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치료제 개발 규제 등 이유로 임상 준단 "사업성 떨어져"
'돈'되는 시밀러에 집중 유력…아바스틴 시밀러 유럽 출시 예고
셀트리온이 흡입형 코로나 치료제의 글로벌 임상 중단을 선언하면서 렉키로나(성분명 레그단비맙)부터 이어진 코로나 치료제 개발에서 한발 물러섰다.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 치료제 기술력과 별개로 국제적인 환경 변화와 투자 대비 사업성에 대한 의구심. 이에 따라 셀트리온은 확보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개발 방향을 재편하며 광범위한 변이에 대응할 수 있는 치료제 연구에 매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셀트리온은 28일 흡입형 코로나 치료제 CT-P63과 CT-P66의 흡입형 병합 치료제의 임상 3상을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해당 치료제는 임상 계획 당시 오미크론 변이를 포함한 다양한 바이러스 변이에 대응 하는 것은 물론 기존 정맥 주사제보다 적응 용량으로 치료 효과를 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결과적으로 이 후보 약물은 지난 2월 임상시험을 신청해 5월 27일 루마니아 국립 의약품의료기기청으로부터 승인을 받았지만 승인 한 달 만에 임상을 중단하는 상황에 놓였다.
코로나가 사실상 풍토병으로 전환되면서 글로벌 임상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이 셀트리온의 입장. 또한 해외 규제 기관의 임상 규모 증가 요청에 따라 개발 비용의 증가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작용했다.
여기에 셀트리온은 글로벌 규제기관들이 엔데믹으로 긴급 승인과 같은 '패스트트랙' 절차를 접으면서 코로나 치료제에 대한 사업 타당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결론내렸다.
즉, 코로나 치료제 개발을 위한 기술력은 확보했지만 이를 상용화하기까지의 환경이나 투자 대비 회사가 얻을 이익이 부족하다는 것.
실제 셀트리온을 둘러싼 환경을 살펴봤을 때도 코로나 치료제 개발 후의 상황이 녹록치 않은 게 사실이다.
이미 국내에선 셀트리온이 자체 개발한 렉키로나의 신규 공급이 중단된 상태다. 질병관리청은 올해 2월 렉키로나의 신규 공급을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화이자 팍스로비드와 MSD 라게브리오 등 신규 경구용 코로나 치료제의 등장해 처방되고 있다는 점도 흡입형 치료제의 등장이 어느 정도 영향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 미지수다.
또 세계무역기구(WTO)가 코로나 백신 지적재산권(이하 지재권)면제 결정을 내리면서 5년 간 개도국은 완화된 특허 권리를 적용 받는 상황.
추후 코로나 치료제나 진단기기까지 지재권 면제 논의를 확대하고 있어 셀트리온이 치료제 개발 이후 노릴 수 있는 시장의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치료제 철수 기존 주력 바이오시밀러 집중 유력
셀트리온의 공시를 돌아봐도 결국 코로나 치료제가 사업성 즉, '돈'이 안 된다 게 임상 중단의 가장 큰 이유라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이 때문에 셀트리온은 새로운 사업 활로를 찾기보다 기존의 주력 사업인 바이오시밀러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가깝게는 셀트리온이 개발한 아바스틴성분명 베바시주맙) 바이오시밀러 CT-P16이 지난 24일 CT-P16이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로부터 '판매승인 권고' 의견을 받으며 유럽시장 진출을 목전에 뒀다.
셀트리온은 CT-P16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European Commission)의 최종 판매 허가를 획득하면 '베그젤마(Vegzelma)'라는 브랜드명으로 글로벌 시장에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미 오리지널의약품 아바스틴 개발사인 제넨테크(Genentech)와 글로벌 시장 출시를 위한 특허 합의도 마친 상태로, 이번 '판매승인 권고' 의견에 따라 시장 진출 준비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
이로써 셀트리온은 기존 혈액암치료제 트룩시마, 유방암치료제 허쥬마에 이어 세 번째 항암 항체 바이오시밀러의 유럽 허가와 출시가 가능해졌다.
다만 글로벌 시장에서 바이오시밀러의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은 셀트리온의 고민거리로 남을 전망이다.
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지난 2월 기준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바이오시밀러는 총 34개.
이중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가 7개로 가장 많이 허가됐으며, ▲허셉틴 5개 ▲뉴라스타 4개 ▲레미케이드 4개 ▲뉴포젠 3개 ▲리툭산 3개 순으로 많이 허가돼 해당 제품들은 향후 미국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이 중 국내기업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5개의 바이오시밀러를 허가받았으며, 셀트리온이 3개로 뒤를 이었다.
바이오시밀러 특성상 같은 적응증에 계속해서 새로운 치료제가 진입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치료제 개발과 별개로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가 계속 등장하면서 시장 확장과 함께 경쟁도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시밀러 시장은 약가 등의 영향으로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아 해외에서 활로를 찾기 위한 노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