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학술팀 이인복 기자
엔데믹과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채 피워보기도 전에 코로나 확진자 수가 하루 10만명을 넘어서며 재 확산세가 본격화되고 있다.
불과 이달 초 6000명대까지 내려갔던 확진자 수는 불과 보름여 만에 10만명을 넘어섰고 추세는 점점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위기는 늘 그랬듯 의료기관부터 오고 있다. 이미 상당수 병원들이 원내 확진으로 인해 큰 혼란에 빠져 있는 상태며 심지어 환자를 받아도 되는지 고민하는 의료기관들도 늘고 있다.
유독 조용한 곳은 과거 혼란과 혼돈을 야기했던 방역 정책에서 벗어나 과학 방역을 하겠다고 공언한 정부다.
의료기관들은 연일 지침을 내려달라며 아우성을 치고 환자들은 불안감을 호소하며 갈 곳을 잃고 방황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정부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27일 마침내 모습을 들어낸 질병관리청장은 확진자 수 증가에 대해 '자율 방역'을 내세웠다.
코로나 사태가 2년 넘게 지속되면서 이미 방역에 대한 의식이 충분히 성숙했고 거리두기 등을 통해 방역 수칙이 몸에 배인 만큼 자율 방역으로도 충분히 위기를 넘어설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국민들과 의료기관들은 이미 쌓인 내공으로 슬기롭게 현재 상황에 대처하고 있다.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지 오래지만 여전히 대다수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 있고 손소독제 등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의료기관 등도 마찬가지다. 과거 코로나 환자가 내원하면 큰 혼란이 일었던 것과 달리 별도 트랙을 운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의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정부가 말한 대로 지금처럼 자율적으로 대응하다보면 재확산이 해결되는 것인지에 대한 정보도 확신도 부족하다. 점점 더 불안감이 확산되는 이유 중 하나다.
실제로 의료기관들은 과거와 같이 코로나 환자를 진료하면 이에 대한 보상이 주어지는지에 대해 말 그대로 '자율적'으로 수소문하며 환자를 보고 있다.
환자들이나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확진이 되면 얼마나 격리해야 하는지 선별진료소와 전문병원이 없어진 지금 증상이 있으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자율적'으로 알아보며 대응하고 있다.
불안감과 혼란은 여기서 기인한다. 주어지는 정보가 없으니 부정확한 정보에 휘둘릴 수 밖에 없다. 또한 지침이 없으니 대응도 매우 '자율적'이다.
확진을 알려봐야 조치해 주는 것이 없으니 그냥 숨기고 일상 생활을 이어가는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이들은 아무렇지 않은 듯 식당과 회사를 돌아다니며 또 다른 감염자를 양산한다.
고위험군의 공포와 불안감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부스터 백신이 효과가 있는지를 아무리 물어봐도 대답해 주는 이가 없다.
이번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과학 방역'을 강조하며 그간의 방역 기조를 완전히 바꾸겠다고 공언했다. 과학의 기본은 데이터와 검증이다.
정부가 말하는 과학 방역이 힘을 얻으려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명확한 정보가 뒷받침에 돼야 한다. 정보가 부족한 채 시행되는 이른바 자율 방역은 각자도생하라는 말과 다를 바가 없다.
모두의 책임은 무책임이라는 말이 있다. 자율 방역이라는 시스템이 모두에게 책임을 돌리는 길이 아니기를 바란다. 그렇기 위해 정부는 지금의 쏟아져 나오는 이 질문에 대해 과학적 근거를 가진 답안지를 내놓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과학 방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