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 이상의 의사가 병원을 공동으로 개원할 때, 동업자들이 함께 상가를 분양 받거나, 건물을 신축하여 그 자리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것을 한 번씩 고민하곤 한다. 임대차계약과 관련한 여러 스트레스를 피해갈 수 있고, 부가적으로 시세차익까지 노릴 수 있으니 자금만 충분하다면 아주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주변에서 건물을 보유하며 한 자리에서 안정적으로 병원을 운영하는 선배들, 동료들을 보면서 “건물 취득”을 장기적이 목표로 잡고 있는 의료인들도 많다.
구체적으로는 공동명의로 등기하는 방법, 부동산임대 법인을 새로이 설립하여 법인에 임대료를 지급하는 방법 등 여러 방식이 이용되고 있는데, 세금과 대출 문제, 때로는 상속과 투자유치까지 염두에 두고 각자의 상황에 맞는 의사 결정을 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몇 년간 부동산 가치가 천정부지로 상승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동업자들 사이에서 부동산 소유권과 관련한 다툼이 발생하는 경우가 늘어난 듯하다. 부동산 가격의 추가 상승을 염두에 두고 계속 보유하고 싶어 하는 사람, 이 시점에 매각하길 원하는 사람, 동업관계가 끝나더라도 부동산은 계속 공유로 남겨두고 싶은 사람 등 이해관계가 복잡하여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결국 동업관계를 종료하면서 부동산을 두고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문제는 그 부동산을 처분할 것인지 아니면 누가 보유할 것인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다.
부동산 처분에 관한 원칙
병원 운영을 위해 취득한 부동산 역시 일종의 “조합 재산”으로서 동업자들이 “합유”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대법원 2002. 6. 14. 선고 2000다30622 판결). 따라서 부동산은 “합유 등기”를 해야 하고, 동업자 중 한 명이 탈퇴하더라도 부동산은 나머지 동업자들의 합유로 남게 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이것은 원칙일 뿐, 꼭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즉, “동업계약서”에서 탈퇴 후 부동산 처분에 관해 달리 정하고 있거나, 동업 종료 시점에 당사자들끼리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졌다면 꼭 부동산을 조합(또는 남은 1인)에게 남겨둬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당사자들의 합의하에 부동산을 매각하여 돈을 나누는 방식도 가능하고, 동업자 중 한 명이 부동산 지분을 전부 매수하여 가지고 가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이는 해산 또는 탈퇴 과정에서 명확한 합의가 이루어졌음을 전제로 한다.
일례로, 최근 담당했던 소아과 전문의들의 동업해지 사례에서는 탈퇴자가 부동산의 1/2 지분 소유권을 계속 보유하며 임대료의 절반을 받기로 합의했다. 탈퇴를 원하는 의사는 앞으로 부동산 가치가 더 오를 것을 기대하고 있었고, 병원에 남게 된 의사는 당장 지분을 정산해 줄 여력이 없었기에 서로 윈윈하는 방식으로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다.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그러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결국 원칙으로 돌아와서 조합의 해산 또는 탈퇴에 관한 민법의 원칙, 그리고 계약서의 내용 따라 처분이 이루어져야 한다. 판례에 따르면, 동업자 중 1인 명의로 이루어진 등기, 동업자들의 지분에 따른 공유 등기, 법인 명의 등기 등은 전부 ‘명의신탁’으로 간주될 수 있다. 조합의 재산은 ‘공유’가 아니라 ‘합유 등기’를 해야 한다(대법원 2002. 6. 14. 선고 2000다30622 판결 등 다수).
즉,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합유 등기가 이루어져야 법률의 원칙에 맞게 등기가 된 것이고, 그 이외의 방식은 전부 명의신탁으로 해석된다. ‘합유’와 ‘공유’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법률전문가가 아니면 인지하기 어려운데, 이 때문에 대부분의 동업자들이 부동산 취득시 “공유등기”를 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의 소유권을 두고 문제가 발생한다면, 일단 부동산의 명의를 동업자들 합유로 변경하는 것이 첫 번째 소송이 될 수도 있다. (이런 문제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서는 동업계약서 작성시 “부동산”을 조합 재산에서 명백히 제외해야 하는데, 지면관계상 이 문제는 다음에 다루기로 한다).
이처럼 부동산의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정리된 다음에는 조합 ‘해산’인지 ‘탈퇴’인지 ‘지분 양도’인지 등에 따라 그 처리 방향이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동업관계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는 경우에는 – 계약서에서 달리 정하는 방법이 없다면 – 결국 부동산의 현재 가치를 평가하여 그 지분을 정산 받는 방법이 대부분일 것이고, 탈퇴자가 주도적으로 소송을 제기하여 그 과정을 이끌어가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탈퇴자의 지분을 인수하는 동업자 입장에서는 당장에 목독을 마련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므로, 종국적으로는 ‘해산’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되곤 한다.
일례로, 최근에 담당했던 몇 가지 케이스에서, 계약 해지 합의가 잘 되지 않자 동업자 일부가 나머지 동업자들에게 “조합 해산 통보”를 요청한 경험이 있다. 조속히 청산인을 선임하여 부동산을 비롯한 각종 재산을 매각하자는 뜻도 함께 기재했다. 나머지 동업자들은 처음에는 완강하게 거부하였지만, 결국 조합 지분 정산 소송까지 가게 되면 더 큰 비용이 들어갈 것을 이해하고 합의에 임하게 되었다.
반면에 합의에 이르지 못한 사건에서는 상호간에 10건 이상의 민·형사 소송을 주고받으며 몇 년째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소송이 끝나더라도 양쪽에 남는 상처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결국 동업 재산에 부동산이 포함되어 있을 경우에, 경영자이자 소유자로서 누릴 수 있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지만, 계약 종료시점에는 심각한 법률분쟁을 피해갈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 동업계약 체결시부터 이 문제를 명확히 인식하고 그 대비책을 만들어 놓는 것이 중요한데, 그 대비책은 결국 동업계약서의 작성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