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요건 강화, 검사부터 치료까지 가능해야…진료과도 제한
의료계 "재정 고려한 조치냐" 중수본 "원스톱 체계 구축 일환"
신속항원검사(RAT) 및 PCR 검사를 할 의료기관 지정 신청을 마감했던 정부가 돌연, 진료과를 제한해 다시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재정'을 고려한 갈지자 행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이하 중수본)는 최근 호흡기 진료 의료기관 지정 요건을 강화해 18일부터 다시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확산 상황 등을 고려해 별도 고지 없이 신청이 중단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지난 16일 검사 및 치료체계 기반이 구축됐다며 호흡기 진료 의료기관 지정 신청을 마감한 지 불과 이틀만에 다시 동네 병의원의 신청을 받는다고 안내를 한 것.
대신 지정 요건을 더 강화했다. 단순히 검사만 하는 의료기관이 아니라 검사부터 치료까지 가능해야 하고 이비인후과, 내과, 가정의학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있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의원은 호흡기 진료를 기반으로 검사, 진료, 처방, 모니터링이 가능한 이비인후과, 내과, 가정의학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있어야 한다. 또 검사 외에 확진자 치료가 가능해야 한다. 치료는 전화상담 및 처방, 외래진료센터, 재택치료 관리의료기관 중 한 개 이상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병원 역시 검사와 확진자 치료가 모두 가능해야 신청할 수 있다.
중수본은 여기에 더해 호흡기 진료 의료기관 지정의 요건을 위반하면 지정 취소 또는 '진찰료 환수'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유의사항도 넣었다.
여기서 말하는 중요 요건은 ▲진찰 없이 RAT 또는 PCR 검사만 하는 경우 ▲감염예방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경우 ▲지정 요건에 따른 전문의가 근무하지 않는 경우 ▲18일 이후 지정됐음에도 검사 외 확진자 치료를 하지 않는 경우 등이다.
검사를 다시 받기 시작한 지 나흘이 지난 21일 현재 8691곳이 RAT를 실시한다. 신청 마감 이후 117곳이 더 신청했는데, 이들 기관은 모두 코로나19 검사 및 치료까지 담당한다는 소리다.
이같은 상황을 접한 의료계는 정부의 정책 방향이 짜집기식이라며 결국 '재정'을 염두에 둔 행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 환자 검사 및 치료에 참여하고 있는 서울 한 이비인후과의원 원장은 "2월 초부터 동네병의원에서도 RAT 검사를 실시했는데, 실질적인 청구는 3월부터 하다보니 구체적인 청구량을 정부도 이달 중순에야 파악했을 것"이라며 "호흡기 환자를 주로 보지 않는 진료과에서도 물리치료를 하기 전 검사를 한다든지 편법으로 하는 곳이 많아서 정부 예측보다 나가야 할 돈이 더 커졌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불과 며칠만에 진료과를 제한해서 다시 신청을 받는다는 것은 검사 및 치료체계 기반이 구축됐다라는 말과는 맞지 않는 움직임"이라며 "어찌됐든 돈 문제 때문에 정부가 이같이 움직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중수본이 '진찰료 환수' 조치라는 유의사항까지 제시한 데 대해서도 예의주시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그는 "검사만 하고 의사를 보지 않고 가는 의료기관을 유심히 보고 있다는 정부 관계자의 말을 본적이 있다"라며 "증상이 없는데 음성 확인서가 필요한 사람들은 의사를 보지 않고 간호인력이 검사를 해주는 식으로 이뤄졌었는데, 정부도 초반에는 모두 인정한다는 식으로 홍보했지만 상황이 달라졌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도 한시적이라는 말을 계속 쓰고 있고, 4월 초에는 일몰 될 것이라는 말이 내부에서도 많다"라며 "항생체 처방에 대한 진료비 조정 여부, 감염관리수가 유지 등이 화두인데 이제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중수본 손영래 사회전략반장은 "현재 검사기관과 치료기관을 통합하면서 검사와 치료를 동시에 제공할 수 있는 기관으로 정비하는 과정을 밟아나가고 있는 중"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호흡기 진료 지정의료기관 신청도 이 같은 정비의 큰 틀에서 함께 시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