언급했던 각 이해관계자(stakeholder)들이 겪어야 했던 어려움에 비했을때 이룰 수 있었던 것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근래 '의사면허 취소법'이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통과되면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의•정갈등이 재점화되고 있는데, 반년 전의 투쟁의 발단을 보는 것 같은 기시감이 들었다.
가장 안타깝고 답답한 점은, 일반 대중에게 의료계 현안에 대한 의사들의 생각이 왜곡되어 언론을 통해 전달되면서 색안경을 끼고 의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령, 현재 화두가 되고 있는 의사면허 취소법의 경우 의사들이 반대의사를 표명하는 주된 이유는 '모든' 금고형 이상의 처벌에 대해 해당 법안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의료인으로서 지켜야 할 윤리나 의료행위와는 무관한 교통사고, 경영난으로 인한 임금 체불 등의 이유만으로 의료행위를 수 년간 할 수 없게 되는 과잉 처벌을 받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그러나, ‘범죄 의사 옹호’와 같은 자극적인 기사 제목과 함께, 성추행 등의 범죄를 저지른 의사들에 대해서 면허 취소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의사들이 취하고 있다는 보도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기사를 본 사람들은 ‘특권 의식을 가진 의사들’, ‘범죄를 저질러도 버젓이 진료하는 의사들’이라는 틀을 통해 의사들을 바라보게 된다.
하지만, 의사들은 6년간의 의대 학부과정 혹은 4년간의 의전원 학사과정을 통해 한 명의 환자라도 더 올바르게 치료할 수 있도록 방대한 양의 의학지식과 의료 윤리에 대해 배운다. 이후 4년에서 5년 간의 수련을 받는 과정에서, 최소 일주일에 80시간 이상을 병원에서 일하며 생명을 지키기 위한 치열한 사투를 벌인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 수많은 의사들의 의료계 현안에 대한 입장은 특권 의식이나 범죄 옹호와는 거리가 멀다.
한 명의 환자라도 더 제대로 진료받을 수 있도록, 의사들의 의료행위를 금지하는 형벌의 범위를 불필요한 영역까지 확대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 검증된 양질의 의료교육을 제공받을 수 있는 환경에서 학생들이 의학교육을 받게 해 ‘돌팔이 의사’를 양산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
전문 분과에 대해 충분한 수련을 받는 것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생각. 환자를 위한 더 효과적이고 적절한 약물을 경제적 부담 없이 쓸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생각. 이와 같은 의사들의 뜻과 생각, 의사(醫師)의 의사(意思)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