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한주간의 이슈를 진단하는 메타포커스 시간입니다. 최근 보툴리눔 제제가 국가출하승인 없이 불법 유통됐다는 혐의로 허가 취소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데요. 업체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간 법정다툼이 예고된 가운데 과잉행정 처분이 아니냐는 논란이 불붙고 있습니다. 유독 한국에서만 의약품의 안전성, 유효성에 기반한 허가 취소가 아닌 서류 작성 및 행정 절차에 따른 무더기 허가 취소 사태가 재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전 식약처 심사위원을 역임했던 강윤희 전 위원을 모시고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최근 식약처가 국가출하승인을 얻지않고 보툴리눔 제제를 판매한 혐의로 휴젤과 파마리서치프로덕트의 품목 허가 취소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처분의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데 과잉처분, 과잉행정 논란이 나오는 이유를 어떻게 보시나요?
강윤희 = 품목허가 취소는 해당 품목에 대해서 내릴 수 있는 행정조치 중 최고 수준의 조치입니다. 이런 경우 해당 품목이 국민에 미치는 영향이 있다든지, 제약산업에 미치는 해악이 있다든지, 업체나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사유가 있을 때 최고 수준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허가 취소는 회사도 납득할 수 없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전문가로서도 납득이 안 갑니다.
▲최근 칼럼을 통해 식약처의 허가 취소를 칼에 빗대 신중론을 요구했습니다. 해외의 허가 취소 사례와 비교해 볼 때 국내에서의 처분의 기조가 다르다는 주장을 하셨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강윤희 = 해외에서 품목허가를 취소하는 사유는 본래 그 품목을 허가할 때 근거가 됐던 안전성 또는 유효성에 변동이 생겼을 때입니다. 안전하고 효과가 있다고 판단해서 허가를 해줬는데 나중에 안전하지 않거나 효과가 없거나 본래 허가했던 그 근거에 변동이 생겼을 때 품목허가 취소를 합니다.
반면 우리나라의 품목허가 취소 사례는 그런 경우가 드문데요. 상당히 행정적인, 서류적인 절차상의 하자, 서류상의 하자에 기인한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올해만 해도 서류 위조에 기인한 허가 취소가 많았습니다. 허가를 한 근본 사유에는 문제가 없는데 부대적인 것에 문제가 생긴 그런 경우에 품목허가 취소를 하고 있습니다. 이는 사실 허가를 해서는 안되는 품목을 허가해서 나중에 취소를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너무 쉽게 허가를 하고, 취소도 쉽게 하는 상당히 후진국적인 행정이라고 보여집니다.
▲그렇다면 해외는 어떤 경우 허가가 취소되고 국내는 어땠는지 실제 사례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강윤희 = 예를 들어 FDA가 작년에 벨빅이라는 비만치료제에 품목허가 취소를 결정했는데 이는 비만치료제로서 젊은 사람들이 장기간 복용할 위험성이 있는 약입니다. 임상시험에서 벨빅 복용군에서 암이 발생할 빈도가 아주 약간 높았습니다. 그런데도 허가 취소를 결정한 것은 복용군이 건강한 젊은 사람들이라는 점에 근거한 판단이었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비만 치료를 위해서 암 발생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는 균형적인 판단을 한 것이죠. 그래서 품목허가 취소나 시장에서 자진 철수를 회사에 권고했습니다.
심지어 코로나19 진단시약 사례를 보면 미국질병관리본부가 개발한 시약의 사용 승인을 취소하기도 했습니다. 당초 평가보다 정확성이 부족하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코로나19 진단에서 정확도가 떨어지면 코로나19 대처에 있어서 해악이 크기 때문에 자국 질병관리본부가 개발한 시약이라고 해도 정확도가 팬데믹 관리에 해악을 줄 수 있어 긴급사용승인을 취소했습니다. FDA는 국민건강에 미치는 영향, 그 약을 복용하는 환자들에 미치는 영향 등을 판단해서 전문성을 가지고 균형감 있게 허가 취소를 합니다.
유럽은 안전성을 FDA보다 상당히 보수적으로 평가하고 있어서 안전성에 우려가 되는 경우 품목허가 취소가 FDA보다 앞서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유럽 EMA는 자궁질환 치료제인 울리프리스탈 약을 허가 취소했는데 그 사유를 밝힌 몇 십장에 달하는 보고서가 있습니다. 간 이식이 필요할 정도의 중증 간 부작용은 4건 발생했는데요. 허가를 취소할 만한가에 대해 전문가들도 의견이 충돌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유럽은 그런 부작용에 대해서 자궁질환을 치료하는 사람이 간 이식 위험을 감수해도 되는가에 대해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4건은 굉장히 적다고 볼 수 있는데 그런 사유를 이유로 허가를 취소했습니다.
즉 선진국들은 규제기관의 존재 목적에 부합하도록 허가하고 또 허가를 취소하는 것입니다. 반면 국내에선 식약처가 왜 존재하는가 의문이 들고 있습니다. 서류를 떼 주는 일개 동서무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행정기관이 아닌 상당한 전문성을 갖춰야 하는 기관이어야 하는데 전문성에 기초한 유연함이 부족하고 상당히 문자적인 행정을 하고 있는 건 우리의 규제기관 수준이 우려스럽다는 걸 보여줍니다.
