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명 의료경제팀 기자
"건강보험 재정 악화니, 부실이니 하는 말은 잘 모르고 하는 말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건강보험공단은 최근 지난해 현금흐름 기준 건강보험 재정이 2억8229만원 늘어 누적 적립금 20조2410억원이라고 발표했다.
정부는 2017년 문재인 케어라고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건보재정 누적 적립금 20조원 중 10조원을 국민 의료비 부담 경감에서 사용하고 나머지 10조원을 남긴다는 계획을 발표한바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건강보험률도 해마다 3.2% 이내로 인상하겠다고 했다.
처음의 목표 설정을 놓고 보면 건보공단이 발표한 내용은 긍정적인 결과다. 청와대를 비롯해 일부 여당 의원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문재인 케어'라고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일정대로 추진했지만 흑자라는 결과를 맞았다며 자화자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SNS를 통해 위와 같은 말을 첨언하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로 건보재정이 악화될 것이라는 의료계의 우려를 가볍게 무시했다.
근본적으로 건강보험 재정이 남은 이유를 따져봐야 한다. 정부가 당초에 설정했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코로나19'라는 변수 때문이다.
마스크, 손 씻기 등의 기본 방역수칙을 잘 지키며 국민의 의료 이용률이 줄었다는 게 결정적 이유다. 유례없는 전염병의 대유행으로 위기감을 느낀 국민이 자발적으로 방역에 나선 게 재정 절감에 크게 기여한 것이지 정부가 잘해서 그렇게 된 게 아니라는 소리다.
실제로는 보장성이 강화된 분야에서는 건강보험 재정이 급격하게 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인 부분이 뇌·뇌혈관 MRI 급여화. 급여화 이후 정부는 재정이 당초 예상보다 과다지출 되고 있다며 급여기준을 재정비 한 바 있다. 65세 이상 노인 외래진료비 역시 당초 추계액 보다 169~175% 재정이 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부터는 재정 규모가 큰 척추 MRI 급여화도 진행되는데다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 진료비 등이 건보재정에서 나가고 있는 만큼 지난해 결과만 놓고 건보재정을 아꼈다며 자화자찬하기에는 이른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코로나19가 대유행하지 않았다면 이 같은 결과를 맞이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재정 관리를 잘 한 결과라는 답을 청와대까지 나서서 내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전문가들의 수많은 비판을 뒤로하고 세계적인 방역 시스템이라며 자화자찬하던 모습을 다시 한번 보면서 씁쓸함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