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SKT 등 빅3 기업들 대학병원 손 잡고 잇따라 사업 진출
초기 산업 분야 붐업 기대…임상 교수들 다 뺏길까 전전긍긍
KT와 SK텔레콤 등 이른바 빅3 통신 기업들이 잇따라 디지털치료기 개발에 뛰어들며 차세대 먹거리 선점을 위해 주력하고 있다.
대형병원들과 줄이어 협약을 맺으며 관련 분야에 발을 딛고 있는 것. 이를 두고 의료기기 기업들은 디지털헬스케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이른바 붐업(boom up) 효과를 기대하면서도 인프라 독점에 대한 우려를 내보이며 이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KT, SKT 등 통신 공룡들 잇따라 디지털치료제 개발 나서
20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KT와 SKT 등 굴지의 통신 기업들이 잇따라 디지털치료기 개발을 위해 팔을 걷어 붙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움직임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바로 KT다. 실제로 KT는 속칭 빅5로 불리는 대형병원들과 잇따라 공동 개발 협약을 맺으며 산업에 깊숙히 발을 딛고 있다.
최근 산하에 8개 대학병원 네트워크를 가진 가톨릭중앙의료원과 디지털치료기 공동 기획과 개발을 골자로 하는 협약을 맺은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를 기반으로 KT는 디지털치료기 개발을 위한 플랫폼을 개발해 기획 단계부터 차례차례 인프라를 만들어가며 궁극적으로 상용화까지 도모한다는 로드맵을 세워놓은 상태다.
KT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의 인프라를 활용해 디지털치료기 개발 환경을 구축하면 가톨릭의료원 소속의 의사들이 파이프라인을 이 플랫폼에 얹어 공동 개발 제품을 만드는 것이 골자다.
실제로 KT는 이미 자체적인 헬스케어 태크스포스(TF) 팀을 구성해 지난해 국제의료영상청리학회에서 개최한 의료 AI 경진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며 가능성을 시험한 바 있다.
KT 송재호 AI/DX융합사업부문장은 "가톨릭의료원과의 협력을 통해 일단 중독개선과 재활 및 만성질환 관리를 중심으로 시제품 공동 개발을 도모하는 것이 첫번째 목표"라며 "향후 개발 플랫폼 기반 서비스를 통해 개인 맞춤형 치료기 개발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KT는 이미 삼성서울병원과 이른바 스마트병원 구축을 위한 협약도 진행중인 상태다. 이 역시 디지털헬스케어 환경 구축이 사업의 골자다.
KT가 가진 5G 네트워크를 통해 병리 분야를 디지털화하고 병실 내에 의료 AI를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 케어 기버(Smart Care Giver)를 구축하고 있는 상황.
KT로서는 이미 빅5 병원 중 두 곳에 깃발을 꽂고 디지털헬스케어 분야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는 셈이다.
SKT 역시 빅5를 선도하는 서울대병원과 협약을 맺고 디지털치료기 개발에 뛰어들었다. AI를 기반으로 하는 발달 장애 조기 진단 및 치료 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이번 사업은 크게 3가지의 줄기를 가지고 있다. 일단 발달장애 데이터 수집과 관리를 위한 보호자용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게 되며 이를 통해 얻어진 빅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발달장애의 조기 진단과 치료를 위한 AI 솔루션 개발을 추진하게 된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증강현실 등을 접목해 발달장애 조기 치료를 위한 디지털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 SKT와 서울대병원의 최종 목표.
SKT 박용주 ESG 담당은 "AI와 ICT를 결합한 기술은 환자와 보호자들의 부담을 획기적으로 경감시켜줄 것"이라며 "꾸준히 연구해온 SKT의 AI 기술을 통해 조기 진단은 물론 디지털치료제를 통한 치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의료기기 기업들과 협업도 한창…관련 기업들 기대반 우려반
이렇듯 대학병원과 손을 잡고 기업이 인프라를, 교수들이 자문과 검증을 맡는 것이 일반적인 사례라면 아예 관련 기업들과 협업을 통해 자체 인프라 구축에 나선 곳도 있다.
마찬가지로 통신 빅3중 하나인 LG유플러스가 대표적인 경우. LG유플러스는 LG전자 등 그룹내 기업은 물론 의료기기 스타트업인 로완과 손을 잡고 자체적인 디지털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로완은 뇌 질환 디지털치료제 기업으로 치매 예방을 중심으로 하는 디지털헬스케어 소프트웨어 '슈퍼 브레인'을 개발한 스타트업.
이를 기반으로 로완은 혈관 위험 인자 관리, 인지 학습, 운동, 영양교육, 동기강화 등 다섯가지 영역에서의 다중 인지 중재 효과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입증하며 이미 현재 국내 50여개의 치매안심센터와 복지관 및 병의원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결국 로완의 기술력에 LG유플러스의 자본력과 인프라를 얹어 치매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치료 환경을 갖추는 것이 이번 사업의 골자인 셈이다.
이를 위해 LG유플러스는 로완의 슈퍼 브레인을 기반으로 디지털 치매 예방과 관리 솔루션을 개발해 공급하는 것은 물론 통신 데이터와 연계한 디지털치료제 등 새로운 비지니스 모델을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초기 단계로 일단 양사는 LG전자가 출시한 원퀵(One:Quick)에 슈퍼 브레인 기반의 치매 예방 및 관리 솔루션을 탑해해 사업화를 검증할 계획.
또한 LG유플러스의 모바일 채널을 활용해 이렇게 사업화 검증이 끝난 모델을 확산하며 디지털 치료기 활용 방안을 모색한다는 복안이다.
LG유플러스 박종욱 전무는 "LG유플러스의 정보통신기술력 및 가입자를 기반으로 로완의 슈퍼 브레인을 접목한 치매 분야 디지털 치매 관리 솔루션을 만들어 시니어 케어 분야에 가치를 창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통신 대기업들이 잇따라 디지털치료기를 기반으로 헬스케어 분야에 발을 딛는 것에 대해 관련 의료기기 기업들도 일정 부분 기대감을 갖는 모습이다. 산업 분야 전체에 대한 관심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
국내 의료기기 기업인 A사 임원은 "디지털치료제 분야 자체가 아직까지는 초기 단계다보니 산업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장치들도 일정 부분 필요하다"며 "대기업의 참여 자체가 산업의 유망함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는 만큼 붐업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대기업들의 진출이 의료기기 기업이나 스타트업들의 기회를 앗아갈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토양을 닦아주는 기능도 있겠지만 그 반대 급부도 분명하다는 것이다.
디지털치료기 개발을 추진중인 스타트업 대표는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대형병원에서 검증이나 자문 한번 받는 것이 정말 하늘의 별따기다"며 "수많은 과제와 실증사업들이 나오지만 여기에 발 하나 걸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대기업들이 이러한 인프라를 사실상 선점, 독점해버리면 우리 같은 회사는 아예 기회 한번 얻어보지 못한 채 변방으로 밀려나게 된다"며 "붐업도 내가 그 테두리 안에 있을때 의미가 있는 것이지 그 밖에서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