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종 지정의 뜨거운 감자 '입원전담전문의'

정윤빈 세브란스병원 교수
발행날짜: 2022-06-07 05:00:00
  • 정윤빈 세브란스병원 외과 진료교수(입원전담전문의)

본 사업 전환 이후 다소간 잠잠하던 입원전담전문의 이슈가 5기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기준 공개와 함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정윤빈 교수.

4기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에서 예비 지표로 포함되었던 입원전담전문의 배치 수준은 금번 정식 지표로 전환되었으며,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기준 병상(300병상)당 입원전담전문의 수 ▲입원전담전문의 팀 구성 현황(진료유형) 등이 반영되어 전체 평가 점수의 2% 수준을 차지하게 되었다.

입원전담전문의 배치 수준은 4기 상급종합병원 평가에서 예비 지표로 포함되며 5기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기준에 정식 지표로 합류가 유력시 되어왔으나, 입원전담전문의 채용의 어려움과 운영 현실이 반영된 듯 이전 예비 지표보다 기준 병상(기존 150병상)이 다소 완화된 수준으로 결정되었다.

입원전담전문의 배치 수준의 5기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기준 합류는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였으나 막상 현실이 되고 나니 병원계의 반발이 매우 거세다.

입원전담전문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아직은 때가 안되었다는 '시기상조론'에 더불어, 공공의료 때와 비슷한 "몇억을 줘도 입원전담전문의 채용이 어렵다"는 자극적 목소리들도 기사화된다.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는 중요하고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제도 운영의 주체인 병원계에서 왜 볼멘 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일까?

본 사업 전환 이후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의 변화를 살펴보면 병원계의 우려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먼저 입원전담전문의 운영 현황을 살펴보면(표1), 본 사업 전환 이후 전반적으로 양적인 확대가 일어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22년 3월 기준 전국 입원전담전문의의 수는 처음으로 300명을 돌파하였으며, 운영 기관 및 운영 병동의 수도 전체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양적인 확대가 상급종합병원에 집중된 모습이며, 이는 상급종합병원 평가에 대비한 채용 확대,

상급종합병원의 전공의 인력 부족에 따른 입원전담전문의 필요성 증가, 입원전담전문의의 상급종합병원 운영 경험 선호 등에서 기인할 것으로 추정된다.

주목할 것은 상급종합병원 내에서도 양적인 확대가 1형 모델(주중 주간 운영)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자료가 공개된 2021년 3분기까지의 입원환자 전담전문의 관리료 청구 현황을 들여다보면, 1형 모델의 비약적인 증가세가 눈에 띄며, 2형(주 7일 주간 운영) 및 3형 모델(24시간 운영)의 환자 수는 시범사업에 비해 오히려 감소하였다.(표2)

환자에 양질의 의료를 제공하는 목적과, 본래의 취지는 아니나 입원전담전문의 채용으로 전공의 인력을 대체하려는 병원의 필요는 모두 1형 모델보다는 2형 또는 3형 모델의 운영이 뒷받침되어야 충족될 수 있다.

현재와 같은 1형 모델에 치우친 양적 증가세는 병원의 관점에서 입원환자 진료의 공백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하지만,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불가피하게 고임금 저효율의 전문의를 채용하여 나타난 결과로 해석할 여지가 충분하다.

상급종합병원의 구체적인 입원전담전문의 현황을 들여다보면 병원계의 반발이 그저 우는 소리가 아니라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는 것이 더욱 명확해진다.(표3, 4)

전국 상급종합병원 45개소 중 2022년 3월 현재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기관은 35개이며, 무려 10개소에서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 비수도권으로 한정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한데, 23개소 중 8개소(35%)가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운영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도입한 상급종합병원의 상황도 그리 좋지 못하다.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운영 중인 35개소 중 1개 병동만을 운영하는 기관이 무려 18개소(51%)이며, 전문의 2명 이하인 기관도 15개소(43%)나 된다.

비수도권으로 갈수록 격차는 더욱 커지며, 이 정도면 입원전담전문의 배치 수준에서 1등급 획득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2022년 3월 기준 전국 303명의 입원전담전문의 중 소위 빅5병원 소속이 무려 48%(145명)을 차지하고 있다.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확대의 대부분이 상급종합병원, 그 중 초대형 의료기관의 독주에 의한 것이라는 지적이 타당해지는 지점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빅5병원의 입원전담전문의 연봉이 가장 낮은 수준이며 그럼에도 이들의 독주가 현재 진행형이라는 사실은 '고연봉을 제시해도 오지 않는 입원전담전문의'라는 타이틀이 무색해지게 한다.

이쯤 되면 혼란스럽다. '연봉이 낮은 기관으로 몰리는 입원전담전문의'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이들에게 붙여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대형의료기관 내의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의 운영은 매우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단순히 인력 충원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전문의 중심으로의 진료환경 변화를 인정하고 구체적 역할 정립을 지속적으로 시도하며, 기존 조직에 이들이 융화될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적 지원을 끊임없이 정비하고 있다.

축적된 운영 경험과 새로운 역할의 부여가 병원 내 문화의 변화와 만나 상승 효과를 내며 상대적으로 낮은 연봉에도 불구하고 규모의 확대를 이끌고 있다.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기준을 간신히 충족하는 수준의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운영 방식은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어려우며, 위와 같은 의료기관 자체의 내적 노력은 기관의 규모나 지역에 따라 불가피한 차이를 가져오는 다른 영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극복하기 수월한 영역이다.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운영의 어려움은 단지 기관의 노력이 부족해서만은 절대 아니다. 앞서 설명한대로 1형 모델 위주의 확대는 2형, 3형 모델로의 유인효과를 상실한 제도적 결함이 가장 큰 원인이다.

또한 종합병원급 기관과 비수도권 지역의 약세 역시 제도적 보완으로 상당 부분을 극복할 수 있어 보인다.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제도 운영 기준을 분리하고,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으로 법적 근거가 마련된 지역 수가 가산제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의 운영 동력이 불충분한 상태에서 이번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기준 신설에 따른 병원계의 반발은 일면 수긍할 수 있는 면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 주장하는 '시기상조론'은 서운하다. 중증질환에 대한 난이도 높은 의료 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상급종합병원 지정의 목적과, 입원환자의 안전과 의료 질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는 서로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운영의 어려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불완전한 제도와 규정을 향해야 하고, '오지 않는 전문의'를 향해서는 안된다.

금번 5기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기준 내 입원전담전문의 배치 수준 항목의 신설이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의 성장에 새로운 동력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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