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 김나영 교수팀, 1만 4천명 환자 BMI 연관성 분석
여성 미만형 위암 감소…"비만도 암 생존율 남녀 차이 입증"
위암 남성 환자에서 비만이 사망 위험을 낮추고 기대수명을 늘려줄 수 있다는 흥미로운 임상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팀(제1저자, 대구가톨릭대병원 소화기내과 조형호 교수)은 2003년부터 2020년까지 위암 진단 환자 1만 4688명의 생존율과 연령, 성별, 체질량지수(BMI) 등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를 9일 발표했다.
남녀 모두 저체중 환자군의 생존율이 낮은 것은 동일했지만, 남성의 경우 극도 비만 그룹에서 예후가 점점 좋아졌다. 여성은 이 같은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질병으로 규정된 비만이 사망 위험을 낮추고 기대수명을 늘려준다는 이른바 '비만 패러독스'(Obesity Paradox)는 의학계의 대표적인 역설로 꼽힌다.
서양에서 등장하기 시작한 1990년대 이후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특히 암 분야에서 체중이 높을수록 생존에 긍정적이라는 결과로 관심을 모으고 있으나 정확한 매커니즘이 밝혀지지 않아 가설에 그친다는 주장도 있다.
남성의 경우 분문부(위와 식도의 경계부위) 위암의 발병률이 저체중에서 비만으로 이동할수록 점점 감소하다가 극도 비만(BMI 30kg/㎡이상) 그룹에서 반등하는 U자형 양상을 보였다.
반면, 여성은 체질량계수가 증가할수록 미만형 위암(작은 암세포가 위벽을 파고들어 넓게 자라는 위암)의 비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특징이 있었다.
미만형 위암은 진행이 빠르고 치료가 어려워 가장 위험한 위암 형태로 분류된다.
연구팀은 체중이 증가할수록 생존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비만 패러독스'가 남녀에 따라 다른 정도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입증함과 동시에 비만도가 암 생존율에 영향을 주는 매커니즘 자체도 남녀 간 차이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는 "전체 환자를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는 물론 수술 여부, 암 병기에 따라 세부적으로 나누어 분석했을 때도 남성에서 체질량계수가 높을수록 생존율이 비례해서 증가하는 반면 여성은 이러한 경향이 뚜렷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성별에 따른 위암 예후 및 양상의 차이를 보다 깊이 연구한다면 비만 패러독스의 정확한 원리를 밝히고 위암 치료법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소화기 분야 SCI(E)급 국제학술지 'Gut and Liver'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