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재난대응 매뉴얼, 건정심 운영규정 개편 결정 비판
"코로나19 겪으며 보험료 정치적으로 사용하는데 정당성 부여"
재난 상황에서 건강보험 재정 지출 규모가 일정 수준 미만이면 정부가 우선 쓸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정부 결정이 나오자 건강보험공단 노동조합이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건보공단 노동조합 비상대책위원회는 1일 성명서를 통해 "건강보험 재정은 국민이 부담하고 정부가 생색내는 쌈짓돈이 아니다"라며 지난달 31일 열린 건정심 결과를 강하게 비판했다. 건보공단 노조는 위원장 탄핵 사태로 현재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건정심은 코로나 등 재난이 생겼을 때 건강보험 대응을 보다 유동적으로 하기 위한 '건강보험 재난대응 매뉴얼'을 의결했다. 수가 또는 급여기준 변동에 따른 건강보험 소요재정이 500억원 미만이면 보건복지부 신속대응팀에서 정책 시행을 우선 결정하고 시행일 포함 14일 이내 보고한 후 승인받도록 했다.
더불어 의료정책 심의 의결 기구인 건정심 사무지원국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둔다는 등의 내용을 다음 건정심 운영규정 개정안도 의결했다.
건보공단 노조는 "건강보험 재정을 관리하는 건보공단을 배제하고 심사 기능만 있는 심평원을 사무국으로 두도록 하는 운영규정 개정안, 소요 재정 500억원 미만이면 절차를 간소화하겠다는 건강보험 재난대응 매뉴얼은 비정상적이고 납득할 수 없는 안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건강보험 지출은 보험료 수입과 연계해 재정추계까지 면밀히 살펴보면서 건보공단이 꼭 검토, 관리할 사항"이라며 "500억원이라는 금액 설정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근거는 어디에도 없고 설득력도 부족하다"라고 꼬집었다.
또 "건강보험 통합 직후 재정위기를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급여수가와 보험료율 결정 및 보험 재정에 관한 모든 사항을 건정심으로 이관했던 것"이라며 "건정심 사무국을 심평원에 굳이 두려면 건강보험 재정위원회로 이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매뉴얼을 제안한 책임자를 문책하라고 강하게 목소리를 내며 건정심 의사결정 구조 자체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지적했다.
건보공단 노조는 "건보 재정의 실제 주인은 국민인데 언제부터인가 주객이 전도돼 정부가 주인행세를 하고 있다"라며 "건정심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자치 자율의 사회보험 기본정신을 훼손하는 주범이 됐고 가입자의 보험료를 정치적으로 사용하는 악행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건정심은 더이상 국민을 기만하고 동의없는 국가 재난 재정지원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라며 "건정심 개혁을 위한 시민·사회·노동단체들과 강력하게 연대해서 가입자와 국민을 위한 투쟁을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