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경업금지의무
개원을 준비하던 A원장은 스스로 입지 선정, 인테리어 공사, 인력·장비 세팅을 하려니 너무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의사 커뮤니티를 보다가 평소 눈여겨보던 지역 상권에 B원장이 내놓은 매물이 나와 있는 것을 확인하고 그 의원을 인수하기로 했다. A는 나름 여러 차례 임장도 가고, 환자 수와 매출을 꼼꼼히 확인한 후 인수를 결정했다. A는 병원의 시설 및 장비, 의료기관의 명칭 사용권, 기존 환자들에 대한 영업권을 감안하여 N억원에 양수도계약서를 작성하였다.
인근에 병원을 개원한 B원장
그런데 A원장이 병원을 인수하여 진료를 시작한지 몇 주 지나지 않아서, 1Km도 되지 않는 동일 상권에 B원장이 의원을 개원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직접 찾아가보니 기존 병원과 이름도 비슷하고, 인테리어 컨셉도 크게 다를 바 없었다. 불같이 화를 내며 항의해 보았지만, B는 “계약서상에 경업금지약정이 없으므로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었고, 오히려 자꾸 찾아오면 경찰을 부르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이럴 때 A원장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법률과 판례의 태도
이럴 때 많은 변호사들은 상법상 경업금지의무를 떠올릴 것이다. 상법 제41조에 따르면, 영업양도인은 10년간 경업금지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영업양도인이 부담하는 경업금지의무는 스스로 동종 영업을 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제3자를 내세워 동종 영업을 하는 것을 금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의무이다.
하지만 의사가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것은 상행위가 아니라는 것이 하급심 판례의 전반적인 태도인바(대구지방법원 2019가단122988 판결 등 참조; 의료법의 제반규정에 비추어 보면, 의사의 병원 운영은 상인의 영업활동과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으므로 의사는 상인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함), 상법의 규정이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기 어렵다. 즉, A원장은 상법의 보호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의료기관 사건을 많이 다뤄보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부분이므로 주의를 요한다.
A원장의 대처 방법
그렇다면 A원장은 이 상황을 이대로 지켜봐야만 하는 것일까.
일단 A원장은 양수도계약상의 “영업권 양수도 계약”을 확장해서 해석해볼 필요가 있다. 경업금지약정을 명시적으로 넣지는 않았더라도, A원장은 양수도대금을 산정하면서 시설에 관한 권리와 함께 “영업에 관한 권리”를 함께 반영하였기 때문에, B원장이 인근에 병원을 오픈하여 영업권을 침탈한다면 이는 계약 위반으로 볼 수 있다. 새로 개원한 B원장의 의료기관으로 환자가 분산될 경우 A가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 자명하다.
특히 B원장이 기존 환자들에게 “이전 개업 알림” 등 유인성 문자를 발송하거나, 기존 병원과 같은 병원인 것처럼(ex “이전 개원” 이라는 표현 사용) 현수막 등을 사용한다면 더 강한 제재조치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계약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현수막 사용 등 유인행위를 금지하는 가처분을 고려해볼 수 있다.
반면에 양수도계약서 상에 환자와 매출에 관한 영업권을 따로 산정하지 않았다면, 사실상 A원장은 보호받을 방법이 없다. 의사에게도 직업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B원장의 개원행위 자체를 금지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양수도계약서” 라고 볼 수 있다. 의료기관을 양수하는 A원장과 같은 입장이라면, 양수도계약을 체결할 때, 적어도 기존 병원과 경쟁할 수 있는 같은 상권 내에서의 개원을 금지하고, 비슷한 명칭을 사용하며 영업권을 분산시키는 효과를 방지하는 조항을 삽입할 필요가 있다.
이런 조항을 미리 삽입해 놓는다면, A원장과 같은 일을 당했을 때 B원장을 찾아 갔을 때 “계약서 상에 금지 조항이 있잖아” 라고 당당히 이야기할 수 있다. 그리고 대화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권리금반환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고, 양도인의 경업금지위반에 따른 각종 가처분 및 손해배상청구도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