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생명윤리정책원 김명희 원장, 3억 5천만원 홍보비 확대해야
건보공단 과도한 개입 경계...요양병원 윤리위원회 설치 5% '불과'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받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연명의료결정제도'. 논의만 10년에다 법이 만들어져 시행된지 4년이 지났다.
연명의료 중단 결정에 대해 미리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의향서, 계획서 작성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대폭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3억5000만원 수준의 홍보비로는 제도 확대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구체적인 쓴소리도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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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생명윤리정책원 김명희 원장은 최근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와 가진 간담회에서 연명의료결정제도 확대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명의료결정제도는 임종 과정의 기간만 연장하는 '연명의료'를 중단하도록 해 국민이 삶을 존엄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제도다.
지난해만 36만 8392명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다. 이는 전년 보다 43.1% 증가한 수치다. 이로써 총 115만 8585명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썼고, 19세 이상 국민의 2.65% 수준이다. 법 시행 3년 만에 100만건이 넘었다.
김 원장은 국민들이 제도에 대해 보다 잘 인식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짚었다. 생명윤리정책원의 1년 홍보비는 약 3억 5000만원으로 지난 4년 동안 전혀 변화가 없었다.
김 원장은 "지난해 건강보험공단이 한 달 동안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대한 광고를 진행했는데, 광고 이후 상담전화가 쏟아졌다"라며 "통계적으로도 의미 있는 증가율을 보였다. 복지부 장관이 직접 작성한 것도 영향을 준 것 같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정부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생명윤리정책원이 건보공단처럼 홍보할 수 있도록 홍보비를 늘려야 한다"라며 "사명감으로 일을 하고 있는데 더 잘할 수 있도록 정부가 총알을 더 많이 제공해 줘야 한다. 홍보를 다양하게 할 수 있는 충분한 재원과 인력을 확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건보공단의 개입도 제한해야 한다고 했다.
김 원장은 "미국은 보험자 단체에서 제도 홍보를 하지 않는다"라며 "보험자가 지불을 줄이기 위해 죽음을 부추긴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제도 자체가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이어 "건보공단에서 일부 맡고 있는 연명의료 관련 상담 역할도 장기적으로는 끊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의료기관 윤리위 설치 미흡...의료인 대상 홍보 및 교육 절실
의료기관 대상 홍보 및 교육도 절실한 부분이라고 짚었다.
의사가 직접 작성해야 하는 연명의료계획서/이행서 작성률은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말기 환자 또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는 연명의료의 유보 또는 중단에 관한 의사를 연명의료계획서를 남겨놓을 수 있는데, 환자 의사에 따라 담당 의사가 작성해야 한다.
지난해 연명의료계획서는 2만 2786건이 작성됐고, 전년 보다 3.2% 늘었다. 법 시행 후 지난해까지 8만 298건의 연명의료계획서가 쓰였다.
지난해 병원에서 사망한 환자 중 24..9%가 연명의료결정제도를 이행했다. 4년 동안 총 19만 2456건의 연명의료 중단 결정이 이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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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행을 위해서는 의료기관 안에 '윤리위원회'를 따로 설치해야 하는데 병원과 요양병원의 설치율은 각각 1.6%, 5.2%에 그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상급종합병원 45곳은 모두 윤리위원회를 설치했고 종합병원은 318곳 중 절반이 넘는 178곳이 윤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있다.
이에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은 올해 종합병원과 300병상 이상 요양병원을 중심으로 의료기관 윤리위원회 확대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종합병원은 318곳 중 140곳이 설치하지 않았고, 300병상 이상 요양병원 117곳 중에서는 110곳이 윤리위를 설치하지 않았다.
김 원장은 "대국민 홍보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의료인이 어떤 인식을 갖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라며 "국민이 원해도 의료기관이 윤리위를 설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상급종합병원에서 환자를 요양병원에 전원 해도 윤리위가 없는 요양병원이 태반이다. 그래서 환자가 원래 있던 병원으로 다시 돌아온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요양병원에도 윤리위를 설치해서 더 이상 가망이 없는 환자의 마지막을 편하게 보낼 수 있도록 고민을 해야 한다"라며 "이는 요양병원 관계자와 의료인에 대한 교육 홍보가 없이는 불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