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헌 의원, MRI 급여화 이후 진료비 증가율 제시하며 지적
의료계 "의료기관에 책임전가 시각 어불성설" 비판
지난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의 핵심이었던 초음파·MRI 급여화로 진료비가 폭증하자 국회는 정부 정책이 의료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겼다는 진단을 내렸다. 소위 '문재인 케어'로 의료기관 전체에 도덕적 해이가 나타났다는 것.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백종헌 의원(국민의힘, 부산 금정구)은 5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도덕적 해이가 심각해졌다고 주장했다.
MRI 보장성 강화대책 시행 후 5년 동안 진료비는 3조4891억원으로 시행 전 5년 2조2373억원 보다 178% 증가했다.
MRI 보장성 강화 이후 발생한 진료비 중 87%인 3조336억원은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에서 발생했으며, 진료비 증가율만 봤을 때는 병원급과 의원급에서 476%, 483% 폭증했다.
지난해 뇌혈관, 두경부, 복부·흉부·전신 등 세 항목의 MRI 촬영에 쓰인 의료비는 1조145억원으로 문재인 정부 초기 2017년 3114억원이었던 것보다 225%나 증가한 수치다.
뇌·뇌혈관 MRI는 2018년 10월에 급여화가 됐으며 2019년 5월에는 두경부, 11월에는 복부·흉부·전신 MRI가 순차적으로 급여화했다.
백 의원은 진료비 폭증 현상을 정부 정책에 따른 의료기관의 도덕적 해이 결과라고 봤다.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을 예로 들며 필수의료 분야가 개선되지 않았고, 기피하고 있는 현실을 꺼냈다. 보장성 강화 정책이 의료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부르고 필수의료를 후퇴시켰다는 것이다. 백 의원은 뇌동맥류 가능 의사 부족, 뇌동맥류 결찰술 수가 현황 등의 자료를 제시했다.
백 의원은 "문재인 케어 때문에 필수적이지 않은 초음파, MRI 촬영 남발 등 방만 건강보험 재정 지출 때문에 건보재정 위기, 도덕적 해이, 필수의료분야 쇠퇴를 초래했다"며 "특히 문재인케어 이후 불필요한 건보 지출이 늘어난 상황에서 필수의료 분야가 개선되기는 커녕 오히려 쇠퇴한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산병원 간호사와 같은 안타까운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필수의료 분야에 철저한 대책을 세워야 하고 건보재정 위기와 도덕적 해이 문제에 대해서도 복지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급여 확대에 따라 일부 항목에서 지출이 급증했는데 타당성 여부를 재검토해서 필수의료 항목쪽으로 보장성을 강화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문재인 케어의 결과가 의료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불렀다는 시선에 대해 의료계는 발끈했다. 여당 입장에서 지난 정권의 주요 정책을 점검하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지만 그 시각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한 의사단체 보험이사는 "의료계는 처음부터 보장성 확대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냈지만 지난 정부의 기조였는데, 이제와서 모든 책임을 의료계로 돌리는 듯한 주장은 신의성실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것"이라며 "급여화에 따라 도덕적 해이가 심각해졌다는 시각은 앞으로 보장성 강화는 하지 않겠다는 소리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비급여로 수익을 더 늘릴 수 있는 분야이지만 급여화를 위해 정부 정책에 협조했다. 통계가 급증한 것도 비급여로 있던 게 급여권으로 들어오면서 나타나는 일종의 착시현상"이라며 "국민에게 결국 혜택이 돌아간 것인데, 보건의료에 대한 이해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라고 비판했다.
또다른 의사단체 임원도 "MRI·CT 급여화는 정부 결정이었고 의료계는 이에 반대해왔다. 환자가 요청하면 의료기관 입장에선 촬영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의료계의 도덕적 해이로만 지적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