▲이를테면 해외에선 의약품의 안전성/위해성에 집중하는 반면, 식약처는 제출 자료 검토가 불완전하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식약처도 자료 검토의 책임소재에서 자유로울 순 없겠네요. 서류상 허점을 허가 과정에서 확인했다면 허가 취소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텐데 그렇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강윤희 = 식약처 스스로 인지를 하고 있는 부분인지 의구심이 듭니다. 품목 허가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안전하고 효과가 있느냐, 이를 입증하는 자료에 흠결이 없는가, 자료의 무결성을 검증하는 것입니다. FDA의 경우 자료 검증에 수 개월이 걸리고 엄청난 전문가들이 투입됩니다. 원래 환자에게서 나온 데이터 또는 실험실에서 나온 데이터가 그대로 품목허가 자료에 연결돼 사용됐는지 모든 관계를 검사하고 모든 관계 계산을 다시 해보고, 모든 통계를 다시 돌려봅니다. 그 자료에 흠이 없다는 걸 검증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 및 전문가가 투여된다는 뜻입니다.
반면 제가 식약처에서 일했을 때 허가과정에 관여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 과정에 완전히 파악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식약처에서 일하는 의사들이 데이터를 검증하는 그런 과정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추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 식약처에 데이터 전문가가 아예 없기 때문입니다. 통계 전문가도 5명이 채 안 됩니다. FDA는 데이터 통계 전문가만 수 백명이 있습니다. 실제적으로 품목허가를 할 때 제출한 자료의 무결성을 검증하는지, 혹은 검증 능력이 있는지 굉장히 의구심이 드는 이유입니다. 품목허가 과정에서 무결성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것이 뒤늦은 품목허가 취소로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부터 근본적인 원인을 인력 문제로 꼽은 적이 있습니다. 해외 규제기관과 비교했을 때 심사, 약제 모니터링 등에서 여전히 부족한 인력이 부실 심사와 이로 인한 무더기 허가 취소 사태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는지요?
강윤희 = 가장 중요한 것은 식약처가 품목허가를 할 때 무엇을 심사해야 하는가에 대한 전문적인 개념이 없다는 것입니다. 인력은 아웃소싱할 수도 있습니다. 데이터의 무결성을 입증할 인력이 없다면 그런 데이터 검증 인력을 가진 외주업체에 아웃소싱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식약처는 그렇게 하지 않고 있죠.
식약처가 품목허가를 할 때 행정적인 조치를 할 때 규제기관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개념, 정체성 그런 게 더 큰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런 것이 올바르게 잡혀야 전문가 인력을 더 충원할 수도 있는 것이고, 충원이 안 된다면 아웃소싱할 수도 있는건데, 식약처는 본인들이 어떻게 일을 해야 하는지, 무슨 일을 해야하는지에 대해 조금 개념이 부족하지 않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유독 국내에서만 제출 자료 부실로 인한 무더기 허가 취소 사태가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건설적인 대안 마련도 필요해 보입니다. 인력 외에 제도적으로 어떤 보완점이 필요한가요?
강윤희 = 식약처의 문제점을 주로 말씀드렸는데 많은 품목허가 취소가 자료 위조, 조작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이는 제약회사의 윤리성에도 큰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초코파이를 만드는 회사도 이 정도로 낮은 윤리성을 가지지 않습니다. 제약사의 윤리성이 상당히 수준이 낮습니다. 품목허가가 취소된 업체들 목록에 상위 제약사가 대부분 포함돼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자료 조작을 했냐 안 했냐의 문제가 아니라 걸리느냐 안 걸리느냐의 문제입니다. 다 그 수준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식약처와 회사와 전문가 집단의 거버넌스가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거버넌스가 생긴 분야가 진단시약 쪽인데요. 시약을 개발하는 의료기기 회사와 전문가 집단인 진단검사의학회간 소통이 활발한 편입니다. 의료전문가 집단이 감시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의료기기 회사가 진단시약 관련 자료를 조작한다는 것이 상당히 어렵습니다. 시약을 평가한 의사, 전문가가 개입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의약품은 그런 거버넌스가 없습니다. 식약처가 의료인 집단하고 MOU를 수 십개 맺어놨는데 실제 같이 협력하는 건 제가 볼 땐 하나도 없습니다. 식약처와 산업을 하는 제약회사와의 커뮤니케이션도 원활한 것 같지도 않습니다. 이 문제의 근간은 식약처의 문자적인 행정, 전문성 부족, 이를 악용하는 제약회사, 그리고 이에 대해 문제를 알지만 어떻게 관여할지 모르는 전문가 집단이 얽혀 있습니다. 식약처는 그런 전문가 집단에 실제적인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제약산업 수준 자체를 낮추고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토양을 뚫고 나서는 세계적인 업체들이 생기긴 할 것 같지만 이런 업체는 우리나라 전문가 집단이 아닌 다른 규제기관, 해외 전문가 집단들과 그런 일을 해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국내에는 지금 기반이 너무 없기 때문입니다. 취약한 기반의 문제점은 식약처에 전문가가 너무 없다는 것도 포함됩니다. 의사들이 없으면 외부 의사 집단과 소통을 해야 하는데 그런 커뮤니케이션이 전혀 없는 환경에서 제약산업이 세계적으로 윤리적으로 발전해 나갈 가능성은 상당히 희박하다고 생각합니다. 식약처가 대대적인 혁신, 식약처를 바꿀 수 있는 그런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네,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과잉처분 논란이 일어나는 근본적인 이유는 서류 검토 과정에서의 부실 등 식약처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것으로 해석이 되는데요.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비슷한 사태가 지속될 수밖에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허가 취소라는 극약처방 외에도 계도기간과 같은 자율 개선 기회를 부여하는 것도 한 방법으로 생각됩니다. 업체와 식약처간 공방전에서 새로운 소식이 나오는대로 다시 점검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