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기술 이전 성과 플랫폼 기반으로 차기 성과 기대
정형화된 자리에서만 소통 한계…"철저한 준비 과정 필수"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매년 기술이전 소식을 전하며 저력을 입증하고 있다. 이미 기술이전을 성공한 기업에게는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선례를, 이를 노리고 있는 기업에게는 미래를 기대해 볼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고 있는 것.
하지만 아직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국내 산업 생태계 구조상 결국 글로벌 시장을 내다볼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보다 효율적인 기술이전 거래를 위해서는 표준화 등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바이오협회가 20일 개최한 'KoreaBIO X BioCentury X Sidley Austin 2022 글로벌 IR @JPM'행사에서 투자 전문가들은 국내 바이오사의 기술이전 거래를 위해 글로벌 표준 경쟁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행사는 바이오센추리 제프린 크렌머 편집장을 좌장으로 KTB네트워크 천지웅 이사, KB투자 신민식 본부장, 미국 CBC그룹 마이클 키영 북미본부장, 홍콩 타이본 자산관리 보선 하우 상무 등이 참여했다.
최근 대표적인 기술이전 사례는 지난해 룬드벡과 에이프릴바이오의 거래가 있다. 또한 지난 주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성사된 에이비엘바이오가 사노피와 1조원 규모의 기술이전 등도 빅딜에 속한다.
투자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기술이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KTB네트워크 천지웅 이사는 플랫폼 기반의 바이오 벤처가 늘어난 점이 기술 이전 성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천 이사는 "한국바이오텍이 기술이나 데이터면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이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매력적인 거래들이 이뤄졌었다"며 "이들 바이오텍은 자체적인 플랫폼을 가졌다는 장점이 있었고 이를 통해 다음 파이프라인을 통해 또 다른 제약사를 끌어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첫 번째 기술이전이 다음 파이프라인에 좋은 참조가 되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더 많은 거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CBC그룹 마이클 본부장은 한국의 바이오 기업 특성상 크로스보더(cross border) 거래 즉, 국경을 넘는 기술이전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국내 제약바이오사들이 미국 등에서 대규모 임상을 하기에는 자본이 부족하기 때문에 유럽이나 미국에서 대규모 자본과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
실제 최근 열린 JP모건 컨퍼런스에서도 많은 대형 제약사들이 M&A보다는 성장가능성이 큰 초기 단계 파이프라인 확장이나 연구 협약을 늘리는데 더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국내 키움증권은 경쟁력과 차별점을 가진 국내 바이오기업이 대형 제약사들과 기술이전 등 협상에서 오히려 유리하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마이클 본부장은 "최근에 있던 기술이전과 같은 거래가 앞으로 많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흥미로운 시기를 같이 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결국 플랫폼에 기반을 두고 파이프라인을 넓혀가고 있는 국내 바이오사의 경우 기술이전을 성공한다면 제2, 제3의 성과도 충분히 기대해 볼만하다는 의미.
하지만 이러한 플랫폼에 대해 타이본 자산관리 보선 하우 상무는 첨단 신약의 발판으로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차별점에는 물음표를 붙였다.
보선 상무는 "여러 회사들이 첨단 신약을 찾고 있지만 플랫폼의 차이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 경우도 존재한다"며 "하지만 한국이 기초연구 데이터를 과감하게 임상으로 옮기고 있고 이런 부분에서 세계 무대에 진출하는 속도도 가속화 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바이오 펀딩 흐름 분기점 2015년…앞으로 더 커질 것"
하지만 매년 기술이전 성과를 보이는 국내 바이오업계가 전 세계적인 시장에서 봤을 때는 신생기에 가깝다는 것이 바이오센추리 제프린 편집장의 의견이다.
지난 2015년부터 자금 투자 흐름이 좋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적으로 들어가보면 국가 간 기술이전 거래에서 분명하게 부딪힐 문제점도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천 이사는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바이오사의 기술이전과 관련해 소통, 법률, 홍보 등 경험치가 거의 없다고 할 정도였다"며 "하지만 현재 국내 기업들의 거래 규모가 커지고 있고 투자자들도 많은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더 큰 거래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국내 바이오사들이 기술이전을 위해서 더 보완해야할 점이 무엇이 있을까?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이 국제 기준들을 맞춰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마이클 본부장은 "한국 바이오사를 보면 1상이나 2상의 임상·제조‧품질관리(CMC) 혹은 자산 분배 등에서 국제 기준을 맞추는데 애로사항이 많았다"며 "한국 바이오사들에게 가장 시급한 부분이 이 부분으로 이를 보완한다면 파트너십이 오래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전문 투자자들은 기술이전을 노리는 바이오 기업에게 기술뿐만 아니라 언어 혹은 문화적인 장벽을 넘을 수 있도록 소통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KB투자 신민식 본부장은 "국내 기업은 논의 할 기회를 마련한 뒤 소통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은데 해외의 경우 편안한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자료를 제시할 준비가 돼 있다"며 "데이터를 늘 확보하며 이를 설명할 수 있는 체계적인 준비가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어 천 이사는 "한국 바이오사가 연구는 잘하지만 연구력을 광고하고 설득하는 데는 능하지 못한 것 같다"며 "소통 부분에서도 장점을 충분히 강조할 수 있는 부분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