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가 압박하는 실손보험사 이번엔 '증식치료' 타깃

박양명
발행날짜: 2021-07-15 05:45:59
  • S보험사, 부산 증식치료 실시 개원가 대상 지급명령 신청
    의협 "심평원 행위정의·학회 진료지침, 법적 판단기준 아니다"

#. 최근 부산 A의원 원장은 법원으로부터 황당한 우편물을 받았다. S보험사의 부당이득금 지급명령신청서. A의원에서 시행한 증식치료(프롤로 주사 등)가 급여기준에 어긋났으니 관련해서 환자에게 지급된 비용을 납부하라는 내용이었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A의원 사례처럼 최근 S보험사가 증식치료를 하는 부산 지역 개원가를 중심으로 법원을 통해 부당이득금 지급명령 신청서를 발송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료사진. 기사와 직접적 관계가 없습니다.
S보험사는 지급명령을 하는 이유로 보건복지부 고시(제2005-89호)를 들었다. 증식치료의 적응증은 만성통증 환자의 동통 완화 목적으로 실시했을 당시로 구체적인 실시 방법까지도 지급명령서에 담았다.

A의원 원장은 "증식치료는 현재 비급여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보험사가 복지부 고시까지 내밀며 잘못됐다고 하니 덜컥 겁이 났다"라며 "고시를 찾아보니 증식치료의 구체적인 행위정의 내용이 없었다"라고 토로했다.

S보험사가 근거로 내밀고 있는 복지부 고시(제2005-89호)에 나와 있는 증식치료는 100대100 비급여로 제7장 이학요법료에 나와 있었다. 증식치료는 사지관절부위, 척추 부위에 할 수 있다 정도만 나와있다.

문제는 S보험사가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증식치료 행위의 적응증과 실시방법 등은 고시에 없었다는 것.

의협 "실손보험사 그릇된 주장하고 있다" 비판

일선 개원가의 민원이 이어지자 대한의사협회는 실손 보험사의 주장이 "그릇된 주장"이라며 산하 단체를 통해 구체적인 내용을 공유했다.

의협 역시 "S보험사가 적시하고 있는 증식치료의 정의 및 적응증 내용은 고시에 없다"라며 "상대가치위원회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용역을 받아 제작한 자료 중 일부를 인용해서 쓴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실손 보험사들이 심평원 등에서 발표한 행위정의(연구용역, 가이드라인) 또는 일부 학회에서 발간한 진료지침을 활용해 비급여 행위를 하는 의료기관이 과잉진료나 부당이득을 취하는 것처럼 그릇된 주장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의협이 실손보험사의 지급명령 신청에 반박하며 공유한 근거, 심평원이 2019년 발행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기능과 역할' 중 일부
더불어 실손보험사들이 인용하고 있는 내용은 모두 참고 자료일 뿐 법적 판단 기준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실제 심평원이 2019년 발행한 책자 '심평원의 기능과 역할'을 보면 "행위정의는 절대적 기준이나 표준적 지침으로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나와있다.

의협은 "의료기관에서 하는 모든 의료행위에 대해 법적으로 표준 지침을 만든 후 꼭 따르도록 강제하거나, 학문적으로 완벽한 안전성 및 유효성이 입증된 의료 행위만 행할 것을 강제하는 것은 우리나라 건강보험 시스템에서 비급여 제도 자체를 아주 없애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어 "단일보험체계 하에서 당연지정제 유지 근거 및 신의료기술 발전을 위한 동기 부여 기준 자체를 없애버리는 비합리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의료계는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행위를 문제 삼아 부당이득금 반환을 청구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등의 실손보험사의 행태는 손해율 급증의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실손보험사는 손해를 줄여보기 위해 비급여 영역 심사를 더 강화해 보험금 지급을 어떻게든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 금융감독원과 보험업계는 최근 비급여 진료 심사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실손보험 비급여 보험금 누수 방지 방안'을 추진하기로 하고 실무 TF팀까지 꾸렸다.

한 의료단체 보험이사는 "실손보험사도 살기 위해서 심사를 보다 엄격히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며 "실손보험을 판매한지 2003년 이후 벌써 18년 이상 지났는데 그동안 뭐하고 있다가 이제와서 심사를 강화한다는건지 모르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지급명령 등은 의료기관과 합의를 통해 비용의 일부라도 조정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유인의 의도를 갖고 있기도 하다"라며 "의협의 안내처럼 학회가 만든 가이드라인 등은 참고 자료일 뿐이니 소신껏 진료하면 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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