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뼈 잘라내 분쟁 휘말린 병원, 중재원 문 두드린 사연

박양명
발행날짜: 2021-08-05 06:00:24
  • 조정중재원 결론은 병원 책임 70%…손해배상액 약 6000만원
    환자 배상 요구에 병원 측, 과실 유무 및 손해배상 범위 조정 요청

의료분쟁은 처음이지? -의료분쟁 조정중재 이야기-

의료현장에서 벌어지는 예기치 못하는 의료사고. 이에 따른 분쟁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도 모를 의료사고, 그리고 분쟁에 현명한 대응책을 찾을 수 있도록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도움을 받아 '의료분쟁 조정중재' 사례를 소개하는 창을 마련했다.
자라난 뼈를 잘라내려고 한 수술에서 정상 뼈까지 잘라내 환자에게 장해를 남긴 병원. 환자는 의료사고를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요구했고, 분쟁에 휘말린 병원은 손해배상 범위 판단을 받아보기 위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하 의료중재원) 문을 두드렸다.

결과는 의료사고를 낸 병원의 책임이 70%, 병원이 환자에게 배상해야 할 금액은 약 6000만원이었다.

사건의 시작은 2017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른쪽 발목 통증을 호소하며 A병원을 찾은 50대 남성 환자 B씨. 의료진은 오른쪽 발목 전방충돌증후군 진단을 내리고 관절경하 발목 골극 절개 수술을 실시했다. 발목관절을 이루는 경골과 거골 앞 부분에 뼈가 자라나서(골극) 충돌증후군이 생긴 것.

문제는 수술 후에도 B씨의 통증이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체중 부하의 어려움과 발 디딜 때의 통증이 이어졌고, 결국 수술 약 한 달여가 지난 후 다시 수술을 받아야 했다.

의료진은 오른쪽 발목에 대해 발목충돌증후군, 이단성 골연골염, 퇴행성 관절염 진단을 내리고 변형된 브롬스트롬수술과 동종골 이식술 진행했다.

두 차례나 수술을 진행했지만 B씨는 발 디딜 때의 통증을 여전히 호소했다. 결국 A병원이 아닌 다른병원에서 자가 장골 이식술, 금속제거술 및 경골원위부와 거골경부 골극절개술을 받았다. A병원에서 두 차례 수술을 받은데 이어 두 번의 수술을 더 받게 된 것이다.

B씨는 네 번째 수술 전 심한 퇴행성 관절염이 진행된 상태로 보여 50%로 평가된 기여도를 적용한 맥브라이드의 노동능력상실률 7% 영구장해 감정까지 받았다.

의료중재원 문을 두드린 병원의 의도는?

B씨는 A병원을 상대로 두 번의 수술 때문에 일상생활이 어려운 상태가 됐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했고, A병원은 의료중재원의 문을 두드렸다. 두 번의 수술에 대한 과실 유무를 판단 받고 손해배상 채무 범위를 조정 받기 위함이었다.

의료중재원은 의료사고에 대한 과실 유무를 판단해 환자와 의료기관이 원만히 합의를 할 수 있도록 갈등을 조정, 중재에 나선다.

의료중재원은 "A병원 의료진이 가장 처음에 실시했던 관절경하 발목 골극 절개수술 중 경골 골극 제거에서 나아가 정상적인 경골 부위까지 과다하게 제거해 족관절이 불완전한 상태에 이르게 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두 번째 수술인 동종골 이식술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감정부는 "두 번째 수술에서 과절제 된 경골부위에 동종골 이식 및 고정술을 했지만 이식된 동종골이 지역 또는 불유합 돼 이식골 소실 현상이 나타나 세 번째 수술, 자가장골 이식술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판단했다.

감정 결과를 적용해 의료중재원은 "A병원이 관졀경하 발목 골극절개술을 선택한 것에는 문제가 없지만 골극 제거 과정에서 정상 조직이 손상되지 않도록 주의를 다할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고 B씨가 후유 장해 진단을 받게 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결정했다.

두 번째 수술인 동종골 이식술에 대해서는 의사 재량의 범위이기 때문에 부적절하지 않다고 봤다. 다만, 수술 동의서에서 동종골 및 자가골 이식의 장단점 및 불유합 가능성, 이로 인한 재수술 가능성 등 수술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에 관한 설명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의료중재원은 A병원의 배상책임 범위를 70%로 제한하기로 하고 B씨에 대한 치료비, 1일 실수입, 위자료 등을 반영해 총 5958만원을 배상하라고 했다.

조정 성립 후 A병원과 B씨는 서로 일체의 채권 채무 관계가 없는 것으로 확정하고 추후 민형사상 청구,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명예나 평판을 훼손하는 행위를 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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