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신임 학장, 다름 인정·패자 포용…본과 6년제 논의 '긍정 평가'
교수 임용·승진 평가 개선…공공임상교수 부정적 "교수 발령 필요한가"
전국 의과대학 중심축인 서울의대가 포용과 공감의 리더 양성을 선언하며 권위주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의학 교육 변화를 예고해 주목된다.
또한 교육부와 의대·의전원협회가 논의 중인 본과 6년제 전환 방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의과대학 학제 개편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의대 김정은 신임 학장(52, 1970년생)은 메디칼타임즈 등 전문언론과 간담회에서 "과거의 카리스마 리더십에서 패자를 포용하는 공감과 포용의 리더가 필요한 상황이다. 의대생 리더십 교육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의대는 지난해 11월 온라인을 통한 제36대 학장 선거를 통해 교수 503명(투표율 95.45%) 투표자 중 54% 지지를 얻은 신경외과 김정은 교수를 임기 2년 신임 학장으로 선출했다.
김정은 학장은 선거 과정에서 내건 ▲대학 중심 ▲서울의대답게 ▲모두 함께, 멀리 등 3대 공약 이행을 약속했다.
■대학중심·서울의대답게·모두 함께 멀리 등 3대 공약 '이행'
'대학 중심'은 서울의대 기초 교수와 서울대병원 임상 교수 모두 정체성을 묻는 설문에 '서울대 교수'라는 점을 착안해 530명의 의과대학 교수들이 중심을 잡고 관악(서울대 본교)과 서울대병원 협력을 통해 비전을 공유한다는 의미다.
'서울의대 답게'는 김 학장의 철학이 묻어있다.
과거 나를 따르라는 식의 카리스마 리더를 탈피해 공감과 소통, 포용 중심의 사회적 리더로서 서울의대 의학 교육 변화를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모두 함께 멀리'는 출신 학교별, 성별. 임상과 기초 등의 다름을 인정하고 교육과 연구 환경의 공정한 틀을 정립하겠다는 뜻.
김정은 학장은 "서울의대의 학술적 수월성과 독보성에 머물지 않고 국민들과 소통하고 보건의료 분야 사회적 이슈에서 근거 중심의 정론을 펼칠 수 있는 공공적 리더십이 필요하다"면서 "패자를 포용하고, 패자는 승부에 승복하는 의대생 리더십 교육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의대는 현재 진행 중인 의과대학 학제 개편 움직임을 주시했다.
교육부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이사장 한희철)는 의과대학 본과 6제 전환 등 학제 개편 방안을 논의 중인 상황이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의사양성교육제도개혁 특별위원회(위원장 박중신, 대한의학회 부회장)가 의사협회와 병원협회, 의학교육평가원, 의대·의전원협회 등과 논의된 결과의 연장선이다.
■의대 학제개편 논의 주시…교수 승진 SCI 논문 공공적 역할 '반영'
당시 특별위원회는 의과대학 현행 '2+4'(예과 2년+본과 4년)학제를 '6'(본과 6년) 학제 자율 전환 등에 잠정 합의했다.
예과 2년을 폐지하고, 본과 4년에서 6년으로 확대하는 의과대학 학제의 전면 개편인 셈이다.
김정은 학장은 "본과 6년제 전환은 교육부와 의대·의전원협회가 논의 중으로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으로 안다. 예과 2년 폐지를 반대하는 교수들도 적지 않다"면서 "사견을 전제로 예과 2년은 학점 이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본다"며 본과 6년 전환 방안을 긍정 평가했다.
교수들 현안인 임용과 승진 평가 원칙에 대한 견해를 내놨다.
김 학장은 "지난 1999년부터 적용된 타교 출신 3분의 1 임용 규정을 개선할 때가 됐다. 타교 출신과 여성 우대, 본교 출신 역차별 등 20년간 지속된 임용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학문적 연구에 입각해 다양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수 승진 주요 항목인 SCI 저널 논문의 IF(영향력 지수)도 임상와 기초, 임상과별 격차가 크다. 신경외과의 경우 최고 수준의 'STROKE' 저널에 논문을 기재해도 IF는 5점에 불과하다. 내과학 분야 IF 20점인 저널들과 차이가 난다"며 "단순히 IF 점수 뿐 아니라 공공적 역할 등 논문의 정량적, 정성적 평가 방안을 세밀하게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의료계 관심 사항인 공공임상교수 제도와 올해 서울대병원 병원장 선출에 대한 소신도 피력했다.
공공임상교수 제도는 국립대병원과 지방의료원 의사인력 교류 차원에서 교육부 차원의 시범사업과 교수 트랙 신설을 검토 중인 사항이다.
■차기 서울대병원장 선출 위원 "교수직 존중 병원장 리더십 필요"
김정은 학장은 "공공임상교수 제도는 전문언론 보도를 통해 인지하고 있다. 아직까지 서울대병원에서 공공임상교수 제도 관련 얘기를 듣지 못했다"고 전하고 "신분 안정 차원에서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 교육과 연구가 아닌 진료 중심 역할에서 서울대 교수 발령이 꼭 필요한지, 공공임상교수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부정적 입장을 견지했다.
서울의대 학장은 서울대병원 이사회(이사장 서울대총장) 당연직 위원에 포함되어 있다.
오는 5월 서울대병원 병원장 임기 만료에 따라 이사회 선출위원 9명(정부 측 차관 3명, 서울대 등 6명)의 투표 결과에 따라 차기 병원장이 결정된다.
김 학장은 "서울대병원 병원장은 병원 회사를 운영하는 경영자로 생각한다. 진료교수와 임상교수, 기금교수, 전임교수 등 다양한 교수직 정체성 고민과 함께 교수들을 존중하는 리더십을 지닌 병원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학장은 끝으로 "기초의학 침체와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기초의학 Ph.D 출신 교수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주력하겠다"면서 "코로나 상황에서 의학교육 변화에 대한 발 빠른 대처와 대학원 중심의 연구 진흥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