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준 학생(가천의대 예과 2학년)
진료보조인력(PA) 문제는 의료계의 구조적 모순에 기인한 문제로 수년 전부터 끊임없이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다. 지난 5월 서울대병원이 PA 간호사를 '임상전담간호사(Clinical Practice Nurse, CPN)'라는 용어로 대체하고 양성화를 시도하면서 PA 문제는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보건복지부가 10월 27일 '진료지원인력 관련 정책방향 공청회'를 열면서 논의가 본격화되었지만, 여전히 병원계와 간호계, 의료계의 입장은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필자는 의료서비스의 질 확보를 위해 무면허 의료행위를 근절하는 것이 본질이지, PA 합법화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PA 합법화로는 저수가 체계가 만들어낸 구조적 의료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PA란 Physician Assistant의 약어로 의사가 수행하는 수술을 보조하거나, 환자 진료에 관여하기도 하는 보조인력이다. 미국에서는 PA가 법제화되어 있고 별도의 교육과정과 면허가 존재하지만 우리나라의 PA는 법제화되어 있지 않으며 업무경계 또한 모호하다. 즉, PA 간호사의 수술 참여는 의료법 제2조에 의거했을 때 엄연한 무면허 의료행위인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 PA가 도입된 이유가 무엇일까?
첫째, 의료인력 수급의 문제이다. 저수가 체계로 인해 수술로 얻는 비용이 책정된 의료수가보다 낮은 과들이 존재한다. 따라서 인건비를 절약하기 위해 의사보다 PA 간호사를 고용하는 것이 선호된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의사를 더 뽑기 어려운 상황인데, 전공의 특별법 시행으로 전공의 노동 시간이 주당 80시간으로 제한되면서 의료인력이 급격하게 부족해진 것이다.
둘째, 병상 수의 증가로 인한 업무량의 증가이다. 환자들이 1차, 2차 병원이 아닌 3차 병원에 몰리고 있으며 이 병원들이 이익 추구를 위해 병상 수를 계속해서 확대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의 병상 수가 늘어남에 따라 환자 처치 및 수술 건수는 급증했고 이를 감당하기 위해 더 많은 의료인력이 필요해졌다.
이러한 실정을 보았을 때, PA 양성화를 통한 의료인력 수급은 당장이라도 도입해야 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PA 제도화는 여러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PA 간호사가 임상경력이 많다고 하더라도 전공의가 밟은 정식 교육과정을 수료한 것이 아니기에 정확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업무에 임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PA 간호사가 온전한 의료인력으로 자리잡으려면 적절한 교육과정과 수료 절차를 밟아야 할 텐데, 이러한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질지 의문이다.
만약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이는 전공의의 교육 기회 박탈로 이어질 수 있다. 전공의 수련 과정은 수술 참여 및 교수와의 상호작용이 중요한데, PA 간호사가 합법화된다면 교수와 전공의 간의 접촉 기회가 줄어 수련의 질이 하락할 것이다.
그렇다면 무면허 의료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대안으로 PA 제도화 외에 어떤 것이 있을까? 첫째, 의료수가를 현실화시켜 필수 의료인력을 적정하게 배치해야 한다. 저수가 체계로 인한 구조적 악순환을 끊어내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둘째,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활성화시켜 의사들의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통해 병원은 숙련된 인력을 확보할 수 있고 환자는 더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셋째, 불법 의료행위에 대한 철저한 감시가 필요하다. 정상적인 의료인력을 확보할 수 있음에도 PA 간호사를 고용하는 병원이 있는지 지속적으로 감시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무면허 의료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병원계와 의료계가 입장차를 좁혀야 한다. 병원계는 무리한 병상 수 늘리기로 인한 의료인력 부족 문제가 나타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의사들은 자신의 자리가 위협받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반대만을 위한 반대는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 의사가 아닌 보조인력에게 수술받기를 원하는 환자는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