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학회, 춘계학술대회서 임상 활용성 집중 모색
"비용이 관건"…제한적 약제 환경에서 투약 긍정론
대한치매학회가 18년만에 나온 알츠하이머병 신약 아두카누맙(상품명 아두헬름)의 임상적 활용 가능성 여부에 대해 고찰했다.
아밀로이드 감소와 같은 부차적 바이오마커 감소로 '턱걸이 승인'된 데다가 유럽에서는 승인이 거절되는 등 효과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실제 효과 여부 확인까지는 시간의 검증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16일 대한치매학회는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아두카누맙에 대해 양동원 이사장, 이애영 회장을 포함 총 4명이 패널 논의를 진행했다.
2021년 6월 미국 FDA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아두카누맙을 조건부 승인한 바 있다.
아두나누맙은 2003년 이후 18년만에 승인된 신약으로 알츠하이머병의 병인 기전을 고려해 개발된 단일클론항체 약제다.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 뇌에서는 비정상적인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축적이 보고되는데 이런 단백질 덩어리(플라크)가 신경 독을 생성, 뇌 인지 기능을 서서히 악화시킨다는 것이 학계 정설이었다.
아두카누맙은 이 플라크를 제거를 목표로 개발된 약제. 완치 개념은 아니지만 인지기능 저하 속도를 늦추는 효과를 인정 받았지만 FDA 내부 자문 위원을 포함한 학계에서 실제 '임상적 효과' 여부에 대해선 논쟁이 진행중이다.
치매임상평가척도점수(CDR-SB)의 수치 변화로 설정된 임상에서 실패한 만큼 부차적인 지표인 아밀로이드 축적 감소가 기전만으로는 확실한 효과 담보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실제로 FDA도 신약 승인 당시 논란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으며 대리표지자인 아밀로이드 PET 결과만이 아니라 임상적 호전 여부를 후속 임상시험을 통해 제시해야 한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지만 유럽 EMA는 승인을 거부했다.
대한치매학회는 "아두카누맙 승인은 많은 논쟁이 있었던 결정이지만 환자와 임상의사, 연구자 모두에게 오랜만에 고무적인 소식임은 틀림없다"며 관련 내용을 회원에게 공지하며 향후 엄밀한 과학적 검증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역시 이날 논의의 핵심은 아밀로이드 제거 기전이 실제 임상적 효용성으로 이어지느냐에 집중됐다.
이재홍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결과적으로는 임상의 주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FDA의 승인 결과를 선뜻 받아들이기에는 찜찜한 구석이 있다"며 "하지만 한편으로는 개발되는 신약 중 완치 개념 약제는 요원해 보이기 때문에 FDA에서 의학계 역풍을 감안하고도 신약을 승인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까지 알츠하이머병 신약에 들이댔던 엄격한 잣대를 생각하면 승인이 쉽지 않은 약물"이라며 "사후 분석에서 14번 이상 10mg 고용량을 투약한 환자군에서 CDR-SB 개선이 보인다는 것은 듣기에 따라서 다소 억지 주장으로 보이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환자들 중 0.1%만이 최종 임상 리뷰를 통과한 것으로 나오는데 이는 전통적인 FDA의 승인 기준에서는 상당한 파격이고 전향적인 자세가 엿보이는 부분"이라며 "ENGAGE 임상은 효용 증명에 실패했지만 바이오마커 감소를 보였기 때문에 과연 바이오마커 개선이 임상적 효과로 이어지는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과대해석을 경계했다.
아밀로이드 감소는 물론 tau 단백질 감소와 같은 바이오마커 감소 효과를 볼 때 향후 임상적 개선도 예상할 수 있지만 시간의 검증을 더 거쳐야 한다는 것이 그의 판단.
양동원 이사장은 "고용량 투약후 1년, 2년까지 아밀로이드와 tau가 지속 감소하는 것은 상당히 흥미롭다"며 "아밀로이드 제거 효과는 인정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제시했다.
김상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아밀로이드 플라크 감소 효과는 있지만 이것이 임상적인 효과로 나오는 것은 수개월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며 "tau 단백질도 떨어졌는데 그 환자군이 적어 실제 효과 여부를 관찰하려면 더 기다려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애영 회장은 아두카누맙의 부작용 발생 측면에서 효용성을 제한했다. 아두카누맙 투약군에서 ARIA(아밀로이드 관련 부종 영상 이미지)는 ApoE E4 캐리어를 가진 사람에서 보다 흔하게 발생한다(43%). 또 ARIA-E는 투약 7번째 약 50%에서, 투약 12번째에서 90% 발생한다.
이 회장은 "고용량에서 40%가 넘는 환자들이 ARIA를 경험하게 되기 때문에 투약 기간, 회수에 따라 관찰이 필요하다"며 "ApoE E4 캐리어 보유 여부에 따라 발생이 7배까지 차이가 나 치료에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상윤 교수 역시 "임상에서 환자 모집은 타 질환이 있으면 탈락시킬 정도로 굉장히 엄격한 조건으로 모집했다"며 "이는 실제 임상 환경에서의 환자군 특성과 다르기 때문에 심장질환이 있거나 다른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있어 투약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그는 "임상에서도 특정 환자군에서 효과를 확인했기 때문에 국내에 약제가 도입된다면 임상과 비슷하게 부작용, 효과를 고려한 엄격한 투약 환자군 선택이 필요하다"며 "투약 여부 결정은 각자 임상의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적당한 신약이 없는 치료 환경을 고려하면 대다수 의료진은 '투약 시도'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오히려 관건은 수 천만원에 달하는 약가라는 것.
이재홍 교수는 "아두카누맙의 약가는 초기 6500만원에서 현재 2500~3000만원 정도으로 하락했다"며 "보다 합리적인 가격대가 되면 ARIA 발생이 적고 효과가 있을 환자를 잘 선택해 투약을 시도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양동원 이사장은 "아밀로이드 쌓인 환자에서 상태 악화를 많이 봤기 때문에 해당 약제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 든다"며 "질환 초기에 빨리 약제를 써서 도움을 줬으면 하는데 ARIA의 발생 가능성을 고려해 MRI를 계속 찍으면서 용량을 서서히 올리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여러 논쟁이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가격으로 승인 논란의 본질은 이런 가격에서는 승인하지 못하겠다는 것이 아닐까 한다"며 "우리는 임상의로서 환자에게 더 좋은 쪽으로 치료할 지 관심을 가지고 약제 도입 시 효과적인 가이드라인 세워서 치료해야 한다"고 긍정론을 펼쳤다.
이재홍 교수는 "만약 FDA 승인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치료제 개발 열기는 없어질 수 있는데 FDA 이런 부분을 고려했을 것으로 본다"며 "아두카누맙은 완벽한 약제는 아니지만 미래의 길을 열어줬다는 점에서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아닐까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