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협상 D-7, 1차 밴딩 폭도 안 나왔다…가입자-공급자 '팽팽'

발행날짜: 2022-05-24 05:30:00
  • 건보공단 재정위 소위서 갑론을박 공방…결론 없이 마무리
    손실보상금·예방접종비, 수가협상 반영 놓고 극한 대립

코로나19 대유행 3년 차를 맞은 상황에서 이뤄지는 내년도 수가협상. 코로나19를 함께 겪었지만 건강보험료를 내는 가입자와 건강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의 시각차는 어느때보다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가입자는 정부가 의료기관에 지급한 '손실보상금'부터 보장성 강화 영향으로 늘어난 진료비 모두 의료기관 '수입'으로 보고 수가협상에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을 어느 때보다 강하게 하고 있다.

건보공단 재정관리위원회 윤석준 위원장은 올해 수가협상이 예년보다 복잡해졌다고 말했다.

건강보험공단 재정관리위원회 소위원회는 23일 2차 회의를 갖고 수가협상에 투입할 재정, 이른바 밴딩(banding)폭에 대해 논의를 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마무리됐다.

2시간 30분이 넘는 회의 시간 동안 휴회까지 하며 갑론을박을 벌였지만 답을 차지 못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나왔다. 이로 인해 25일부터 있을 건보공단과 공급자 단체 2차 수가협상 자체에 빨간 불이 켜졌다. 건보공단이 공급자 단체에 제시할 협상 카드가 당장 없기 때문이다.

윤석준 재정관리위원장은 회의 후 전문기자협의회와 가진 간담회에서 "통상 재정소위 2차 회의에서 밴딩을 1차적으로 설정하는 게 오래된 관례인데 올해는 구체적인 합의점조차 찾지 못했다"라며 "숫자의 폭이 너무 크면 합의점을 찾기가 힘들다"라고 분위기를 전달했다.

재정소위는 25일 전까지는 가급적 합의점을 도출한다는 입장이지만 아직은 불투명한 상황. 윤 위원장에 따르면 가입자 단체는 밴딩을 예년보다 인하해야 한다는 의견부터 동결, 소폭의 인상 등 다양한 의견을 냈다.

당장의 협상카드가 사라진 건보공단 수가협상단은 재정소위 2차 회의 이후에도 앞으로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가입자 단체는 2차 회의에서도 여전히 코로나19에 대한 손실보상금과 예방접종비를 협상에 구체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수가협상 반영 여부는 결정짓지 못했다. 건보공단이 제공한 내용을 보면 손실보상금에는 2조5700억원, 예방접종비로는 1조2600억원이 들어갔다.

윤 위원장은 "가입자 단체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라며 "코로나19로 전 국민이 어려웠는데 보건업 종사자는 다른 업종보다는 코로나 국면에서 더 힘들지는 않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런 상황에서 매년 왜 일정 비율 수가를 인상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나왔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공급자 단체는 손실보상금이 모든 요양기관과 유형에 골고루 가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가입자 단체에 통하지 않았다"라며 "소상공인 역시 손실보상금을 받았는데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4월과 비교했을 때 물가상승률은 4.8%를 기록할 만큼 물가가 치솟고 있는 현실을 바라보는 시각도 공급자 단체와는 정반대였다.

윤 위원장은 "소상공인 대표는 치솟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했을 때 수가를 인상할 수 없다는 주장을 했다"라며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코로나19라는 변화가 사회에 예측 불가능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판단해야 할 게 예년보다 복잡해졌다"라고 말했다.

이어 "수가협상은 제도 자체가 협상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가입자든 공급자든 제도의 취지를 잊어서는 안된다"라며 "가입자 단체에는 소상공인, 경영자, 노동자 등 다양한 직역이 있는 만큼 국민 정서를 대변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때보다 이해가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병원계 "감염병 상황에서 의료체계 지속 가능성 고려해야"

공급자 단체는 손실보상금은 재난 상황에서 일어난 말 그대로 '보상'이며 진료비 증가는 정부 정책에 순응한 결과라고 맞서고 있다.

대한병원협회 송재찬 수가협상단장

대한병원협회 송재찬 수가협상단장(상근부회장)은 2차 수가협상을 앞두고 가진 간담회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을 함께 겪어왔고, 의료체계의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송 단장은 "코로나19 환자가 1만명대이지만 사망자는 많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면서도 "WHO에 따르면 70%의 국가는 재유행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고 할 정도로 현재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사망자, 중환자가 일정 부분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서 그에 대비하기 위한 의료체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기관에 지급한 손실보상금을 수가협상에 반영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송 단장은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현장에 투입하는 인력에 충분한 보상을 위해 쓰라고 정부가 먼저 이야기했고 대부분의 병원들이 그렇게 썼는데 (가입자 시각에서는) 그게 미운 것"이라며 "특별한 상황에서 지출이 이뤄진 것인데 이를 협상에서 고려한다는 것은 병원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의료 환경이 바뀌었고, 감염병 대응을 위한 의료체계 유지를 위한 고려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송 단장은 "병원 인력 처우가 과거와 다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라며 "코로나19 상황에서 이뤄진 노정합의 이후 많은 비용 투입이 이뤄지고 있다. 근무교대제 시범사업 등도 실시할 만큼 야간 근무인력에 대한 추가적인 보상이 이뤄지고 있다. 중환자실에도 인력을 추가 투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이후 인력, 시설 기준도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다"라며 "비용 및 수입 구조 변화에 따른 적절한 보상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정부 정책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비용 투입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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