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카이스트 공동연구…Sox17 유전자 결핍 고혈압 악화
동물실험 통해 유전적 기전 확인 "약물 표적 치료법 활용 기대"
국내 의료진이 난치성 질환인 폐동맥 고혈압 위험성을 높이는 유전자 경로를 규명했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박준빈 교수(박찬순 전임의)와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김인준 교수팀은 20일 Sox17 유전자로 인해 유발되는 폐동맥 고혈압의 유전적 기전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폐동맥 고혈압은 폐동맥의 압력이 높아져 폐의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기는 질환으로 특히 급사의 위험이 높은 심혈관 질환이다.
여러 치료제가 개발됐음에도 지금까지 사망률이 높고 발병 원인도 명확치 않아 난치성 질환으로 분류된다.
최근 유전체 분석 기술이 발전하며 폐동맥 고혈압과 연관된 유전체들이 발견되고 있다. 혈관내피세포에서 발현되어 혈관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Sox17 유전자도 그중 하나로 결핍될 경우 폐동맥 고혈압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폐동맥 고혈압을 유발하는 기전에 대해선 정확히 연구된 바 없었다.
연구팀은 폐동맥 고혈압의 발생 기전을 확인하기 위해 혈관내피세포 Sox17 결핍 생쥐를 대상으로 전사체 분석을 실시했다.
분석 결과, Sox17 결핍 그룹은 일반 그룹에 비해 간세포성장인자(HGF)가 혈관 내피세포에서 더 많이 발현된 것으로 나타났다.
HGF는 c-MET 수용체와 결합해 세포의 성장과 형성에 영향을 끼치는 물질로 HGF/c-MET 경로는 암의 생성 및 악화와 연관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반면 HGF/c-MET 경로와 폐동맥 고혈압의 상관관계는 그동안 보고된 바 없었다.
연구팀은 Sox17 결핍 생쥐를 3개 그룹으로 구분해 ▲기존 폐동맥 고혈압 치료제 ▲c-MET 수용체 억제제 ▲두 약물 모두를 각각 투여했다.
3주 후 폐동맥 고혈압의 대표적 표현형(우심실 수축기 압력, 폐 근육화 정도, 우심실 비대 정도)를 비교한 결과, c-MET 억제제 그룹의 폐동맥 고혈압 개선 효과는 기존 치료제 그룹과 유사한 것으로 확인했다.
두 약물 모두 투여한 그룹은 다른 그룹들에 비해 개선 효과가 현저히 우수했다.
연구팀은 HGF/c-MET 경로가 폐동맥 고혈압에도 영향을 미치며, 이 경로를 차단할 경우 질환을 완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또한 3주간 저산소 환경에 노출된 Sox17 결핍 모델이 Sox17 단독 모델(정상산소 환경)보다 폐동맥 고혈압이 심하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산소 부족 등 후천적·환경적 요인이 폐동맥 고혈압 발생에 관여하는 잠재적인 위험 요소임을 규명하고 노출을 줄이는 것이 페동맥 고혈압의 예방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추가적으로 연구팀이 폐동맥 고혈압 환자의 폐조직을 분석하자 인체에서도 실험과 유사하게 Sox17는 감소, HGF는 증가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순환기내과 박준빈 교수는 "폐동맥 고혈압은 환자마다 임상 양상과 약물에 대한 반응이 다양한 질환"이라며 "폐동맥 고혈압의 병태생리에 대한 이해를 높였으며, 향후 환자들에게 유전체에 기반한 효과적인 맞춤형 치료를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찬순 전임의는 "암의 예후와 관련된 HGF/c-MET 경로가 폐동맥 고혈압과도 관련 있음을 확인했다. 이 경로를 약물 표적으로 활용한다면 난치성 질환으로 알려진 폐동맥 고혈압을 보다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심혈관분야 국제학술지 '혈액순환 연구'(Circulation Research, IF=23.213) 온라인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