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독일-스웨덴까지 아우르는 개발 라인 확보
유망 기업들과 잇따라 협력 관계 구축…금연 분야 집중
코로나 백신으로만 지난해 800만 달러(약 95조)의 수익을 올린 화이자가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디지털 치료제(DTx) 분야에 본격적으로 발을 딛고 있어 주목된다.
오스트리아와 독일, 스웨덴까지 유럽을 아우르는 개발 라인을 확보하며 사업 분야를 넓혀가고 있는 것. 주력 품목은 금연으로 전 세계를 휩쓸었던 금연 치료제 챔픽스의 아성을 이어가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3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화이자가 디지털 치료제를 차세대 먹거리로 낙점하고 본격적인 투자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화이자의 의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행보는 바로 스웨덴의 디지털 치료제 기업인 알렉스 테라퓨틱스(Alex Therapeutics)와의 포괄적 협력 협약이다.
한국 시각으로 지난 2일 스웨덴 스톨홀름에서 맺어진 이 협약에 따라 화이자와 알렉스 테라퓨틱스는 디지털 치료제 개발부터 검증, 임상을 넘어 마케팅까지 공유하며 발을 맞추게 된다.
화이자 에일린(Aylin Tüzel) 독일 법인장은 "화이자는 환자에게 새롭고 혁신적 치료법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디지털 치료제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보고 있으며 이 분야에 특화된 경쟁력을 가진 알렉스 테라퓨틱스는 완벽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알렉스 테라퓨틱스는 현재 의료 인공지능(AI) 기반의 디지털 치료제 플랫폼인 '알렉스 플랫폼(Alex DTx platform)'으로 주목받고 있는 기업이다.
이 플랫폼은 근거 기반 심리학을 바탕으로 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ral therapy)와 수용전념치료(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를 특화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
그만큼 이번 협약의 기반도 여기에 두고 있다. 바로 이 알렉스 플랫폼에 화이자의 자본과 마케팅 능력을 얹어 AI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치료제 개발을 도모하는 것이 골자다.
이에 대한 첫 결과물은 금연 치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웨어러블 장치를 통해 니코틴 중독의 수위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AI로 이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디지털 치료가 핵심. 이미 화이자와 알렉스 테라퓨틱스는 이에 대한 기술들을 상호 교류하며 초기 임상에 돌입한 상태다.
알렉스 테라퓨틱스 존(John Drakenberg Renander) CEO는 "우리가 쌓아온 디지털 치료제 기술을 세계 최대 제약사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매력적인 기회"라며 "우리의 독창적 기술들을 세계의 환자들에게 제공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협약이 의미를 갖는 또 다른 이유는 주체가 바로 화이자의 독일 법인과 스웨덴 기업 알렉스 테라퓨틱스라는 점이다. 이는 곧 두 국가간의 합작품이라는 의미.
실제로 두 기업은 임상시험과 검증, 상용화도 두 국가에서 동시에 진행하기로 결정한 상황이다. 화이자가 단순히 시범사업의 성격으로 이를 추진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화이자 디지털 혁신 연구소 조쉬(Josh Raysman) 소장은 "이미 화이자는 디지털적 접근으로 환자의 경험을 향상시키고 건강을 개선하기 위해 전 세계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번 독일 법인과 스웨덴 기업간의 포괄적 파트너쉽은 유럽 시장에서의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화이자의 이같은 행보는 비단 독일과 스웨덴에서만 진행되고 있는 일은 아니다. 유럽 각국에서도 디지털 치료제를 향한 화이자의 움직임은 지속되고 있다.
아이슬란드 기업인 사이드킥헬스(Sidekick Health)와의 협업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실제로 화이자는 오스트리아 법인을 통해 사이드킥과 꾸준하게 협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사이드킥헬스는 아바타를 기반으로 하는 캐릭터를 통해 게임화된 소프트웨어로 생활습관 변화를 유도하는 디지털 치료제 개발기업이다.
화이자는 사이드킥헬스와의 협업을 통해 마찬가지로 금연 치료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하고 유럽에서 임상시험을 진행중에 있는 상태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해 7월에는 800만 달러(약 10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쏟아부으며 파트너쉽을 만성질환까지 확대한 상황. 먼저 핀란드에서 류마티스 관절염과 아토피 피부염 등의 플랫폼을 먼저 적용한 뒤 이에 대한 보완을 거쳐 올해부터는 유럽의 다른 국가들로 플랫폼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더해 화이자는 지난해 11월 디지털의학학회(Digital Medicine Society)와 손잡고 역시 아토피 피부염에 대한 디지털 치료제 개발도 도모하고 있다.
이른바 디지털의학학회는 미국을 중심으로 디지털 치료제를 검증하는 임상 의학자들이 모여있는 학술 단체. 기업들과의 파트너쉽에 더해 산학협력 모델을 도모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가 될 수 있다.
디지털의학학회 제니퍼(Jennifer Goldsack) 회장은 "학회와 화이자가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힙을 합쳐 디지털 치료로 아토피 피부염을 정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이러한 사례는 다른 질환 극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적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