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새 레카네맙은 임상 성공…간테네루맙은 실패 눈길
용량·투약 주기·환자군 등 변수 많아…추가 임상 지켜봐야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 기반의 치매신약이 불과 한달새 온탕과 냉탕을 오갔다. 레카네맙이 3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내놓았지만 간테네루맙은 효과 증명에 실패하면서 이 같은 차이를 만든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
같은 기전이며 평가 지표 역시 같았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투약 용량 및 주기, 선별 대상 환자군의 차이가 원인이 됐다는 데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16일 의학계에 따르면 로슈는 개발중인 치매 신약 간테네루맙의 3상 GRADUATE 임상 결과를 공개했다. 간테네루맙은 뇌의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축적이 신경 손상을 유발, 치매의 원인이 된다는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에 기반하고 있다. 간테네루맙은 아밀로이드 베타에 결합해 축적을 억제하는 IgG1 항체다.
GRADUATE 임상은 30개국의 1965명의 알츠하이머와 경증 알츠하이머 치매로 인한 경도인지장애(MCI) 환자를 대상으로 2주마다 피하 주사를 통해 간테네루맙 또는 위약을 투약했다.
임상 결과를 보면 투약 116주차에 알츠하이머 초기 환자의 임상 감소 속도를 늦추는 주요 종말점을 충족하지 못했고 아밀로이드 베타 제거 수준은 예상치 보다 낮았다.
간테네루맙 투약군에서의 임상치매척도(CDR-SB)는 위약군 대비 6~8% 상대적 감소를 나타내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반면 10월 공개된 레카네맙 임상(Clarity AD)은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에 힘을 실어준 바 있다.
알츠하이머 환자 1795명을 대상으로 CDR-SB의 변화를 살핀 Clarity AD 임상 3상에선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 중 레카네맙을 투약한 그룹에서 위약 대비 약 27%의 인지기능 저하 개선이 보고된 것. 이와 관련 치매 치료제의 새 전기를 열었다고 평가가 나오는 등 기대감을 충족시켰다는 반응이다.
같은 기전과 같은 평가 지표를 사용한 약제에서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아밀로이드 제거 기전이 성분별로 완벽히 동일하지 않다는 점, 용량 및 투약 주기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치매학회 관계자는 "개발 중인 항아밀로이드 약제만 해도 포네주맙, 크레네주맙, 도나네맙, 아두헬름, 레카네맙, 바피뉴주맙, 솔라네주맙 등 30여개가 넘는다"며 "이미 임상이 실패로 돌아간 후보물질도 있고 레카네맙처럼 효과를 확인한 약제도 있기 때문에 아밀로이드 베타 기전이 같다고 동일한 효과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치매 신약 후보물질들은 언제, 얼마나, 어떤 환자를 대상으로 투약했는지가 효과와 상관성을 가지는 부분이 있어 각 업체들도 용량과 환자 중증도 별로 임상을 여러 갈래로 쪼개서 진행한다"며 "따라서 이번 임상을 두고 간테네루맙이 완전히 실패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간테네루맙의 임상 설계 당시 예상했던 아밀로이드 베타 제거 수준이 예상치를 밑돌았기 때문에 용량을 높이거나 투약 주기를 바꿔 아밀로이드 베타 제거 수준을 높인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것.
실제로 GRADUATE 임상과는 별도로 간테네루맙 관련 임상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2021년 12월에 착수한 임상은 가족성 알츠하이머 돌연변이를 가졌지만 뇌 아밀로이드 축적이 없거나 거의 없는 18세 이상 약 230명의 참가자를 모집해 4년간 진행할 예정이다.
올해 초 로슈는 2028년 최종 결과 도출을 목표로 간테네루맙의 SKYLINE 3상 임상에 돌입한 바 있다. 해당 임상은 뇌 척수액 혹은 PET 촬영을 통해 아밀로이드 축적 및 인지 장애가 없는 60~80세 1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투약 용량은 매주 255mg 또는 격주로 510mg의 용량을 받게 하는 등 간테네루맙 임상은 용량, 투약 주기, 대상 환자군에 걸쳐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치매학회 관계자는 "효과가 확인된 약제도 추후 최적 용량, 투약 주기를 찾는 과정이 수반되기도 하는데 신약 후보물질은 그런 과정이 더 활발할 수밖에 없다"며 "임상 한번으로 모든 부분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간테네루맙의 확실한 효과, 안전성은 적어도 추가 임상들의 결과가 나오는 때까지 지켜봐야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