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2024년 의료질평가 개선 내용 실무논의체에서 제안
의료계 "전공의 지원율, 수련의 질 반영 지표로 보기 어렵다" 우려
정부가 연간 7000억원이 투입되는 의료질 평가에 기존 전공의 확보율을 '지원율'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범지표로만 있던 환자경험평가도 본 지표 전환을 계획 중이다.
7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의료질평가 중장기 개편 실무논의체를 열고 2024년 의료질평가 항목 개선 내용을 공유하며 의료계 의견을 수렴했다. 현재 내년도 의료질평가 지표까지는 공개가 된 상황.
올해 도입 6년째를 맞은 의료질평가는 선택진료비 폐지로 발생한 대형병원의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로 평가 결과에 따라 지원금을 지급한다. 환자안전과 의료질, 공공성, 전달체계 및 지원활동, 교육수련, 연구개발 등 영역에서 40여개의 평가항목으로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등의 의료 질을 평가한다.
복지부는 8%의 가중치(560억원 규모)가 있는 교육수련 영역에서 기존 전공의 확보율을 '지원율'로 바꾸고 구간화를 한 다음 차등점수를 적용한다는 계획을 공유했다. 3년 평균 전공의 충원율이 전체 평균 미만인 '육성지원과목'은 가중치를 부여하는 쪽으로 지표를 개선하기로 했다.
더불어 전공의 수련교육 실행 여부를 신규 지표로 추가했다. 전공의 수련교육 실행 영역 평가가 통과(pass)/ 실패(fail)로 전공의 정원 책정에만 활용하고 있어 수련교육과정 개선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대신 구조지표로서 변별력이 없고 기관 노력을 반영할 수 없는 진료실적 관련 지표는 삭제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수련환경 모니터링, 지도전문의 수 대비 적정 진료실적, 전공의 수련교육위원회 구성 및 운영, 전공의 수련 및 포상규정 등이다.
의료계는 전공의 지원율과 수련의 '질'이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대한의사협회 한 임원은 "전공의 지원율이 수련의 질을 반영하는 지표라고 보기 어렵다"라며 "지역, 기관에 따라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 전공의 수련 교육과정은 학회 차원에서 만드는 부분으로 의료질 평가와 관련성 등을 검토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실무논의체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전공의 지원율과 확보율 차이가 분명하지 않고 수련환경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인지 모르겠다"라며 "차라리 수련 중도 포기자 수를 확인하는 게 더 바람직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결국 복지부는 실무논의체 및 수련평가위원회 등 관련 분야 의견을 수렴해 지표 개선에 대해 다시 한번 검토하기로 했다.
연구개발(가중치 6%) 영역에서도 지표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임상시험센터 설치 여부는 상급종병 지표에서는 삭제하고 종합병원은 가점 방식을 적용키로 했다. 의사당 지식 재산권 수 역시 상급종병과 종병에 적용을 다르게 하기로 했다. 상급종병은 의사당 지식 재산권 수 비율에 따라 차등점수를 적용하고, 종병은 가점을 적용하는 식이다.
더불어 연구 참여 의사 수와 연구 활성화를 신규 지표로 설정했다. 국가 기업 연구개발 과제에 참여하는 의사 수를 평가하는 지표로 상급종병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연구 활성화 지표도 병원의 연구의사 인력 양성 및 고용 확대 유도 관련 제도적 지원 일환으로 시범 지표로 2024년에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복지부는 연구 참여 의사수는 분포 등을 추가 검토해 지표화 하고, 연구 참여 시간 등에 대해서도 정의를 만들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공성 영역(가중치 20%)에서는 상급종병에만 한정해 뇌사추정자 신고율도 평가 항목으로 넣을 예정이다. 장기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범국가적 대책의 일환으로 의료기관 뇌사추정자 발굴을 제고하기 위해 지표로 제안한 것이다.
시범지표 '환자경험평가' 본지표 전환 검토
정부는 시범지표로만 운영하던 환자경험평가 결과도 의료질 영역(가중치 18%)에서 2024년부터 본 지표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정부는 전화 통화로만 하던 환자경험평가를 휴대전화를 통한 설문조사 방식으로까지 확대를 진행하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환자경험평가를 모바일 조사와 병행하면 평가 결과에 변화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시범 지표로 적용해 결과를 확인한 후 본 지표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제안했다.
병협 관계자 역시 "환자경험평가에 대한 방향성에는 동의하지만 조사 방식 등 신뢰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의견도 많기 때문에 지표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해야지 의료기관 참여율을 높일 수 있다"라며 "모바일 평가를 활용하면 원래 목적과 다른 결과가 도출될 수 있기 때문에 시범 지표로 우선 적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주장했다.
복지부도 의료계의 우려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만큼 올해 전화조사와 모바일 조사 응답 차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고 차이를 분석한 후에 본 지표로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다만, 3차 평가까지 시범 지표로 활용했기 때문에 본 지표로 전환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사실도 덧붙였다.
심평원 관계자는 "의료질평가 실무논의체에서 정부의 계획을 제안한 것이고 추후 의료질평가위원회 등의 최종 결정을 위한 절차가 남아 있다. 말 그대로 검토 단계"라며 "의료계와 충분히 논의를 진행토록 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