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생존기간 38.9개월 입증 "뇌전이 여부 따른 차이 없어"
한국인 데이터 담은 3상도 주목…1차 치료제 진입 발판 삼을까
국산 폐암 신약 렉라자(레이저티닙)가 초고속으로 건강보험 급여에 등재돼 처방 시장에 들어선 지 약 1년이 됐다.
그 사이 국내 대형병원 처방현장 영향력을 넓혀 나가는 동시에 다양한임상 연구를 통해 치료제의 가치를 입증해나가고 있는 상황.
이 추세대로 라면 연 매출 100억원을 돌파하는 '블록버스터' 대열에 올해 합류하는 동시에 임상연구 면에서 글로벌 제약사 품목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데이터로 드러난 렉라자 가치…3년 이상 장기생존 '입증'
렉라자는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T790M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제로서 최근 장기생존 효과를 입증해냈다.
연구에 참여한 환자 절반 이상이 3년 이상 장기 생존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1년으로만 봤을 때 생존율은 90%에 달한다.
지난 16일~18일 열린 제2회 아시아종양학회(AOS) 국제학술대회 및 제48차 대한암학회 학술대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렉라자 전체생존기간(OS, Overall Survival) 데이터'가 발표됐다.
이번 렉라자 OS 데이터는 허가임상인 'LASER 201' 임상 1/2상 시험에서 새롭게 확인됐다.
LASER 201 임상은 국내 17개 센터에서 이전에 EGFR 티로신인산화효소억제제(TKI, Tyrosine kinase inhibitor)치료를 받고 질병이 진행된 EGFR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성인환자 78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평균 나이는 62세로, 남성이 40명으로 전체의 51%를 차지했다. 마찬가지로 뇌전이 동반 환자도 전체 51%에 달하는 40명이이었다. 매일 1회 경구로 렉라자 240mg을 지속적으로 투여해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했다.
이에 따라 EGFR T790M 돌연변이 양성인 환자 76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전체 생존율은 ▲12개월 90% ▲24개월 74% ▲36개월 53% ▲전체 생존기간(중앙값)은 38.9개월(95% CI 30.2~NR)로 조사됐다.
렉라자 임상 책임자(PI)인 연세암병원 조병철 교수(종양내과)는 이번 임상 데이터 발표를 두고서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조병철 교수는 "렉라자 240mg은 EGFR T790M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3년이 넘는 OS를 기록한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결과"라며 "앞으로는 이 같은 결과의 배경을 좀 더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통상적으로 뇌전이(Brain metastasis)가 치료 전에 있던 환자와 없는 환자의 차이가 크다"며 "하지만 놀랐던 것이 뇌전이 여부에 따른 OS의 차이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발표 자료에 따르면, 뇌전이(25명) 여부 따른 전체 생존기간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아울러 측정 가능한 뇌병변이 있는 환자 7명중 1명(14.3%)은 두개강 내 완전관해(CR)를 보였고, 5명(71.4%)은 부분관해(PR)를 보였다. 따라서 두 개강 내 객관적 반응률은 85.7%로 나타났다.
조병철 교수는 "76명의 환자 중 25명이 임상시험 시작점(Base Line)에서 뇌전이가 있었다"며 "이 중 7명만이 머리 쪽으로 나빠졌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뇌전이가 있는 환자는 머리 쪽으로 나빠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이러한 환자들이 전체 모집단에 25명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빠진 환자는 7명밖에 없었다는 것"이라며 "이는 뇌전이에 있어 치료제 효과가 상당히 좋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국내 병‧의원 진입 1년 "치료제 효과 시장이 평가"
렉라자는 오는 7월 국내 대형병원 처방시장에 진입한 지 1주년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시판 허가를 받은 후 같은 해 7월부터 비소세포폐암 2차 이상 투여단계에서 급여로 적용되면서 본격 처방되기 시작한 것.
그 결과, 지난해 3분기부터 분기마다 성장하는 매출 기록표를 보여줬다.
의약품 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렉라자는 올해 1분기 32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했다.
경쟁약물인 아스트라제네카 타그리소(오시머티닙)과 비교할 바는 못되지만, 매 분기마다 처방액이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이 추세대로라면 블록버스터 품목의 기준인 한 해 100억원의 처방액을 무리 없이 뛰어넘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두고 조병철 교수는 "조금 더 효과적인 3세대 EGFR 표적치료제가 처방시장에 들어왔다"며 "여러 가지 임상데이터가 이를 보여준다. 이제 실질적으로 처방액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임상현장에서는 이번에 AOS에서 발표된 LASER 201 데이터가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동시에 폐암 1차 치료제로서 타그리소(오시머티닙)가 번번히 급여 허들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렉라자의 이번 임상 결과가 향후 쟁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임상 데이터가 타그리소 1차 치료제 진입에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 발표된 LASER 201에 더해 현재 진행 중인 LASER 301 연구를 통해 1차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는 다면 국내 처방시장의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AOS 초대회장인 고대안암병원 김열홍 교수(혈액종양내과)는 "이번 LASER 201 데이터가 임상현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76명의 데이터가 숫자가 적다고 하면 적고, 충분하다고 보면 충분할 수 있다"며 "경쟁약물인 타그리소와 간접 비교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2차 치료제로서 오차범위를 넘어선 데이터가 나왔기에 이번 데이터가 처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김열홍 교수는 "이번 데이터를 바탕으로 앞으로 나올 LASER 301 결과도 어느 정도 유추해볼 수 있다. 국내에서 1차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하면 향후 국내에서의 입지도 달라질 수 있다"며 "타그리소 1차 치료제 급여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이번 데이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