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훈정 전 대한의사협회 감사
[특별칼럼]좌훈정 전 대한의사협회 감사(김동석 후보 선거캠프 본부장)
"울부짖는 후배들 길바닥에 내팽개칠 사람 아니다"
|특별칼럼| 내가 이 후보를 왜 지지하냐면…무더위가 채 가시지 않았던 작년 9월 4일 아침, 출근하자마자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고 다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최대집회장이 우리를 배제하고 정부와 합의를 한대요. 이제 어떻게 하죠?" 사직서를 써놓고 단체 행동 중이었던 전공의 후배였습니다. 잠시 후 최대집 회장과 임원들은 울부짖는 전공의들을 떼어놓고 정부종합청사로 들어가 합의서에 서명을 했습니다. 그 장면을 SNS로 지켜보던 저는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함께 후배들에게 너무나도 미안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대한의사협회장 선거전이 한창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후보자 6명이 쏟아져나오면서 각자 차별화 전략을 제시하느라 분주하다. 메디칼타임즈는 유권자들에게 해당 후보의 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각 후보의 지지자를 통해 특별칼럼을 연재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특별칼럼은 해당 칼럼진이 글을 보낸 후보자 순으로 게재합니다.
감옥은 내가 갈 테니 끝까지 투쟁해달라던 최대집 회장이 왜 갑자기 돌변했을까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의 말과 행동이 달랐던 건 그 때가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3년 전 의협회장에 당선되었을 때, 많은 의사들은 그의 정치적 성향에 대해 걱정했습니다. 정부여당과 사사건건 부딪혀서 오히려 의사들의 입지가 더욱 줄어들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듯 최대집 당선자는 회장에 취임하면 정치적인 언행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아시다시피 그의 약속은 얼마 못가 깨졌습니다.
작년 8월 범투위(범의료계 4대악저지투쟁 특별위원회)가 구성되었을 때, 저는 김동석 회장님과 대한개원의협의회를 대표하여 참여했습니다. 회의 때마다 정부와 협상을 하거나 합의에 이른다면 반드시 전공의들과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최대집 회장도 동의했지만, 그 약속마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그 후의 경과는 잘 아실 겁니다. 전공의들은 배신감과 패배감으로 치를 떨었고, 의대 의전원 졸업반 후배들은 의사국시 실기시험을 제대로 치르지 못하며 가슴을 쳐야 했습니다. 우리 의료계의 미래인 젊은 후배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던 것입니다.
따지고 보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2000년에도 의협 지도부의 경솔한 판단으로 투쟁이 무너졌습니다. 많은 희생을 치르면서 싸웠지만 성과를 얻지 못하고 도리어 큰 손해를 보았습니다. 물질적 피해만 본 것이 아니라, 정신적 충격과 좌절을 맛보았고 한동안 투쟁의 의욕마저 꺾인 패배감에 시달려야 했던 것이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걸까요. 왜 의협의 수장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걸까요. 왜 의료계 지도자들은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후배들에게 살 길을 열어주지 않는 것일까요.
아마도 의협 회장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진정한 희생과 봉사로 회원들을 위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를 발판으로 정치적인 출세를 도모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극한투쟁을 벌이다가 진짜로 잡혀가면 출셋길이 막히기 때문에 적당히 시늉만 하다가 회원들의 뜻을 저버리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럴 수는 없는 일입니다.
'두려움은 의지를 가둔 감옥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말로는 투쟁을 외치지만 실제 행동할 용기가 없는 사람들이 지도자가 되었습니다. 아니 처음부터 투쟁할 생각은 없었고 출세를 위한 발판으로 회장이 되었습니다. 누가 국회의원 공천을 신청했다는 소문이 들리고 불필요한 정치적 갈등을 유발하는 기사가 나올 때마다 목구멍에 쇳덩이라도 걸린 듯 숨이 막혀옵니다. 의사협회와 회원들은 소모품에 불과했단 말인가요.
희생 없는 투쟁 구호는 이제 그만
제가 김동석 회장을 알게 된 것은 2006년 서울특별시의사회 임원으로 일하게 되면서였습니다. 이후 15년 동안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꾸준히 지켜보았습니다. 누군가 저에게 어떤 사람에 대해서 얘기해달라고 하면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사람은 10년은 지켜봐야 해. 3, 4년 잘 하기는 쉬워도 10년 잘 하기는 어렵거든.'
네, 김동석 회장은 10년 이상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분이라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그의 합리적인 면모와 실무적인 능력도 지켜보았습니다. 투쟁에 나서면 성과 없이 물러나지 않는 강단도 지켜보았습니다. 물론 그가 의사들의 지도자로서 최고의 인물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지금 의사들 앞에 놓인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들을 모두 잘 해결해줄 수 있는 분은 아닐 수 있습니다. 아마도 그런 분은 13만 의사 전체 중에도 없을 것입니다.
다만 한 사람을 10년 넘게 지켜본 바에 따라 이것 하나는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출세를 위해 회원들을 이용할 사람은 아닙니다. 회장 임기 중이나 후에도 정치권에 나갈 사람은 아닙니다(이미 출마 시 공개적으로 약속을 했습니다). 최소한 울부짖는 후배들을 길바닥에 내팽개치고 갈 분은 아닙니다.
그는 개인의 능력으로만 의협을 통솔하고 13만 의사들을 이끌고 갈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대안을 실천하려 하고 있습니다. 각 직역 및 지역의사회를 활성화 시키고 자율적인 발전을 통해 전체의 힘을 기르려 하고 있습니다. 협회라는 기구만으로 무소불위의 정부나 국회를 상대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하고 의사노조 출범을 통해 의료계 전체의 패러다임을 바꾸려고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제가 지지하는 이유는 개인적인 욕심 없이, 정치적인 출세를 도모하지 않고, 의사들을 위한 마지막 봉사라고 생각하고 의협회장에 도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3년 간 오직 의사 회원들만을 위해 뛰다가 박수를 받으며 물러나는 회장이 되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함께 그런 회장을 만들어보시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