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암환자 대상 오피오이드 처방 위험도 연구 진행
처방 급속도 증가에도 고위험군 0.2%불과…"통증 관건"
전 세계가 마약성 진통제(오피오이드)의 오용과 중독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에 반해 위험도가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처방이 급속도로 늘고 있는 가운데서도 위험도가 0.2%에 불과할 만큼 '청정' 국가로 굳어지고 있었던 것. 하지만 통증 강도가 높을 경우 위험도가 올라는 경향을 보였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13일 대한의학회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는 우리나라 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마약성 진통제 위험도 연구 결과가 게재됐다(10.3346/jkms.2022.37.e185).
아편 유래 물질인 마약성 진통제는 암 등 중증 질환의 통증을 조절하는 중요한 약물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처방량이 급증하면서 의존과 오용, 중독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의학계가 자정 및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가이드라인 등을 정비하고 있는 상태.
실제로 미국에서 진행된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만성 통증이 있는 환자 중 무려 29%가 마약성 진통제를 남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2004;27(5):440–459).
특히 우리나라에서도 2002년부터 2015년까지 마약성 진통제 처방이 9배나 증가하면서 이에 대한 우려도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나라 환자를 대상으로 마약성 진통제 남용과 중독 등 이상 사용의 위험도는 평가된 적이 없었다.
영남대 의과대학 혈액종양내과 이경희 교수가 이끄는 다기관 연구진이 대학병원을 찾은 암환자들을 대상으로 이에 대한 분석 연구에 들어간 배경이 여기에 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국내 33개 대학병원을 찾아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은 암환자 946명을 대상으로 위험성을 조사하기 위한 도구인 Opioid Risk Tool(ORT)를 활용해 위험도를 평가했다.
그 결과 미국 등에서 20%가 넘는 환자가 고위험군에 달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이 비중이 크게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전체 환자 중 고위험군의 비율이 남성 1명, 여성 1명 등 전체의 0.2%에 불과했던 것.
이는 성별로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남성의 경우 대부분 저위험군으로 분류됐고 중등도 위험군에 속하는 환자도 18명으로 3.3%에 불과했다.
여성 환자들도 대부분이 저위험군에 속했으며 중등도 위험군으로 분류된 환자는 3명으로 0.7%에 불과했다. 여성 환자를 예를 들면 중등도과 고위험군을 모두 합쳐도 1%가 되지 않으며 99% 이상이 위험과 무관하다는 의미가 된다.
그렇다면 고위험, 중등도 위험군에 속한 환자들은 어떠한 특징을 갖고 있었을까. 일단 통증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ORT 항목에서 대부분이 0점을 기록한 가운데 점수가 기록된 환자들을 분석하자 최근 1주일간 평균 통증 감도 점수가 4.04±2.10으로 저위험군 평균 3.22±1.94보다 유의하게 높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부분 이러한 통증을 조절하기 위해 속효성 마약성 진통제를 더욱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2.5±1.6회/일vs2.0±1.6회/일).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국내에서 이뤄진 마약성 진통제의 위험도에 대한 첫번째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암환자들의 마약성 진통제 의존도와 위험도는 극히 낮은 수준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하나 이상의 위험 항목이 있는 환자는 통증 강도가 높았고 이로 인해 일상 생활에 고통을 겪을 위험이 높았으며 속효성 마약성 진통제를 더 자주 사용했다"며 "이에 대한 위험성 예측 도구를 활용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